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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태어나 3년이면 호모사피엔스가 된다

by 이윤기 201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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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어린이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며 목이 곧아지고, 몸을 뒤척이고, 기고, 일어서고, 걷게 된다. 두 살 어린이는 어눌하게 말을 함으로써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

 

세 살이 되면 어린이는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 호모 파베르- 도구를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를 쓴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세살 어린이의 발달모습을 '위대한 흉내쟁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렇다면, 왜 세 살 어린이가 위대한 흉내쟁이일까? 세살이 되면 어린이는 어른이 하는 행동, 어른이 하는 몸짓, 어른이 사는 삶을 받아들이고 흉내 내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때 세 살 어린이는 어른이 있는 곳에서 걷고 달리고 뛴다. 세 살, 어린이는 쓸쓸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둘레에 어른이 있어야 흉내내면서 배운다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어린이는 잘 걸을 수 있고, 서툴지만 달리거나 뛸 수 있고, 손과 손가락으로 사물을 다루는 솜씨도 늘고,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떠먹을 수 있고, 어른이 하는 말을 따라 할 수도 있다.

 

세 살 어린이의 언어기능은 이름 붙이는 단계에 도달한다. 이때 어른은 어린이에게 "뿡뿡이네", "맘마네" 하고 말하지 않고 "자동차야", "밥이야" 하고 정확하게 사물의 진짜 이름을 말해주어야 된다고 한다. 이러한 언어능력 발달은 손과 손가락이 발달하는 것과 관련이 많다고 한다.

 

"세 살 어린이는 병뚜껑을 돌리고, 종이 모서리를 잘 맞춰 접고, 가위로 종이를 한 번에 자를 수 있고, 점토를 떼어 내고 늘리고 동그랗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린이를 돌보면서 손과 손가락이 정교하고 치밀해지도록 해주어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그러나 어린이가 돌리고, 접고, 자르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린이가 발달하는 데는 사물과 관계 맺기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친구 그리고 어른과 관계 맺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린이 둘레에 다른 어린이들이 있고, 그 속에 어린이가 재미있어할 만한 사물과 흉내 내고 싶은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살, 어른 흉내 내며 배운다

 

"정말로 위대한 흉내쟁이는 어른이 하는 것을 흉내 내고 그것을 모두 이루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 살려고 마음먹습니다. 그러므로 세 살 어린이를 더욱 풍성하게 살아가게 하려면 어린이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그렇지만, 세 살 어린이가 곧바로 어른처럼 되지는 않는다. 세 살 어린이는 어른처럼 해 보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모순을 메우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애를 쓴다. 따라서 어린이가 자라는 과정은 이런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어린이는 기대면서 자립합니다. 기대고 자립하는 모순 속에서 그 모순을 메우기 위해 어른에게 기대면서 자립해 갑니다. 착 달라붙어 응석을 부리거나, 몇 번이고 안아 줘하고 보챕니다. 하지만 부모나 동무들이 있으면 뜻밖에 똑똑하게 일을 해냅니다.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립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립한다는 것은 어린이 성장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은 어린이가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아 달라고 하지 않아도 잠깐씩 안아주고, 왜 그러니 하고 묻기 전에 손을 꼭 쥐고 안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이 작동하여 세 살 어린이는 어른에게는 기대지만 어린이 속에서는 자란다는 것이다. 아울러 어른과 마음을 나누는 경험이 많아야 동무들과도 마음을 잘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 살 어린이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행동을 억제하는 예의범절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안아 주거나 볼에 입을 맞춰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세 살 어린이에게 발달단계에 맞는 가장 적합한 놀이는 '상상놀이'라고 한다. 세 살이 되면 어린이는 어른처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세 살 아이들은 '엄마놀이'와 같은 초보적인 수준의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내가 아빠다", "내가 선생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놀이가 풍부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네 살이 되면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하게 되는데, 상상놀이는 역할놀이를 위한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역할놀이에서 자신이 맡은 역을 잘 소화하려면 다른 사람 처지가 되어 보아야 놀이가 발전한다. 따라서 상상놀이는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놀이라고 한다.

 

가짜라도 진짜처럼 해야 하는 상상놀이

 

아이들이 상상놀이를 잘하려면 실제로 있는 사물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자동차나 장난감은 오히려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아이는 실물을 축소해놓은 장난감 자동차 대신에 종이상자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자신을 운전사라고 상상할 수 있고, 상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자동차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살 전반기에서는 나무토막 쌓기 놀이를 하다가 조금 지나면 그것이 다시 트럭으로 바뀌고, 트럭은 다시 기차가 되고, 기차는 다시 소꿉놀이의 밥이 되고, 빵가게의 빵이 되는 것처럼 옆에 여러 가지 사물을 여러 가지 다른 것으로 상상하는 놀이를 많이 합니다."(본문 중에서)

 

독자들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고무신 한 켤레만 가지고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모래밭에서 하루 종일 자동차놀이를 하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고무신이 자동차도 되었다가 강을 떠다니는 배가 되기도 하고, 모래를 싣고 다니는 트럭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고무신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변하는 창조적인 놀잇감이었다.

