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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도덕불감증, 창원시 도시철도 사업 추진

by 이윤기 201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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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도시철도자문위원이 되었던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옛 마산, 창원, 진해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막대한 건설비가 들어가고 엄청난 운영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도시철도 대신에 브라질 꾸리찌바 같은 버스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기회 있을 때마다 수 없이 했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고, 개인 블로그에도 여러 번 포스팅 하였으며,  도시철도 관련 토론회나 워크샵에 참가하여 반대의견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경상남도가 추진하던 도시철도 사업을 2010년 7월 통합 창원시가 받아서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사람을 ‘자문위원’에 위촉하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였지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창원시가 도시철도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자문기구를 꾸리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실제로 첫 자문회의는 그런 착각(?)을 하기에 충분하였다.

 

전문기관의 용역보고를 듣고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으로 도시철도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전문가와 그런 주장에 공감하는 자문위원들도 있었지만, 인근 김해 경전철을 비롯한 다른 도시의 도시철도 실패 사례를 보면서 부풀려진 ‘승객 예측’과 막대한 ‘운영적자’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위원에서 제외시켰다

 

특히 버스회사와 택시회사를 대표하여 참가한 위원들은 도시철도 개통 이후에 예상되는 버스 승객 감소와 택시 승객 감소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짧은 첫 자문회의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어 적지 않은 자료요구와 대안마련을 촉구하는 것으로 어렵게 회의가 마무리 되었는데 그나마 자문위원장을 맡은 담당 국장이 다음 회의를 기약하였기 때문이다.

 

위원장을 맡은 국장은 다음 회의에는 위원들이 회의에서 요청한 자료도 준비하고 첫 회의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자문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 자문위원회는 다시 개최되지 않았다.

 

아니 자문위원회는 세 차례 더 열렸는데, 적어도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자문위원회가 세 번이나 개최되었다는 사실 조차 몰랐던 것이다. 지난 16일 창원시가 개최한 ‘도시철도 공청회’에 참석하여 자료집 보고 난 후에야 나만 모르는 사이에 공청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도 기가 막히는 일이라 첫 날 자문위원회에 함께 참석했던 시의원에게 물어보았다.“나는 반대의견을 많이 이야기 했다고 자문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연락도 안 해 준 것 같다”고. 그랬더니 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 자문회의에 참석하여 반대 의견을 주장하던 자문위원들이 왜 빠졌냐고 물었더니 전문성 있는 사람들로 위원회를 새로 꾸렸다”고 하더란다.

 

지난 20여 년 동안 시, 도에서 구성하는 여러 위원회에 참석해봤지만 이런 기가 막힌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창원 도시철도 타당성 평가 용역의 일환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자세히 듣기 위하여 자문위원회를 구성한다고 위촉 해놓고, 듣기 싫은 소리 혹은 반대 의견을 이야기 했다고 당사자에게 말 한마디 않고 새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비민주적이고 황당한 경험을 창원시가 아니면 어디서 또 할 수 있겠는가?

 

창원시 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위원을 빼고 넣고 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모르지만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배제되었나?

 

교통약자(수혜자)를 대표하여 참여하였던 노인회 진해지회장,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창원지회장이 위원에서 제외되었다. 또 직접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시내버스 업체, 택시업체 대표도 배제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중론과 승객 예측의 문제점을 지적한 시민단체(경실련, YMCA)대표도 배제되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창원시의원 세 명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교통전문가 혹은 철도관련 전문가들이다. 대부분 창원시에 살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도시철도가 만들어진 후에 적자가 나든 말든 별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사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미 용역 수행과정 도시철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민간 자문위원은 모두 배제시키고 2차, 3차, 4차 자문위원회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아울러 창원도시철도 건설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이렇게 꼼수를 부려 재구성한 자문위원회의 의견이라고 하면서 찬성 의견이  많았던 것처럼 보고하였.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었기에 이런 어이없는 일을 벌였을까?

 

창원 도시철도가 정당성 없는 사업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자문위원 중도 교체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니다. 창원도시철도 타당성 평가는 절차와 과정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였. 따라서 시민대표와 교통약자, 도시철도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진행한 자문위원회부터 공청회까지 모든 절차를 원칙과 상식 수준에서 다시 진행하여야 한다.

 

창원시 해당부서에서는  "통보도 하지 않고 자문위원을 교체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하였단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어떤 의도도 없이 국장, 단장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 위원을 마음대로 바꾼단 말인가?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해명을 믿을 수가 없다. 

 

아울러 이 일은 일선 담당 공무원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믿는다. 담당 국장과 단장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위원을 어떻게 일선 담당공무원이 마음대로 퇴출시킨단 말인가?

 

그뿐만 아니다. 당사자에게 통보했으면 절대로 위원을 교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위원회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데, 누가 순순히 받아들였겠는가? 결국 창원시는 위원들이 반발할 것을 알고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원시청 관계자의 말대로 "현재 타당성 용역이 진행 중인데 차량시스템, 경제성, 재무성, 수요예측 등이 핵심"이라며 "이에 전문가를 포함해 자문하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 해서 교체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해명"과는 완전히 어긋난다.

 

백번양보해서, 전문가의 자문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전문가를 더 포함해서 위원회를 확대하는 것이 상식이지, 위원회으로 위촉했던 위원을 당사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퇴출(?)시키는 일은 결코 상식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된 '타당성 검토 용역'은 이 같은 심각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무료다. 자문위원들의 반대의견을 창원시가 의도적으로 배제시키고, 찬성 의견이 많은 것 처럼 자료를 만들어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따라서 창원 도시철도 자문위원회는 제 2차 회의부터 다시 진행되어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