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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비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김홍빈 대장

by 이윤기 201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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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를 하면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 중에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바로 김홍빈 대장입니다.

그는 1991년 북미 맥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던 중 사고를 당해 열 손가락을 모두 잘라낸 장애인입니다.

 2009년에는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으로 사상 첫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하였을 뿐만 아니라 8000미터 14좌 등반을 진행중에 있는 유명한 산악인입니다.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 대부분이 김홍빈 대장을 처음 만났지만 그는 이미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방송국에서 조사한 '장애인이 가장 만나고 싶은 장애인 1위'로 뽑힌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반가였기 대문입니다.


 

 

최근 그는 등산뿐만 아니라 사이클에도 도전하였는데, 한국장애인 도로사이클 대회 및 국가대표선발전에서 개인부문 2위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광주YMCA가 주최한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뒤 사이클에 자신감이 생겨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7월 27일 - 8월 3일까지 개최된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김홍빈 대장도 함께 참가하였습니다. 청소년참가자들에게 김홍빈 대장의 등반과 도전이야기를 특강으로 들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구간을 함께 달렸습니다.

단순 참가자로 청소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정도가 아니라 청소년 국토순례의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7박 8일간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하면서 김홍빈 대장은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확실하게 깨뜨려주었습니다.



국토순례가 시작된 후 광주지역에서 참가한 다른 성인 참가자 세 분과 팀을 이루어 청소년들의 안전한 도로주행을 돕는 로드 가이드 역할을 맡아주었습니다. 교차로가 나올 때마다 전체 대열의 앞쪽으로 달려나가 자동차의 우회전, 좌회전을 막아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입니다.

네 명이 팀을 이루어서 하는 역할이기는 하지만 매우 힘든 일입니다. 전체 대열의 선두에서 주행하다가 전방에 교차로가 나타나면 두 명이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 좌회전 차량과 우회전 차량의 교차로 차량 진입을 막아내고, 전체 대열이 다 지나간 후에는 대열 맨 후미에서 빠른 속도로 대열 맨 앞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이 때도 청소년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전체 대열의 왼쪽을 따라서 앞 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옆 차선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주의 깊게 살피며 다녀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는 7박 8일 전체 일정 동안에 하루도 쉬지 않고 로드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둘째 날 저녁에 김홍빈 대장의 특강을 들으며 "와 굉장한 사람이다"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더 큰 감동을 준 것은 7박 8일 내내 청소년 참가자들과 함께 지낸 그의 열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청소년 참가자들이 도로를 주행할 때는 로드 가이드 역할을 맡아 주었고, 가파른 오르막 길이 나타나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면 오르막 길을 아래 위로 오가며 큰 소리로 아이들을 격려해주었습니다.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할 수 있다", "노력하면 된다", "그냥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이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무협영화를 보면 휙~휙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가 사이클을 타고 질주할 때면 바로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가 힘차게 패달을 밟으며 지나가면 쉭~쉭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청소년들이 33km 새만금 방조제를 달리는 동안 그는 여러 번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습니다. 국토순례 구간 중에서 자동차와 마주치지 않는 가장 안전한 구간인 이곳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것 처럼 보이더군요. 아이들이 33km 구간의 절반도 가지 않았을 때, 새만금 방조제 끝까지 달려갔던 그가 우리 옆을 스치고 출발점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아이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또 한참 후에는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면 청소년들 옆을 빠르게 지나 새만금 방조제 끝까지 달려가더군요.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직접 그의 손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도 그가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김홍빈 대장은 휴식 시간이 되면 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군데군데 무리지어 휴식하고 있는 청소년 참가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하는라 바쁘게 움직이더군요. 그뿐만 아니라 틈틈이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자전거 국토순례의 진행 상황을 온라인을 통해 전파하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김홍빈대장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여느 장애인을 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이들도 자전거 '짱'인 그와 스스럼 없이 어울렸습니다. 먼저 달려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친구처럼 장난을 걸거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새 아이들에게 '대장'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김홍빈 대장과 함께 7박 8일을 보내는 동안 아이들도 저도 장애인에 대하여 가진 편견 한 가지는 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만, 김홍빈 대장을 만나서 함께 지내는 동안 비장애인인 우리가 장애를 극복한 김홍빈 대장의 도움을 크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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