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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곗돈 500만원 털어 박원순 펀드 가입

by 이윤기 2011.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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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 나오는 '민우회'는 여성민우회가 아니라 제가 속해있는 친구들의 계모임 이름입니다. 여성민우회로 오해하지 마세요.

오백만원 곗돈을 털어 박원순 펀드에 가입하였습니다. 저 한테 오백만 원이나 되는 큰 돈이 여윳돈으로 있지도 않고, 곗돈을 털었다고 하였으니 제 돈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이른바 486세대입니다. 1980년대 중반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함께 하던 친구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친목 모임이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두번씩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크고 작은 경조사도 챙기고, 서로 아이들 키우는 '자랑질'도 하고 그러는 모임입니다. 대학을 졸업 하자마자 만든 모임이라 벌써 20년이 다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만난 11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인데, 몇 해전 친구 두 녀석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지금은 9명이 멤버입니다.

<관련 포스팅>
2009/09/13 - [숨 고르기] - 혁명가를 꿈꾸던 마흔 다섯 아쉬운 삶
2009/09/23 - [숨 고르기] - 혁명을 꿈꾸던 또 한 친구가 떠났습니다.




1990년대 초반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때부터 적은 금액이지만 회비의 50%는 먹고 노는데 사용하더라도, 나머지 50%는 꼭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쓰기로 하였습니다. 대부분 생활인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작은 보탬이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자는 취지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모임을 만들고부터 약 10년 동안은 창원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 조직에 후원금을 냈습니다. 시민단체나 공개적인 민중운동단체처럼 회원을 모으고 회비를 걷고 할 수 없는 단체를 후원하였습니다. 이 시절에는 후원금을 잘못 내면 나중에 줄줄이 잡혀가는 일도 있었던 때입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도 변하고 그 단체도 해산되어 버린 후에는 '노동자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를 3~4년 정도 후원하였습니다. 꾸준히 회비로 모으는 돈의 50% 의미있는 단체를 후원하는데 사용하였지만 그래도 회비가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와 민주노동당에 50만원씩 후원금을 냈습니다. 

멤버들 중에 당시 노무현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어 똑같이 후원금을 나눴지요. 그뒤 친일인명사전편찬에도 공동으로 후원금을 냈고, 우토로 모금에도 마음을 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모임에 속해 있는 친구들은 개별적으로도 이런저런 의미있는 곳에 후원도 하고, 제가 속해있는 단체를 위해서도 매년 후원금을 내고 있습니다.



박원순 펀드 가입, 문자로 카페 댓글로 3시간 만에 만장일치 결정

사실 사는 일이 바빠서 자주 만나지도 못합니다. 고작해야 1년에 한 두번 만나게 되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좀 뜸해졌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곗돈돈을 털어 의미있는 일에 쓰자고 제안을 하면 어렵지 않게 의견을 모아 신속하게 결정하고 참여합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어제(26일) 낮부터 '박원순 펀드' 모금이 시작된 것을 보고 멤버 전원에게 '펀드 참여'를 문자로 제안하였습니다. 오후 늦게쯤 멤버 중에서 한 명만 빼고 모두 '찬성한다'는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회비를 모아놓은 곗돈돈 통장에서 500만 원을 박원순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곧바로 국민은행 계좌로 입금해버렸습니다. 사실 생활이 빠듯한 40대 직장인들이 오백만원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고, 아무리 의미있는 일이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위한 '박원순 펀드'에 묶어두는 것도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마 각자 주머니를 털어 오백 만원을 만들려고 하였다면 이렇게 빨리 모금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모금이 안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겨우 몇 시간만에 이렇게 일사천리로 의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돈이 바로 곗돈돈이었기 때문입니다.


돈, 내가 낸 돈이지만 내 돈 아닌 돈...좋은 일에 써야지

분명히 그동안 매달 3만원씩 내가 회비를 낸 돈이기 때문에 그 돈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데는 1/N의 권리가 있습니다만, 어차피 곗돈돈은 내 주머니를 떠난 돈입니다. 내가 낸 돈이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내 돈이 아닌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있는 일에 곗돈돈을 쓰자는 결정은 비교적 쉽게 의견이 모아집니다. 

이유는 또 있군요. 이 돈은 꼭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중요한 이유가 되었겠네요. 혹시 박원순 후보가 15% 득표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면, 오백 만원이라는 거금(?)을 박원순 펀드에 투자하자는데 반대하는 회원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회원들 모두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보도를 통해 박원순 펀드는 100% 회수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더군요.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선거에, 2012년 정권교체를 향해가는 중요한 선거에 서울에 사는 유권자는 아니지만 뭔가 꼭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9명의 친구들 중에 딱 1명만 서울에 살고 있는 유권자이고 나머지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좀 더 본질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거꾸로 가고 역사와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는데, 현재의 야당만으로는 뭔가 미심쩍고 불안하였는데, 야권과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가장 믿을 만한 시민운동지도자가 깃발을 세웠으니 우리라도 힘을 보태야한다는 '이심전심'이 작용하였던 것입니다.

아침 뉴스를 보니 박원순 펀드가 9시간 만에 15억을 모금하는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더군요.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펀드도 반토막나게 생겼는데, 박원순 펀드 보다 더 확실한 투자가 어디 있을까요? 이게 바로 국민들의 마음이라고 생각됩니다. 안철수와 박원순이 치켜든 깃발로 인하여 국민들이 희망을 품고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