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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주 5일 수업 전면시행 그래도 환영합니다

by 이윤기 2011.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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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주5일 수업이 처음 도입된 이래 7년여년 만에 오는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전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합의로 현재 격주로 시행되고 있는 초중고 '주5일제 수업'을 2학기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학부모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에서도 '주 5일제 수업 확대 환영'논평을 냈다는군요.

저 역시 이 문제는 쉽게 환영과 반대를 결정하기가 어렵네요. 한국노총의 논평처럼 '주 5일 근무제도가 완성된다'는 점에서는 환영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20인 이하 사업장에 주 5일 근무제를 확대 정착시키는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토요일에도 일하는 노동자들의 자녀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충분히 일리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웬만큼 컸지만 부부가 모두 토요일에도 일을 하는 저희 가족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격어보았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우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公開授業 by JaeYong, BAE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그렇지만 좀 더 넓고 긴 안목으로 보면 '주 5일 수업 확대 실시'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5일 근무제도' 확대 시행과 맞물려있습니다. 따라서 그 대책이 모두 마련될 때까지 하염없이 미룰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토요일 쉰다고, 격주로 쉬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어...

주 5일 근무에 해당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나 자영업자 자녀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의 격주 토요 휴무제도 역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는 격주 토요일에 쉬지 않는데 아이들만 격주로 주 5일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모를 대신하여 누군가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에도 오히려 현재의 격주 휴무제도가 더 불편한 측면도 있습니다. 한 주일은 학교에 가고, 한 주일은 집에서 쉬기 때문에 토요일을 활용하여 꾸준하게 취미생활이나 체험활동을 하기에는 오히려 불편함이 있습니다.

한 주는 오전부터 아이들을 돌봐 줄 곳이 필요하고, 한 주는 오후부터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매주 5일 수업을 하게되면, 문화센터나 사회교육기관, 복지기관, 청소년기관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주 5일 수업 확대 시행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증가, 혼자 집에 있는 학생지도문제, 학습 부진학생 지도, 토요일 학생지도 공백, 학력저하 등의 부작용을 염려한다고 합니다.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경우 학원을 보내던 문화센터를 가던 결국 사교육가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한 달에 겨우 6시간 수업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학력저하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찬가지 측면에서 주 5일 수업 때문에 학습부진 학생지도에 차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주 5일 근무와 5일 수업을 실시해 온 선진국들이 많이 있지만, 주 5일 수업 때문에 학력이 저하되고 학생지도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주 5일 수업한다고 학습부진? 그럼 선진국들은?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부모가 주 5일 근무 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가 주 5일 근무를 할 수 없는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이 자유활동이나 학교 밖 체험활동, 취미활동 등에 있어 차이가 커질 수 있는 문제가 더 걱정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계층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겠지요. 그렇지만 오히려 감춰진 문제가 드러나야 해결책도 모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주 5일제 수업의 전제조건으로 '고질적인 입시경쟁체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못박아 버리면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입시경쟁체제를 개선해야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때까지 주 5일 수업을 하지 말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주 5일 수업 확대 시행 과연 아이들도 반대할까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아이들은 토요일이라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 해소되기 전까지 주 5일 수업 시행을 미루면 결국 누구를 위한 일이 될까요?

혹시라도 선행조건이 충분히 마련될 때까지 주 5일 수업 시행을 미루자고 하는 것이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을 유지시키는 사람들의 보수적인 교육관료들이 원하는대로 지금 현실을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닐까요? 여건히 조금 불충분하여도 아이들이 원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은 또 어떨까요?

주 5일제 전면시행, 당사자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지식교육 위주의 교육과정을 축소시키고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주 5일제 전면 시행이 오히려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밖에서, 학교 시설을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려면 현재 단단하게 굳어 있는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대책, 교육과정 개편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역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미루기만 하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주 5일 수업은 2004년에 전국의 10% 시범학교에서 월 1회로 처음 시작되었고, 2005년 3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월 1회 주 5일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는 월 2회 격주, 주 5일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주 6일 수업으로 되돌려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학교 현장과 교사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을 둘러싼 교육환경에 개혁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공부 시간을 줄이는 그야 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큰 흐름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 많이 하는 것(노동시간이 긴 것), 공부 많이 하는 것(공부시간이 긴 것)을 더 이상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