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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김정길, 노무현을 넘어서야 대권 가능하다

by 이윤기 201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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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24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정길 전 행정장치부 장관 블로거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 블로그 간담회는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서울과 부산 경남에서 열다섯 명의 블로거들이 참여하여 대선가도에 뛰어든 김정길 전 장관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 열린 <김정길의 희망>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대선 출정식 분위기였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 자신은 ‘왕바보 김정길’이라고 자칭하였다는 하였다는 보고서 별로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블로그 간담회에 참여하였습니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바보 노무현’, ‘왕바보 김정길’이라는 구호로는 대통령후보로서 국민들의 지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대표, 유시민 대표 등과 비교하면 인지지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보다 더 나은 매력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손학규, 박근혜 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않느냐?

실제로 블로그 간담회에서 김정길 전 장관을 직접 만난 후에도 그 느낌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난 본 김정길 전 장관에게서는 강한 권력의지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김정길, 나보다 나은 후보가 있으면 그만둘 수 있다” 하는 이야기를 반복하였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김정길은 야권 연대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잘 해줄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블로거 중 한사람이 그 지적하였더니 김정길 전 장관은 강하게 부인하기는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석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그 만큼 내가 자신 있고 당당하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정치 경력이나 살아 온 이력으로 봐도 박근혜나 손학규 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않느냐? 나 보다 나은 후보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길 전 장관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가 꼭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그런 확신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비슷한 시기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을 때와 같은 깊은 인상을 받지도 못하였습니다.

세 시간여 이어진 간담회에서 김정길 전 장관의 매력을 많이 발견하였지만 끝내 이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간담회 중에 김정길 전 장관은 자신은 “선거에 떨어지면 정치를 안 한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정치는 선거에서 국민들이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선거에 낙선하고 당사에 드나드는 선배들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낙선한 정치인의 정치 활동에 대한 생각도 매우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당 정치라고 하는 것은 원외에서도 얼마든지 중요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선거에 떨어진 후에도 다양한 원외 활동으로 유권자들과 만나고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도 부산에서 여러 차례 낙선하였지만 민주당 선출직 당직을 맡아 정치 참여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말한 ‘낙선한 정치인의 초라한 뒷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관과 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을 지낸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으로는 역시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교 대표에 대한 평가와 그분들에 비하여 자신이 훨씬 정통성(?)있는 대권후보라는 주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국정현안에 의하여 입을 다물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나 이념적 정체성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에 비하여 김정길 전 장관은 국정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분명하였기 때문입니다.



민주정부 10년을 이어가는 김정길이 꿈꾸는 나라

그는 지난번 부산시장 선거 당시 만난 독거노인의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무상급식, 빈부격차 문제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밝혔습니다.

“보육료 걱정하지 않고 아이 낳을 수 있는 나라, 돈이 없어서 병원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는 나라, 가난 때문에 목숨 끊는 국민이 없는 나라, 가난해서 공부 못하는 일이 없는 나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출산율을 높이고 자살율을 낮출 수 있는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부자에게 명예를, 가난한 이들에게는 존엄성을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한 쪽 세력이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고, 이제 그런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면 근본적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균형을 맞추는 대통령이 아니라 가난한 자를 위한 대통령이 필요합니다만 그의 주장을 반박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 우리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른바 퍼주기라고 주장하는 돈, 북한에 지원한 돈이 연 평균 5000억 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모두 1700조 정도 된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국제 신용평가 기관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다. 그러면 금리 부담이 늘어나는데 10년 동안 북한에 퍼 준(?)것 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

기본적으로 햇빛 정책을 비롯한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10년의 남북관계 진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정길, 노무현의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

블로거 간담회를 하는 동안 김정길 전 장관의 매력을 조금씩 확인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 보다 나은 점, 노무현 보다 더 매력적인 무엇(?) 이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 후보들에 비하여 훨씬 정통성 있는 대선주자라는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분명한 것은 김정길 전 장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서평 블로거인 제가 <김정길의 희망>을 주문하였습니다. 그를 직접 만난 후에 대선 출마를 겨냥하고 쓴 책을 통해 김정길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꼼꼼히 살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서라기보다는 노무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1990년 3당 합당을 거부한 정치인 김정길은 20년 동안 5번의 선거에서 낙선하였습니다. 지역주의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그의 정치 이력은 안타깝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그늘에 짙게 가려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야권의 대선주자로 우뚝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큰 그늘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서도 국민들에게 “김정길 같은 사람이 꼭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을 이어가면서도 역사의 수레를 한 걸음 더 앞으로 밀고 갈 수 있는 사람은 김정길뿐이다” 하는 그런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