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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의정비 차등, 행안부 불가 방침 유감

by 이윤기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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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방의원들에게 의회 출석과 의정활동 실적에 따라서 의정 활동비를 차등 지급하려는 거제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새로운 시도와 행정안전부의 불가 방침에 관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방의원들에 대한 유급제 시행이 3년째 접어들면서 의정비로 인한 말썽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가이드라인을 책정하였지만 아직까지 주민들의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한, 서울의 일부 구의회의 경우 지난해 의정비를 인상하면서 지방자치법 시행령과 행정안전부가 정한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운영지침을 어겨 재심의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구의회는 의원들이 직접 섭외한 사람으로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설문조사에서도 의원들이 낮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처럼 문항을 작성하여 의정비 인상에 유리한 답변을 유도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2006년에 지방의원 유급제가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규모와 재정 형편에 따라 2000만원에서부터 4000만원에 이르는 의정비가 지급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가 처음 출발할 때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작되었지만, 3년 전부터 의정비 지급이 이루어진 것은 유급제를 통해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적정한 의정비를 지급하는 대신에 무보수 명예직일 때보다도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더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의정활동 나태해도 똑같은 의정비 지급

그렇지만, 지방의원들은 시장, 군수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 급여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의정비가 낮게 책정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반대로 시민들은 현재 의정비 조차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성과에 비해서는 많이 지급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신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의정비에 비하여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방의회와 시민들간에 의정비 책정을 둘러싸고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경남 거제시의회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획기적인 의정비 책정안이 나와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2006년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책정된 현행 의정비는 열심히 활동하는 의원이나 출석 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의원이나 모두 똑같은 금액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고 시정 질문도 많이 하고, 주민들에게 도움되는 조례입법도 열심히 하는 의원이나 의회가 개원되어도 출석조차 하지 않거나 4년 내내 회의시간에 발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조례 한건 만들지 않아도 똑같은 의정비를 받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거제시의회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이런 제도를 뜯어 고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의원들의 의회출석, 질의, 조례안 발의 등 의정활동을 살펴 의정비를 차등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이며, 의정비 차등 지급을 위한 기준도 만들겠다고 하였습니다.

"행안부, 의정비차등 지급 불가능"
"자치입법권 보장, 관련 근거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 실적과 성과에 따라 상, 중, 하로 차등 지급을 하려는 계획에 대하여, 동일 자치단에 내에서 월정수당 지급기준을 차등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반쪽짜리도 안 된다는 것을 이번에 행정안전부가 또 한 번 확인시켜준 것 입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의정비를 차등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방의회가 조례로 차등지급 규정을 만들 수 있어야 지방자치의 취지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행정정보공개조례나 담배자판기설치금지 조례의 경우에도 이런 반대에 부딪쳐서 대법원 소송까지 거쳐서 입법이 되었었지요.

이번 거제시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의정비 차등지급 방안이 행정안전부의 반대를 넘어서서 자치입법을 통해서 꼭 조례로 제정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방의원들이 반대한다면, 주민발의를 통한 조례제정을 시도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주장처럼 지방자치법에 근거가 없다면, 오히려 중앙정부가 거제시 의정비심의위원회와 거제시민들의 입장을 존중하여 의정비 차등지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제시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 위원은 “의원들 중에는 1억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의원이 있는 반면, 지금 주는 3천 7백만원도 아까운의원도 있다”면서 여전히 차등 지급의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저도 신문에서 이 기사를 보고 만나는 사람마다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대부분 진작에 이런 제도가 마련되었어야 한다고 하셨고, 많은 분들이 지방의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차등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 말고는 다른 공직자는 물론이고 세상 어떤 직장에도 결근을 하고도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가는 곳은 없습니다. 의회에 출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도 똑같이 의정활동비를 받아가는 잘못된 제도 이번 기회에 꼭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1월 11일 KBS 창원라디오 생방송 '오늘' 시민기자 칼럼에 방송했던 내용을 많이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