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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심야어린이집이 더 필요하다구요?

by 이윤기 201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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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일자리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꼭 함께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 이른바 워킹망은 늘어나는데 여전히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TV 뉴스에서도 잊혀질만하면 한 번씩 '보육 시간 연장' 문제를 다룹니다. 엄마, 아빠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야간 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지요.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해보면 어렵지 않게 이런 뉴스를 찾을 수 있습니다.

"5살 이하 자녀를 둔 엄마 3명 가운데 1명, 약 60만 명은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저녁이나 밤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문제는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오후 7시 반 이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엄마 직장인들의 고충을 OOO기자가 들어봤습니다."(뉴스 보도 중에서)

"엄마 직장인, 이른바 '워킹맘'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 보육문제일겁니다. 자녀를 언제든 믿고 맡길 곳이 있어야 하는데,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봐주는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오늘 뉴스플러스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뉴스 보도 중에서)

뉴스는 어김없이 직장 다니는 엄마들의 인터뷰로 이어지는데, 대부분 직장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보육시설 운영 시간이 늘어나야한다는 주문입니다.

"아이들 상황이나 컨디션이 매일 매일 다르니까 출근시간에 맞춰서 가는 게 힘들고 항상 마음이 조급하죠."

"어린이집 운영시간 맞춰서 오기가 마음이 조급하고 힘들어요. 매일 매일 전쟁 같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맞벌이부부이다 보니까 저의 조건에 맞는 어린이집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하긴 하지만 부모님께 맡기게 됐어요."

"퇴근하면 밤 9시 정도가 되거든요.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이 오후 6시인데 3시간 동안 아이가 혼자 있어야 되거나..."

뉴스는 퇴근시간 시간까지 그날 일을 다 마무리하지 해도 워킹망들은 다른 동료들처럼 야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부각시킵니다. 어린이집이 오후 7시 반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일거리를 싸들고 아이를 데리러 달려가는 워킹맘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카메라로 보여줍니다.

과연 이런 뉴스가 바람직할까요? 뉴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일과 아이 양육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기는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이들을 맡기는 보육시설의 보육시간을 야간보육, 심야보육으로 늘이는 것이 올바른 대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야간보육, 심야보육에 이서서 24시간 보육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일찍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엄마, 아빠의 퇴근 시간이 빨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에게 과도하게 일을 많이 시키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들이 제 시간에 엄마, 아빠 품으로 갈 수 없는 것이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뉴스를 보면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보육시간이 짧은 것은 불만이지만,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직장에는 불만이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실제로 그럴리는 없겠지요)

사실, 보육시설의 보육 시간이 늘어나면 결국은 보육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은 더욱 나빠집니다. 일선 어린이집에서는 교사를 늘이는 것이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낮 시간에 아이들 돌보던 교사들이 당직제로 야간, 심야까지 아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기쁜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지요.

결국 일하는 엄마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늘어나고 근무조건도 점점 열악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사회적 대책은 보육시설을 야간보육, 심야보육, 24시간 보육으로 보육시간을 자꾸만 늘일 것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업무도 줄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서 보육시설을 늘이고 보육시간 연장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나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며, 여성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권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지금 직장 다니는 엄마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을 줄이면 더 많은 엄마들에게 일자리가 돌아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아도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엄마들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지요.

영유아를 둔 엄마, 아빠들은 정부를 향하여 보육시설을 늘려달라, 보육시간을 늘려달라고만 요구 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