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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돌잔치, 주인공 노릇하는 이벤트 사회자 꼴볼견?

by 이윤기 201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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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잔치에 초대 받아 후배 딸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돌잔치는 시내에 있는 큰 뷔페에서 개최되었는데, 결혼식장 분위기의 돌잔치 행사장이 참 화려하더군요.

 

엄마, 아빠들도 결혼식 때와 비슷한 멋진 파티 복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올 해 대학생이 된 저희 아이들 돌잔치를 할 때만 해도 가까운 가족들이 모여서 돌잔치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을 맞은 아이들은 할머니가 한복을 해 입히곤 하였습니다.

 

그 시절에도 뷔페 같은 곳에서 돌잔치를 하는 친구들이 가끔 있었는데, 돌잔치를 뷔페에서 하면서부터 이벤트 행사로 진행되기 시작하였던 것 같습니다.

 

돌 잔치 때 아이가 유독 많이 우는 이유?

 

뷔페에서 돌상을 마련해주고 돌을 맞은 아이들에게 멋진 파티복을 빌려 입히기 시작하였지만, 요즘처럼 엄마, 아빠가 화려한 파티복을 입고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연예인 수준의 복장을 하고 돌잔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겨난 우스개 이야기도 유행입니다.

 

돌잔치 하는 날 아이들이 많이 울어서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가 엄마를 알아보지 못해서라는 우스개입니다. 엄마가 결혼식 신부화장처럼 예쁘게 꾸미고, 평소에 입지 않던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서 아이가 엄마를 못 알아봐서 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엄마, 아빠가 화려한 변신을 한다는 것이겠지요.

 

요즘 돌잔치를 가보면 결혼식과 많이 닮아간다는 생각이듭니다. 돌잔치 때도 결혼식 웨딩촬영처럼 사진촬영을 하고 돌잔치가 열리는 뷔페에는 모델 수준으로 분장을 한 아이와 부모들 사진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웨딩촬영에 이어서 이른바 돌촬영이 이제 대세가 된 모양입니다.

 

결혼식, 돌잔치 같은 행사들을 이벤트 하시는 분들이 진행하면서 조금씩 상업화가 되어가는 것이지요. 돌잔치를 가보면 돌을 맞은 아이와 엄마, 아빠를 드라마 주인공처럼 만들어주는 대신 행사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확실한 조연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결혼식처럼 축하금을 담은 봉투를 내고 뷔페 음식으로 밥을 먹은 후에 이벤트 회사에서 파견된 사회자가 진행하는 돌잔치가 진행되는 20~30분 동안 열심히 박수를 치는 것이 초대받은 손님들 역할이지요.

 

뭐 이 정도는 요즘세태라고 생각하고 이해할만한데, 최근 다녀온 후배네 딸 돌잔치를 보면서는 돌을 맞은 아이나 부모조차 조연이 되어버리고 이벤트 회사에서 나온 사회자가 주인공 노릇을 하는 모습은 여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돌잔치, 이벤트 사회자 지가 주인공인가?

 

개그콘서트 같은 TV프로그램 흉내를 내는 사회자가 돌잔치의 주인공처럼 구는 것이 못마땅하였다는 것입니다. 사회자가 마치 무대에 나온 가수처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사람들에게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못마땅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사 진행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사회자에게 있었고, 돌잡이 하는 시간을 빼고 나면 아이도, 아이 엄마, 아빠도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별로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회자가 인사하라면 무대에 올라와서 인사하고, 사진 찍으라면 사진 찍고 하는 '배우' 역할이 전부였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워낙 말을 많이 하였을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해야 할 말까지 다 해버리고 행사 진행을 완전히 주도하다 보니 돌잔치의 주인공인 아이와 엄마, 아빠마저도 들러리가 된 것 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돌잔치를 편리한 뷔페에서 하고 엄마, 아빠와 아이가 모두 화려하고 예쁜 옷을 입고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다 좋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자가 돌잔치 주인공 노릇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날 돌잔치를 보면서 차라리 (이벤트)전문 사회자가 없는 행사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방지축인 전문(?) 사회자에게 돌잔치 진행을 시킬 것이 아니라 좀 서툴더라도 아이 엄마, 아빠가 역할을 나눠서 해도 충분히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돌잔치를 자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상 돌잔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니 이벤트 회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사회자에게 모두 맡겨버리고 들러리 노릇을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돌 잔치도 스토리텔링 해보면 어떨까?

 

엄마, 아빠가 돌잔치 순서를 만들고  정성과 마음이 담긴 인사말을 준비하여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잘 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디어가 많은 분들이 먼저 돌잔치를 하고 자신이 경험한 재미있는 진행순서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벤트 회사의 천방지축 사회자 보다는 엄마, 아빠와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돌잔치를 '문화'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결혼을 한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 길러봐야 어른이 된다고 합니다.

 

돌 잔치 하는 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1년 동안 아이를 길러 본 부모들이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축하하러 온 친지 친구들과 함께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났던 날, 엄마 아빠의 마음, 아이가 아팠던 날, 아이가 뒤집기를 하던 날, 아이가 배밀이를 하던 날, 아이가 옹알이를 하던 날 그런 날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겁니다.

 

아이의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꾼 태몽을 이야기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사람만 탄생 설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할머니 혹은 외할머니의 태몽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모든 아이들은 '탄생 설화'가  생기는 겁니다.

 

또 돌잔치에 가면 어김없이 돌잡이라는 걸 합니다. 전에는 돈, 연필, 실타래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청진기(의사), 의사봉(판검사), 마이크(연예인) 같은 것도 등장했더군요.이런 돌잡이 소품도 좀 더 의미 삶을 상징하는 것들로 바꿀 수는 없을까요.

 

최근 주례가 없는 결혼식을 여러 차례 본 일이 있는데 돌잔치도 이벤트 회사에서 나온 전문(?) 사회자 없이 진행해 보면 휠씬 더 자연스럽고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느새 아이들이 다 커서 이제 돌잔치를 할 일이 없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