 

이런 상상 놀이를 아이들과 할 때 교사는 진짜 엄마처럼, 아기처럼 행동해야 하며, 과자라고 생각한 것을 먹을 때도 진짜 과자라고 생각하고 먹어야 한단다. "어 자동차가 뭐 그래!", "과자 아니잖아"와 같은 반응은 상상놀이를 망치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지은이들에 따르면 상상놀이는 세 살을 대표하는 놀이인데, 놀이를 통해 상상하는 세계를 만들줄 알면 아이는 앞을 내다보며 행동하고, 자기를 제어하는 마음과 의지가 싹트게 된다고 한다. 또한 말을 매개로 동무와 이미지를 공유하며, 서로 상상하는 것이 대립하면 동무와 다투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를 편애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아이들을 돌봐주는 교사는 모든 아이들을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 이때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을 편해하지 않는 교사란 어떤 교사일까?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면 편애하지 않는 교사일까?

 

교사들은 늘 아이를 차별하지 않는,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활동한다. 많은 교사들이 아이를 차별하지 않는 것은 결국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는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는 교사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적절이 설명해주는 좋은 예시가 나온다.

 

"나는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언제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씨를 뿌리기만 하면 혼자 쑥쑥 잘 자라는 채소와 손을 봐주어야만 자라는 채소가 있습니다. 농부는 자기 힘으로 자라지 못하는 채소를 열심히 돌봅니다. 그렇게 해서 거둬들일 때 보면 모두 훌륭하게 자라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좋은 농작물을 키워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농부가 채소를 돌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생각이다. 아이들 중에서 그냥 내버려두어도 혼자서 자기 몫을 척척해내는 아이들은 교사의 손길이 덜 가도 되지만, 혼자서 잘 할 수 없는 아이들은 교사가 더 마음을 쏟아가며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돌보는 것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잘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거다. 많은 교사들이 오히려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자꾸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오히려 스스로 잘 자라지 못하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힘들고 귀찮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아야 할 것 같다.

 

세 살 입맛 여든까지 간다

 

<한 살, 두 살 우리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와 달리 세 살을 다루는 이 책에서는 유난히 아이들의 입맛을 강조한다. 아이들은 세 살 무렵이 되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생긴단다. 대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이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은 먹어본 경험이 없는 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 입맛은 함께 생활하는 어른이나 어렸을 때 먹어본 음식에 따라 좋고 싫은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채소 볶음은 질퍽질퍽해서 기분 나빠하거나, 콩나물이나 버섯류를 싫어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까지 싱거운 맛에 길들여 놓으면 유아기에 가서도 그다지 채소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진하게 맛낸 것을 먹는 버릇이 들면 본디 식품이 가진 맛을 잘 알지 못합니다. 더구나 채소 맛을 낼 때는 더 그렇습니다."(본문 중에서)

 

세 살이 되면 아이들은 여러 가지 맛과 혀의 느낌을 구별해내는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식품이나 반찬을 거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이유식은 물론이고 엄마가 태내식을 할 때부터 음식을 가리지 않아야 하며, 조금 더 자란 후에는 부모나 교사가 음식을 가려먹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 시기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자극적인 음식,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 입맛이 길들여지면,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야채나 과일을 싫어하고 채소볶음이나 콩나물, 버섯과 같은 음식을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학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이 포함된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춧가루나 카레가루와 같은 강한 자극이 있는 재료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 살 아이가 올바른 미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평소에 진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철음식이라는 계절 개념이 없는 즉석 식품이나 패스트푸드는 일 년 내내 똑같은 맛을 내기 때문에 어린이의 미각을 발달시키는 데는 가장 좋지 않은 식품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에는 한 살부터 여섯 살까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따른 변화와 시기에 맞는 운동, 놀이, 건강, 안전, 음식 그리고 여러 가지 활동이 소개되어 있으며, 매권의 마지막 장에는 '교사와 부모가 할 일'을 따로 정리해두었다. "아이들이 편식하지 않으려면, 부모와 교사가 음식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교육활동의 모든 장면에서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서는 바람직한 어린이를 키우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자기 삶을 그렇게 바꾸어야 된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진정으로 교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라고 한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서는 교사의 됨됨이가 그대로 어린이에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 10점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