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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행정체제 개편, 왜 시군분리 방안은 없나?

by 이윤기 201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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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이명박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행정체제 개편 대비 도, 시군 공무원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경상남도 주최한 이 행사는 지방행정 체제 개편 대비 직무 교육 및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행사였습니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전체 일정 중에 '바람직한 시군통합 방안 포럼'이 포함되어 있었고, 저는 이 포럼에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참가하였습니다. 


'바람직한 시군통합 방안 포럼'은 경남대학교 옥원호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조성호 위원(경기개발연구원)이 발제를 하였고, 경상대학교 최상한 교수, 경남대학교 정원식 교수, 통영의제 21 위영희 위원장 그리고 제가 토론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이미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을 통해서 워크숍과 포럼에 관하여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오늘은 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법과 지방행정체제개편 일정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를 중심으로 포스팅 합니다. 



행정체제 개편...통합만 있고 분리는 왜 없나?

그날 발제를 맡은 조성호 위원께서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 계획'을 자세하게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마침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만든 홍보 영상에도 그 필요성과 추진방안이 잘 설명되어 있더군요.

아래 동영상이 있으니 잠깐 시간을 내서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향과 창원시 통합의 실패 사례를 보면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첫째,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안에는 통합 방안만 있고 분리 방안은 없습니다.

지방행정체제를 개편이라고 이름 붙였놓았지만,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 계획에는 행정구역을 합치는 방법과 절차만 담겨 있고, 행정구역을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예컨대 마산, 창원, 진해와 같이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어 다시 행정구역을 분리하자는 주민여론이 팽배하여도 분리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산, 창원, 진해 사례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취지에 맞추려면 당연히 시군 통합 절차 뿐만 아니라 시군 분리 절차와 방법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약 행정구역 시, 군 절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시, 군분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 사천-삼천포 혹은 창원시에서도 곧바로 시군, 분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행정구역 통합 사실상 지역 국회의원이 결정권?

둘째,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사실상 지방행정체제 통합인데, 여전히 졸속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도 행정구역 통합(사실상 개편이 아니라 통합)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말로는 여전히 자율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중앙정부가 통합을 권고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결국 중앙정부의 권고가 있는 경우 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행정구역 통합 추진(통합 건의)이 너무 쉽게 시작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니다. 특별법은 주민 1/100~1/50, 의회, 단체장이 통합 건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외국 사례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만,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시장, 시의원 공천권 쥔 국회의원이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행정구역 통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원시 통합 당시 진해에서 시민들과 시의원들의 주민투표 요구를 국회의원이 손 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행정구역 통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민 서명을 받아 통합 건의를 하고 여러가지 통합 활동을 할 수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냥 아무 것도 못하고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이 '행정구역 통합'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찬, 반 여론이 동등한 조건 경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100년이나 된 낡은 행정구역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행정체제가 100년 전 일제 치하에서 만들어진 낡은 행정체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지방행정체제가 일제 치하에서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그동안 한 번도 고치지 않고 그냥 지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도농통합의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도시들이 인구증가와 산업화에 따라서 군이었던 농, 어촌이 시로 바뀌었습니다.

말하자면 낡은 행정체제를 100년 동안 그대로 두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기마다 그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행정구역을 개편해 왔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방행정체제개편 위원회 홍보영상을 보면 현재의 행정구역이 마치 100년이나 지난 낡은 행정체제 혹은 친일잔재라도 되는 것처럼 과도하게 폄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기본적으로 성장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신자유주의 성장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도시들은 더 이상 인구유입이 일어날 수도 없고, 산업화도 정체 상태이기 때문에 행정구역을 합쳐서라도 인위적으로 '성장 동력'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행정체제 개편에는 '복지향상'이나 '삶의 질' 같은 지표들 보다는 오로지 성장 지표가 중심입니다. 인구가 얼마나 늘어나고(사실 늘어나는 것은 아지지요. 합쳐지는 것 뿐인데), 면적이 얼마나 커진다는 성장 지표뿐입니다.

커지면 다 좋은 것일까요? 커지면 경쟁력이 생길까요?

작은 땅 덩어리를 가진 우리나라가 경제규모로 세계 13위이고, 무역수지로는 세계 7위의 강소국입니다. 우리나라 사례만 보더라도 행정구역을 합쳐서 인구와 면적을 늘이면 도시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발상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지방정부가 더 주민들의 복지를 잘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재정자립도만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재정자립도는 중앙과 지방의 재정배분을 바꾸면 얼마든지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행정체제 개편만이 유일한 대안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