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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 지원, 경찰은 메뉴얼이 없나?

by 이윤기 201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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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에서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가는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를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임진각에 도착하였을 때, 스스로를 자랑스럽고 대견해하는 아이들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오늘은 경찰의 지원과 협조에 관하여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저희는 전남 강진에서 임진각까지 가는 국토종단 자전거 순례였기 때문에 경찰청을 통하여 주행 구간의 경찰 협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경찰은 관할 구역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이 바뀔 때마다 지원해주는 경찰도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찰이 바뀔 때마다 지원 방식도 바뀐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곳은 경찰이 안전한 자전거 타기가 가능하도록 적절하게 차선과 교차로를 통제하고, 차량 방송을 이용하여 운전자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어떤 지역은 그냥 경찰차를 타고 맨 뒤에 졸졸 따라오면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승용차와 대형버스와 트럭이 자전거 국토순례 대열을 사이로 끼어들어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만 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자동차가 밀고 들어와도 못 본척 하는 경찰?

"경찰이 아무것도 안 하고 따라만 다닐거면 뭐하러 나왔나?"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만, OO시를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무능한(?) 경찰의 협조를 참으면서 가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적 보고가 필요한지 순찰차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사진촬영은 정말 열심히 하더군요.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정확하게 밝혀둡니다만, '강 건너 불구경 하듯'하는 경찰은 딱 2곳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전체 구간을 지원해 준 수 많은 도시의 경찰은 아주 기분 좋게 지원과 협력을 해주었습니다. 힘들게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격려해주었구요.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 곁으로 다가와서 '대단하다'며 격려하는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후미에 뒤쳐지는 아이들이 있어도 끝까지 순찰차를 타고 따라오면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지원 해주었습니다. 또 아픈 아이들을 순찰차에 태워서 이동시켜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전거 국토순례를 지원, 협력 해 준 경찰의 평점을 매긴다면 80점 이상입니다. 다만, 1~2곳의 경우 "도대체 이런 행사를 왜 하나?"하는 아주 귀찮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면서 진행자들을 대하는 경찰이 있었다는 것이 흠이었습니다.



국토순례 전 구간 중에서 두 곳에는 지원 나온 경찰들이 'MTB 동호인'들이었는데, 정말 끝내주게 교통 통제를 잘 해주었습니다. 특히 한 곳은 순찰차 한 대만으로 150대의 자전거가 도심 구간을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교차로 통제를 확실하게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다음 교차로의 신호주기까지 감안하여 자전거 국토순례 대열의 속도까지 적절하게 조절해주고, 교차로에서 차량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전거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아마 그 경찰분이 자전거를 타 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어떤 큰 도시의 경우에는 순찰차뿐만 아니라 여러 대의 싸이카가 함께 나와서 교차로마다 번갈아가며 신호를 잡아주고 신속하게 도심지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운전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방송도 해주었구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짜 문제는 도시마다 지원나오는 경찰의 규모가 전부 다르고, 또 지원나온 경찰이 누군가에 따라서 지원방식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자전거 150여대가 한꺼 번에 이동하는 상황을 경험해 본 일이 없는 경찰은 무조건 신호를 지키면서 가야한다고 고집을 피우더군요. 



순찰차 한 대로도 완벽하게 지원해주는 경찰?

그런데 150여대의 자전거가 한 꺼번에 이동하기 때문에 도심 구간에서는 교차로 1 곳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2~3 곳의 교차로에 동시에 부담을 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차로 마다 신호등에 대열을 세우는 것 보다 적절하게 교통 신호를 통제하여 정차 시키지 않고 자전거를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것이 교차로에 부담을 덜 주는 효과적인 방법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자전거가 도로에서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릴지도 몰라 사족을 달자면, 우선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에게 영향을 덜 주는 방식을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저희 경험으로는 150대의 자전거 대열이 교차로마다 멈추었다가 신호를 받아 출발하는 것이 교통체증에 더 큰 영향을 주더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지원나온 경찰과 자전거 순례단의 교차로 통과 방식에 관하여 의견이 충돌할 때가 많았습니다. 저희의 원칙은 '무조건 경찰이 지원해주는대로 한다'였습니다. 물론 관할 구역이 바뀔 때마다 지원나온 경찰에게 앞 구간은 어떻게 협력해 주었는지를 말해주었습니다만, 대부분 경찰들은 자기 스타일대로 지원해주더군요.



대한민국 교통경찰에 이런 상황에 대한 메뉴얼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150여대의 자전거가 동시에 주행하는 상황에서 도심구간 통과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국도 2차선, 국도 4차선에서는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지 하는 것들이 메뉴얼로 만들어져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환경, 녹색성장을 부르짖으며 대통령부터 시장, 군수들까지 자전거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하고, 전국을 자전거 도로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놓고 있으니 경찰에서도 이런 메뉴얼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교통정책은 자동차가 중심이었습니다. 교통 행정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자동차가 편리하고 빠르게 다닐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선 경찰들도 자동차보다 보행자나 자전거를 우선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통선진국, 특히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보급을 늘리고 자전거 선진국으로 가려면 앞으로는 이런 흐름이 바뀌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행자우선, 자전거 우선 그리고 자동차는 불편한 교통정책과 그런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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