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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08:51

올해 대통령 선거, 반드시 '쥐'를 뽑아라

[서평] 토미 더글러스 연설문을 엮은 <마우스랜드>

<마우스랜드>는 생쥐들이 모여 사는 나라의 정치 이야기입니다. <마우스랜드>를 처음 접한 것은 페이스북에 링크된 유튜브 동영상 덕분이었습니다.(동영상은 이 글 맨 아래쪽에 있습니다.)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의 의회 연설문 '마우스랜드'는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최고 권력자에 대한 상징과 겹친 더분에 더 주목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쥐'가 '지배하는 나라'의 이야기를 풍자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니, 고양이의 지배를 받는 쥐들이 모여 사는 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목만 보고 '최고 지도자'를 쥐로 풍자하는 동영상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것입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6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의 명연설

곧바로 이 명연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찾아봤습니다. 토미 더글러스는 캐나다 정치인입니다. 침례교회 목사였던 그는 1935년 연방선거에서 캐나다 의원으로 선출됐고, 1944년 선거에서 다수당이 돼 서스캐처원주의 수상이 됐다고 합니다. 그가 수상이 되면서 북미 지역에서 최초로 민주사회주의 정부가 탄생됐다고 합니다.

"그는 재임 기간 중 정부 소유의 발전회사, 최초의 공공자동차보험회사를 세웠으며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노조를 허용하였고 모든 시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펼쳤다." (본문 중에서)

이런 훌륭한 정치가와 명연설문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의 공중의료 정책 때문에 의사들이 파업하는 등 큰 반발이 있었지만, 1966년 즈음엔 캐나다의 보편적 공중의료정책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미국의료보험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을 폭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보면 많은 미국인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은 왜 미국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가는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무상의료서비스인 공중의료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토미 더글러스는 2004년 CBS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마우스랜드>는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선정된 미토미 더글러스의 1962년 의회 연설문을 동영상과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마우스랜드' 동영상은 유튜브 혹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책보세 출판사는 토미 더글러스의 연설문을 한주리 작가의 그림책으로 다시 엮어 출판한 것이죠.

인터넷에서 신간 도서를 검색하다가 <마우스랜드>라는 제목을 보고 제가 일하는 단체의 회원들과 함께 읽는 '이달의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2012년은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잇달아 치러지는 중요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쥐는 왜 고양이를 통치자로 뽑았을까?

<마우스랜드>는 '투표와 정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생쥐들이 모여 사는 나라에서 생쥐들은 쥐를 통치자로 뽑지 않고 쥐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를 대표로 뽑았습니다. 통치자로 뽑힌 고양이들은 쥐들에게는 불리하고 고양이들에게만 유리한 법을 만들지요.

이를테면 '쥐구멍은 고양이의 발이 들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커야 한다'거나 '생쥐가 일정한 속도 이하로 달리도록 규정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어판 <마우스랜드>의 저자는 지난 60년 동안의 한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마우스랜드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맞는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생쥐들은 투표장으로 몰려가 검은 고양이를 내쫓고 흰 고양이를 당선시키지만, 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를 반씩 뽑았을 때도, 흰 털에 검은 반점이 있는 점박이 고양이를 뽑았을 때도 생쥐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어느 날 고양이의 색깔이 아무리 바뀌어도, 어떤 고양이 통치자로 뽑아도 그들은 고양이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생쥐가 등장합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고양이들을 정부로 뽑는 거야? 생쥐로 이뤄진 정부를 왜 뽑지 않는거지?"

너무나 당연한 물음이지만 다른 생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 빨갱이가 나타났다. 잡아넣어라!"

그래서 생쥐들은 그를 감옥에 가둬버립니다. 토미 더글러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생쥐든 사람이든 감옥에 잡아넣을 수는 있지만 생각까지 잡아넣을 수는 없다."

한국어판 저자는 토미 더글러스의 이 메시지가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그린 그림책 맨 마지막 장에는 '생쥐로 이뤄진 정부를 뽑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죄로 감옥에 갇힌 많은 쥐들이 등장합니다.

2012년, 우리는 쥐를 대표로 뽑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데는 5분 혹은 1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마우스랜드>가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는 데는 1시간 혹은 2시간으로도 모자랍니다. 1962년 토미 더글러스의 연설이 50년 후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둔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한 것입니다.

캐나다 국민들이 '토미 더글러스'를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뽑았다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민주사회주의자 '토 더글러스'를 서스캐처원주의 수상으로 뽑은, 그리고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뽑은 캐나다인들이야말로 정말 '위대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쥐들로 구성된 정부를 뽑고, 쥐들 중에서 통치자를 뽑았습니다. 그 덕분에 오늘날, 많은 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공중의료정책, 노동정책 그리고 사회복지정책의 토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2012년 대한민국에서는 쥐들의 대표를 뽑아 쥐들의 정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쥐들 중에서 통치자를 뽑을 수 있을까요? 정부 수립 이후 60년이 훌쩍 지났지만, 99%의 쥐들이 쥐들의 정부를 뽑고, 쥐들 중에서 통치자를 뽑는 것이 여전히 녹록지 않아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같은 복지정책들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정치가 밥 먹여 준다'는 것을 깨닫는 생쥐들이 정말 많아졌을까요?

<마우스랜드>는 정치와 선거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져줍니다. 투표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2012년 처음 선거를 하게 되는 '새내기 유권자'들은 반드시 주목해야겠죠.








 
마우스랜드 - 10점
토미 더글러스 연설, 한주리 그림/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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