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물부족은 식량부족, 물 전쟁은 식량전쟁

by 이윤기 2011. 6. 2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유엔에서 우리나라를 물 부족국가로 분류한 이후 물 부족을 홍보하는 다양한 공익 캠페인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생활용수가 부족하지도 않고 강과 계곡에 물이 가득한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을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식량문제와 연관지어 물 부족 국가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미국의 환경·인구 연구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쿠웨이트·싱가포르 등 19개 나라를 ‘물 기근 국가', 리비아·이집트·벨기에·한국 등은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또 유엔은 농·공업용수의 급증으로 202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 2025년에는 3명당 2명꼴로 물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올해를 기준으로 8억t, 2016년에는 10억t의 수자원이 부족하고, 2025년에는 생활·공업용수로 하루 382만t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통계를 내놓은 정부는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이유로 수자원을 제대로 관리 보존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말합니다.

비가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댐과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모아놓지 않으면 물이 부족하다는 논리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수자원 관리를 내세워 4대강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1/05/31 4대강사업 항공사진 불법준설상주보_하류 by 부산시민운동본부(Save 4 Major River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공업용수보다 농업용수가 부족이 더 심각하다

또 선진국에 비하여 물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0년 국민 1인당 수돗물 소비량이 독일은 151ℓ, 영국 139ℓ, 덴마크는 114ℓ인데 우리나라는 275ℓ나 된다고 합니다. 귀한 물을 ‘물 쓰듯' 쓰는 것입니다.

수돗물 값이 싸기 때문에 물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수도 요금은 덴마크가 t당 1만1344원, 프랑스 4599원, 독일 4008원, 영국은 2608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609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물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 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환경운동가들은 무엇보다도 더 심각한 물 부족의 위협은 바로 식량문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소비하는 공업용수는 연간 110세제곱미터이지만, 농업용수는 연간 500세제곱미터로 5배나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식량생산에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물 부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매년 식량의 7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쌀을 제외한 식량의 95%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식량안보라는 관점에서 식량자급율을 높여나가면 심각한 농업용수 부족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쌀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그것의 3600배인 3.6톤의 물이 필요하고, 밀과 옥수수는 2000배인 2톤, 콩과 보리는 2500배인 2.5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육류의 경우는 더 많은 물이 필요한데 닭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4500배인 4.5톤의 물이 필요하며, 돼지고기는 6000배인 6톤 그리고 쇠고기 1kg 생산에는 무려 2만 1000배인 21톤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이 부족하면 굶주린다

따라서 물의 절대량이 부족한 나라나 지역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것은 물을 수입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매년 수천, 수만 톤의 소, 돼지, 닭고기와 밀,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을 수입하는 것은 매년 수십억 톤의 물을 수입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값 비싼 외국산 생수를 수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먹을거리 대부분을 남의 나라에 의존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물 위기'는 급격한 사막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처럼 마실 물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에너지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고갈이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먼 거리를 수송하는 식량은 엄청난 ‘사치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식량수출국에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식량수입국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 위기가 닥치면 '목이 마른 게 아니라 배가 고파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6월 21 KBS 창원방송 생방송 경남 청취자 칼럼 원고를 고쳤습니다.

☞ 아래 더보기를 누르시면 물부족 만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