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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무상보육 논란, 지원축소가 대안인가?

by 이윤기 201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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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영유아 보육만큼은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추진한 만 0~2세 보편적 무상보육 정책이 시행 4개월 만에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오늘은 최근 예산 부족으로 지원 중단 위기에 있는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무상보육예산 왜 이렇게 부족한가?

 

논란의 핵심은 올해부터 시작된 0~2세 무상보육 지원을 담당하는 지방정부가 추가 재원이 없어 보육예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부자동네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보육 지원예산이 바닥났고, 경남의 경우도 10월이면 무상보육 지원 예산이 바닥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창원시 시비부담 30%, 서울시 시비부담 80%)

 

무상보육 예산이 이렇게 부족한 것은 지난해 연말 정부는 만 0~2세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계획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가 전 계층 지원으로 확대해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전 계층에 대한 0~2세 무상보육예산으로 3698억 원 예산을 배정했지만, 가수요가 발생하여 2481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처럼 엄청난 가수요가 발생한 것은 무상보육 확대 시행으로 집에서 엄마가 돌보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보육시설에 몰린 까닭입니다. 0~2세 아이 엄마들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 정부의 무상보육 혜택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고, 보육시설에 맡기면 매월 28만 6천원 ~ 39만 4천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직접 아이를 키우면 정부지원에서 제외되고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면 무상보육을 받을 수 있는 잘못된 제도 때문에 생긴 일 입니다. 인기 보육시설의 경우 대기자가 수백 명씩 보육시설을 입소를 기다리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의 계획없는 급작스런 예산배정과 정책시행으로 지방정부가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상황입니다. 다행히 청와대가 2012년에 한 해 지방정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0~2세 무상보육예산 부족분 확보에 대해 중앙정부가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무상보육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현행제도를 내년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계속제기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무상보육 확대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보편적 지원 VS 선별적 지원

 

한 축은 국회와 정부의 논란이고 다른 한 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논란입니다. 국회와 정부간 대립은 보편적지원과 선별적 지원이라는 제도 자체의 문제이고, 재정부와 지자체 간 대립은 누가 돈을 낼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지방정부들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중심으로 국회와 정부 정책 때문에 재정부담이 늘었으니 국비로 지원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정부가 중앙정부 몫과 지방 몫까지 4800억 원 정도를 예비비에서 지출해야 합니다.

 

반면 중앙정부는 박재완 장관이 직접 나서서 추가수요에 따른 중앙정부 분담 몫(50%) 2400억 원 이외에는 예비비에서 지출할 수 없다는 당초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보다 국회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는 ‘지원제도’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면서 시작된 만 0~2세 전 계층 무상보육 정책은 새누리당의 핵심 총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또 여당은 내년부터 0~5세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돈 줄을 쥔 재정부는 생각은 다릅니다. 장관이 직접 나서서 계층 간 형평성, 추가수요 발생문제 등을 감안해 오는 9월 정부 예산안 확정 전에 보육지원체계를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무상급식 논란이 벌어졌을 때처럼 "재벌가 아들이나 손자도 정부에서 보육비를 대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고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입니다.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결국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만 0~2세 유아에 대한 보편적 보육료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입니다. 올 해 만 0~2세 영유아 모두에게 차별 없이 지원하던 보육예산을 내년부터는 소득계층별로 선별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부자감세 철회로 차별없는 지원해야

 

그러나 이런 정부의 대책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문제는 현행 제도도 보편적 지원이 아니라 선별적 지원이라는 것입니다. 가수요가 발생한 원인도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만 지원하는 현재 제도를 고쳐서 부모나 가족이 키우는 아이들에게도 차별없이 지원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데다가, 내년부터는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도(올해 지원을 받았던 아이들도)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선진국형 '무상보육'이 이루어지려면,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지원을 받아야 하며, 아울러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부모나 가족이 돌보는 아이들도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이나 부모나 가족이 돌보는 아이들이나 똑같이 무상보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올해 보육시설에 생긴 가수요는 대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무상급식 논란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차등 지원 정책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입니다. 재벌가 아들이나 손자 보육비도 정부가 똑같이 부담하고, 대신 상위 5%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면 되는 일입니다.

 

현 정부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고 종합부동세를 없애는 바람에 16조원의 세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22조원에 이르는 4대강 사업 예산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른바 부자감세 정책이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무상보육 예산 확보는 문제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이든, 엄마나 가족이 돌보는 아이든 차별 없이 똑같은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고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