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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아마추어? NO, 시민기자가 전문기자 !

by 이윤기 201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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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민기자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2명이 쓴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경험을 담은 책 <나는 시민기자다> 서평을 쓰는 나도 시민기자다.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모든 시민이 기자이고, 모든 독자가 기자인 오마이뉴스니까 자연스럽다.

 

따라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일지 모르는 이 기사는 시민기자인 독자가 쓰는 서평이고, 시민이 쓰는 서평인거다. 그러니 이 서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나 책을 읽고 자신만의 서평을 쓰면 되는 거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부터 학생까지 누구나 회원가입만 하면 시민기자가 되어 학벌이나 직업 같은 것으로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계급장 떼고 맞장 뜨는 곳이다.

 

<나는 시민기자다>를 쓴 12명의 시민기자도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전업주부부터 농부, 회사원, 교수, 교사, 물리학자, 공무원, 역사학자, 목사, 전직 기자, 시나리오작가,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본업을 가진 사람이다. 어쩌면 이런 이름들이 직업이고, 본업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지도 모르겠다.

 

본업이 시민기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알고나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오마이뉴스는 기자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가입만하면 누구나 (시민)기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을 쓴 12명의 시민기자는 아마추어기자가 아니다.

 

기자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가입만으로 기자가 될 수 있다

 

시민기자이지만 자신이 글을 쓰는 분야에서는 어떤 직업(전업)기자도 따라올 수 없을 만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된 것도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면서 직업기자를 위하여 친절한 보도 자료를 쓰고, 공들여 성명서를 작성했지만, 제대로 보도해주지 못하(않)는 기자와 언론들 때문이었다.

 

시민단체가 다루는 사안이지만 조금만 전문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전화로 친절하고 자세하게 보충 설명을 해주어도 지면에 맞춰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사실이 지나치게 축소되거나 왜곡되는 경험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쓰던 경험을 밑천삼아 시민기자가 되어보겠다는 용기를 냈었다.

 

<나는 시민기자다>의 주인공들도 시민기자 생활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들이 있다. 오마이뉴스라는 신선한 매체에 실리는 기사를 애독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민기자로 가입한 전업주부로부터 동생의 권유로 '듣보잡'(당시에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썼다가 댓글이라는 새로운 독자와의 소통에 매료되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중독된 농부.

 

고만고만한 직장 생활에 묶인 회사원에게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미국땅에서 오마이뉴스를 읽다가 반박하는 글을 쓰기 위해 시민기자가 되기도 하였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딱 한가지다.

 

기존 언론매체가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런 욕구를 해소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하여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김없이 오마이뉴스와 만난 것이다.

 

12명의 저자, 시민기자가 된 열두 가지 사연

 

이 책을 쓴 12명이다. 12라는 숫자는 많은 경우에 특별하다. 1년은 12달이고, 하루를 12시간씩 반반으로 쪼개어 시계를 만들었고, 기독교에서는 예수와 마지막 만찬을 나누던 제자도 12명이었다.

 

왜 하필 12명이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 책을 쓴 시민기자는 12명이다. (혹시 오마이뉴스 창간 12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였을까?) 모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대표하는 강호의 고수들이다. 매년 시상식이 오마이뉴스 창간 기념 시상식때마다 이름을 올리던 바로 그들이다.

 

지난 2월 오마이뉴스 시상식에 수상자로 대신 참석했던 대학생 아들 녀석이 "아빠가 엄청 큰 상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시상식 가보니 더 대단한 분들 많이 왔던데요"하면서 창간 기념행사에 다녀 온 소감을 전해주었다. 아들이 만났다는 대단한 시민기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에서도 국가대표급에 속하는 12명이 자신의 경험담 고스란히 <나는 시민기자다>에 담았기 때문이다. 12명의 에이스들이 각자 자신만의 색깔과 맛을 살려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썼지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독자들과 소통하는 좋은 시민기자가 되는 비법(?)'이다.

 

바로 그런 경험과 경험을 통해 체득한 비급을 자신이 쓴 기사를 사례로 들어 친절하게 소개한 말하자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침서이다. 단숨에 읽지 않고 여러 날 나누어 곰씹어 읽으면서 몇 번이나 무릎을 치고, 불현듯 뇌리를 스쳐가는 깨달음을 경험하였다.

