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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공무원 말대로 승용차 세워두고 도시철도 탈까?

by 이윤기 201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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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언론 보도(4월 14일-창원도시철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타당한가?)를 통해 창원도시철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일부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 포함된 승객 예측 역시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김해-부산 경전철과 한 번 비교해보겠습니다. 뭐 어차피 김해-부산 경전철과는 조건과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그래도 예측 승객 숫자를 한 번 단순 비교해 보겠습니다.

김해-부산 경전철 하루 4만명, 창원도시철도는 하루 10만명 이용?

오는 7월 개통을 앞두고 있는 김해-부산 경전철은의 하루 이용 승객 예측은 최고 5만2900여명에서 최저 3만50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창원 도시철도의 하루 이용승객은 10만명이나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단순 비교가 과학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단순비교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자 그럼 공사를 시작하기 전 김해~부산 경전철 예측 승객은 얼마였는지 한 번 보실까요?

지난 2003년에 교통개발연구원(현재 한국교통연구원) 이 조사한 경전철 수송수요 예측을 보면 첫 해인 2011년 하루 17만6358명, 2015년 22만1459명, 2020년 29만5270명, 2030년 32만2545명입니다.

2011년에 17만 명에서 2030년이 되면 무려 32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예측하였군요. 그런데 개통을 앞둔 지금은 하루 고작 3만 ~5만명이 이용하게 될거라고 합니다. 매년 700억 이상 적자를 시민들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하지요.

자 그럼 창원도시 승객 예측을 한 번 살펴볼까요?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된 기획재정부가 국토해양부에 보낸 예비타당성 승인 결과에 따르면 노면전차형 도시철도를 하루에 10만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하루 10만명이 도시철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하는 이 예측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땅위의 지하철'이라 불리는 브라질 꾸리찌바의 BRT 시스템, 철도와 같은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한다



창원시민 10명 중 1명은 매일 도시철도를 타는 기적(?)이 일어날까?

첫째, 108만 인구 중에서 매일 10만명이 도시철도를 이용한다는 예측을 믿을 수 없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시를 합친 통합 창원시 인구가 108만입니다. 그리고 예비타당성 승인 결과의 도시철도 이용승객 예측은 하루 10만명입니다. 그럼,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모두 포함된 통합창원시민 10명 중 1명은 매일 도시철도를 이용해야합니다.

마산합포구 가포동에서 진해구 석동으로 이어지는 단 1개 노선의 도시철도를 매일 인구 10명 중 1명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둘째, 통합창원시 버스이용 승객과 비교해보면 10만명은 더욱 믿기 어렵습니다. 통합창원시를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마산, 창원, 진해지역 시내버스 591대의 1일 평균 이용 승객이 26만명 입니다.

그런데 가포를 출발하여 성주사역을 거쳐 진해구청으로 1개 노선을 연결하는 도시철도의 하루 이용 승객이 10만 2000명이나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어떻게 믿으라는 말입니까?.

예비타당성 결과대로라면 2020년 창원시 도시철도가 개통하면 시내버스를 이용하던 승객 26만 명 중 10만 명이버스 대신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가용이나 택시 이용승객 중에서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와 다르게 그 숫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보니 창원시 광역도로건설팀 성명기 팀장께서는 “개인승용차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하였더군요. 그리고 그 근거로 “경남대에서 성주사까지 버스이용시간이 평균 90분이인데, 도시철도를 타고 가포에서 석동까지 가는 시간은 60~65분이 걸린다고 하였더군요.

30분 빨리가면 뭐하나? 목적지까지 안 가는데...

저는 이 예측 역시 신뢰할 수 없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경남대에서 성주사가는 시간보다 가포에서 석동까지 가는 시간이 30분 더 짧은 것이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경남대에서 성주사로 가는 승객, 가포에서 석동까지 가는 승객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도시철도가 승객도 없이 빈 차로 30분 빨리가기만 하면 뭐합니까?

이것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시내버스 노선 중에서 도시철도와 가장 유사한 노선의 버스 이용 승객을 확인해보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검증을 해보지 않았지만 가포-석동 구간을 하루 10만명이 이동한다는 예측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울러 도시철도가 생기면 버스 승객뿐만 아니라 승용차를 이용하던 사람들도 상당수 도시철도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믿기 어렵습니다. 가포-석동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는 서울 지하철이 아닙니다.

도시철도만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승객 숫자는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도시철도 역까지 가야하고, 도시철도에서 내리면 목적지까지 가기 위하여 다시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결국 도시철도를 타고 가서 시내버스로 환승을 하게 되면 30분 시간 단축은 아무의미 없는 통계 숫자일 뿐입니다. 어쩌면 도시철도를 타고 가서 시내버스를 환승하여 목적지까지 가는데는 환승 시간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릅니다. 

도시철도가 승용차 보다 빠르고 편리하다는 거짓말?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도 승용차를 두고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대로 승용차이용이 줄어들려면 국제원유가격이 지금보다 3배, 4배 정도 치솟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원유가격 상승이라는 특별한 외부 변수 혹은 획기적인 승용차 억제 정책이 없는 한 승용차 이용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팔용터널과 제 2봉암교가 개통되고 마산, 진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만들면 승용차 이용은 더욱 편리해지게 됩니다.

도시철도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승용차를 세워두고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기적(?)이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김해-부산 경전철처럼 승객이 모자라 통근버스와 통학버스 운행을 중단을 검토하고 시내버스노선을 바꿔 억지로 승객 늘이는 한심한 짓을 따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서울 시민들이 승용차 대신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지하철이 편리한 탓도 있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창원에 비하여 열배, 백배는 더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꼭 좀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창원 도시철도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얼마든지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합니다. 믿을 수 있는 예측통행량과 계획을 내놓아야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노면전차 방식의 도시철도 외에는 대안이 없는지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합니다.

전체 공사비 6468억원 중에서 국비가 60% 지원되는 것만 강조해서는 곤란합니다. 김해-부산 경전철처럼 민자사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2020년 개통 후에 적자가 발생하면 결국 시민들이 그 적자를 떠안아야 합니다.

도시철도를 사업을 지금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박완수 창원시장가 김두관 경남지사가 기획재정부에서 2020년 도시철도 개통 후에 승객 수가 적어 적자가 발생하면 국비로 적자보전을 해준다는 ‘공증’이라도 받아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