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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먹거리

쇠고기 수입 피해, 우유 급식 확대로 메꾼다(?)

by 이윤기 200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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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봄 "미친소 먹기 싫다"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십대 소녀들이 온 국민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로 불러모았습니다. 2008년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광우병 망령'이 2009년 신학기가 시작되면 우유 강제(?) 급식으로 십대들에게 되돌아오게 될 전망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 농가는 물론이고, 육우 농가도 젖소 송아지값이 폭락하여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합니다. 젖소 사육농가의 경우 불과 5~6개월 전만 하여도 마리당  60여만원 하던 젖소 송아지가 최근에는 2만원, 3만원에 가져가는 사람이 없는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 "젖소 송아지, 2~3만원에도 안 가져가요"

 

관련 단체와 젖소 사육 농가들이 송아지를 끌고 나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되면서 축산농가를 지원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었습니다.

이에 지난해 말 농림수산식품부는 1월 초부터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젖소 송아지 2만 마리를 10만원에 수매하여, 육우농가에 2만원에 판매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젖소 농가에 시장가격과 상관없이 마리당 8만원을 보전해주는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어 온 국민이 반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생긴 축산농가의 피해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메꿔주겠다는 정책을 온전히 지지 할 수는 없지만, 부실 기업이나 은행을 지원하는데 뿌려된 막대한 재정 지원에 비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광우병 망령, 우유 급식으로 되돌아온다

젖소 사육 농가에 대한 육우(젖소 송아지) 정부 수매 실시와 함께 낙농육우협회는 초중고등학교에 우유 무상급식을 확대를 통해 우유 소비를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였습니다. 젖소 송아지 가격하락과 우유 소비 감소에 따른 대책으로 "우유소비확대와 청소년 건강증진을 위해선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단체는 학교급식과 우유 급식을 통합하기 위하여 관련법률을 정비하고, 학교급식 재정지원을 확대와 같은 구체적 요구를 하였습니다. 지난 2일 이런, 낙농육우협회의 우유 소비 확대 주장은 자칫하면 초등학교 우유 강제 급식 확대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우리 애 우유 안먹을 권리를 허하라'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우유가 몸에 좋고 나쁜 것과 상관없이, 우유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해주셨습니다. 우유 강제 급식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제안해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에는 학기초에 아이들에게 우유 급식 여부를 반드시 조사"하도록 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의 경우도 우유 급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댓글이 많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여전히 많은 학교 현장에서는 반강제 우유 급식이 계속되고 있고, 수 많은 급식 우유가 아이들에게 외면당한채 버려지고 있는 사례를 알려주신 독자들도 많았습니다. 교사로서 우유 급식을 위한 판촉활동을 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경남도, 낙농육우 산업 안정 대책으로 우유 무료 급식 지원 예산 27억 책정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경상남도가 학교 우유급식 지원 예산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낙농육우협회의 로비가 제대로 이루어진 모양입니다. 경상남도가 발표한 대책은 낙농육우협회의 요구와 그 내용이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성장기 초 중 고등학생의 우유 무료 급식 지원을 위해 올해보다 5억 원의 예산을 늘려 총 27억 5550만원이 예산을 확보"하기로 하였다는 것 입니다. 짐작컨대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시도 자치단체가 비슷한 방식으로 우유 소비 확대 예산을 마련하게 될 것이 뻔 합니다.

또한, 낙농진흥회는  “농림식품부 및 교육당국과 협력체계 구축으로 2009년 학교급식법 시행령 개정 시 우유급식을 포함시키기로 함으로써 우유급식의 법적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학교우유 급식 확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 해부터 경상남도 교육청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학교 무상급식 예산에는 '우유 의무 급식' 비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예산 낭비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1994년 1인당 34.4㎏이었던 우유 소비량이 2006년에는 28.8㎏으로 줄어들었고,  이것은 소비자들이 우유를 원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그런데, 정책 당국은 오히려 학교 의무(강제) 급식 확대를 통해서 우유 소비를 늘이겠다고 하는 구태의연한 대책을 받아들여 예산을 증액하였습니다.

결국, 경상남도의 경우 학교 우유 의무(강제) 급식이 자치단체 예산으로 뒷받침 됨으로써 학생들의 우유 급식 선택권이 오히려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우유 급식이 무상급식으로 이루어지면, 아이들의 선택과 상관없이 전교생 숫자만큼 우유가 공급되어, 학교 현장에서는 먹지 않고 버려지는 우유가 지금 보다 더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새학기, 정부가 나서서 학교 우유급식 늘린다.

정책 당국에서는 일시적인 육우 수매와 학교 우유 급식 확대로 낙농육우산업이 안정화 될 수 있다는 안일한 판단을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육우가격이 하락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영향도 크게 받았겠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낙농가에 젖소 사육두수가 너무 많고 우유를 과잉생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부 정책이나 젖소를 사용하는 낙농 농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낙농육우협회가 제시하는 대안이 너무나 근시안적입니다. 문제는 낙농유우협회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젖소 사육농가와 낙농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본질은 흰우유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1994년에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이 34.4kg이었던 것이, 2006년에는 28.8kg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우유를 대체하는 두유를 비롯한 다른 기능성 건강 음료들에 우유 시장이 잠식 당하고 있고,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믿음이 깨진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유가공업계에서는 여전히 우유가 몸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하지만, 칼슘 논란 뿐만 아니라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인한 불신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우유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유 과잉공급과 우유 소비 감소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인위적인 소비 확대(우유 강제 급식 확대)로 해결하는 것은 임시방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젖소가 우유를 생산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유소비와 송아지 값 하락에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젖소는 보통 생후 16~17개월 경에 새끼를 배고, 10개월 만에 송아지를 낳으면 그때부터 원유를 짜서 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젖소가 우유 원료인 원유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새끼인 송아지를 낳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우유를 생산이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육우용 젖소 송아지가 태어나야하는 것이지요. 우유가 생산을 늘이면 육우용 젖소 송아지도 늘어나고, 우유 생산이 줄어들면 젖소 송아지도 줄어들 수 있는 것입니다.

우유 소비 감소하는 현실 반영하는 정책 절실

따라서,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명백한 현실이 정부의 축산정책에 적극 반영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책입니다. 정부가 그동안 낙농업을 정책적으로 장려하였다면, 당분간 그 책임을 축산농가와 함께 나누어져야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유생산과 적정 사육 두수를 넘은 젖소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제 농림식품부 및 교육당국과 협력체계 구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적자를 전국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우유 소비를 늘려서 메꾸어야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정책당국과 교육당국에서는 미친소 먹지 않겠다고 촛불들고 제일 먼저 거리로 나왔던, 대한민국 십대들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십대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반대 했던 미국산 수입 쇠고기 때문에,  2009년 새학기부터 먹기 싫은 우유를 의무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올 봄에는 우유 강제(?)급식 반대 촛불이 켜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