 

지난 10여 년 간 나름 적지 않은 분량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썼지만, 여전히 혼자서는 깨닫지 못하던 나의 단점과 약점을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참고서이자 스승을 만난 것이다. 여타 다른 매체의 직업기자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성공한 시민기자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시민기자가 되는 법' '시민기자로 사는 법'을 두루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NO, 시민기자는 전문기자

 

서평기사를 읽는 독자들 중 누군가에게는 내가 이 책에서 새롭게 얻은 경험들이 이 책을 직접 읽도록 만드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사례만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다시 강조하지만 시민기자는 아마추어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12명의 저자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강조하였는데, 특히 강인규 기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시민은 그냥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전문가들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라면 끓이는 비법'을 가지고 있고, 과일과 생선 고르는 '노하우'가 있으며, 아무도 모르는 비경의 여행지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럼 경험, 지식, 취향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시민기자는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일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협동하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의 일원들이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생하는 삶을 경험하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역시 눈 여겨 보아야 할 공통의 비급은 쉬운 글쓰기이다. 쉽게 쓰는 글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다. 12명 모두라 할 만큼 한결 같은 고민이었고,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누가 읽어도 어렵지 않은 글쓰기,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글쓰기는 그들에게도 깊은 고민이었다. 중고등학생이 읽어도 어렵지 않은 글쓰기,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쓰기, 자신이 옳다고 쓴 글처럼 살아가기, 여러 읽고 여러 번 고쳐 쓰기,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기, 현장을 기록하고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기 같은 노력, 시민의 눈으로 글쓰기 등이 바로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준비와 기회가 만나서 빚어낸 '성공 사례'

 

세 번째, 직업기자가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시민기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자들을 설득하고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근거와 자료를 찾는 노력, 그리고 반대편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발품이 뒷받침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수많은 특종 기사를 쓰고, 기사 한 편으로 수 만 명, 수십만 명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준비가 기회'가 만났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어느 날 저절로 찾아온 행운이 아니라 남다른 준비와 노력, 발품과 손품(인터넷 검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어떤 노력을 어떻게 기울이면 특종기사도 쓰고, 기사 한 편으로 수 만 명, 수십 만 명의 독자를 만날 수 있는지 혹은 기사로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꾸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침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거다. 누구라도 따라 배울 수 있는 안내서라는 것다.

 

시민기자인 이들에게 오마이뉴스 기사 쓰기는 때로 치유의 시간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참여와 현실참여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결같은 공통 경험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의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취미도 10년이면 직업이 될 수 있다?

 

(큰)돈이 되지 않는 일에 (누구는 가족의 눈치를 받으며)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잃은 시간보다 훨씬 놀랍고 의미 있는 일들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12명 모두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자신들의 삶이 크게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직함이 바뀐 경우도 있으며 더러는 전공이나 직업까지 바뀐 이도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취미도 10년을 열심히 하면 직업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12명 모두가 딱 10년을 채운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10년 쏟을 만한 열정을 쏟은 것은 분명한 사람들이다. 시민기자 기자로 글 쓰는 일을 '미쳐야 미친다'는 책 제목처럼 열심히 했던 것이다.

 

스콧 니어링이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하였는데, 이들은 생각하는 대로 살았던 사람들이다. 마음에 새긴 책 중에 '꾸준함을 이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데 독자들의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기사를 써온 이들은 '꾸준함'이라는 비급을 가진 이들이다.

 

끝으로 또 한 가지 더. 두려운 마음으로 첫 기사를 송고하였던 시민기자를 짧게는 4~5년, 길게는 10여년 만에 어느 매체에 글을 쓰도 부족함이 없는 전문기자로 키운 것은 바로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의 칭찬과 격려 그리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취재 제안들이었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맞는 전문기자들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면 되는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세상 돌아가는 꼴 보면 답답하신가? 추적 60분이나 PD수첩에 제보라도 하고 싶은 사건이 있는가? 억울하고 답답해서 누구라도 잡고 하소연 하고 싶은 기가 막힌 사연이라도 있는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기자가 되어보시기 바란다.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기자가 될 수 있는 오마이뉴스가 있다. 양형석 기자의 말처럼 "노크도 필요 없는 문이 이미 열려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전문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시민기자다 - 10점
김혜원 외 11명 지음/오마이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