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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도시철도 수요예측, 2~3배 뻥튀기는 기본

by 이윤기 201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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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경전철의 막대한 적자 운영에도 불구하고 창원시가 또 다시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창원도시철도 전문 용역기관에서 과학을 내세운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수행한 용역이 모두 엉터리였

 

최근 '창원도시철도 타당성 검증 및 대중교통 활성화 시민대책위원회'(이하 : 창원도시철도 대책위)가 공개한 '한국개발연구원' 자료를 보면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을 비롯한 국내 모든 도시철도 수요예측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진 일이 없다고 합니다.

 

아래 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서울 지하철 1~8호선 중에서 수요예측대비 실제 이용률이 50%를 넘은 경우는 서울 지하철 8호선 단 한 곳 뿐입니다. 지하철 1호선은 22%, 지하철 6호선은 19%에 불과하였다는 것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수요예측을 이렇게 엉터리로 하고서도 용역 수행기관이 멀쩡하게 지금도 다른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은 지방으로 갈 수록 더욱 심각해집니다. 인천 1호선은 16%, 부산 1호선은 15%, 부산 3호선은 14%, 대구 1호선은 12%, 대구 2호선은 14%, 광주 1호선은 12%에 불과합니다. 점쟁이가 쌀을 뿌리고 맞춰도 이 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김해 경전철...이미 예고된 재앙이었다

 

경남에서는 최근 개통한 김해경전철이 매년 700억원이 넘는 MRG 보전 문제 때문에 골치덩어리가 되어 있습니다. 김해 경전철 MRG 보전 문제가 불거진 것도 모두 엉터리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민간사업자에게 MRG 보전을 약속하였기 때문입니다.

 

김해 경전철 문제가 유독 심각하게 불거진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부산, 대구, 광주 도시철도가 모두 수요예측의 12~15%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다행히 지방정부가 운영 적자를 감당해내고 있기 때문에 쟁점으로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해 경전철의 경우는 김해시의 가용예산 대부분을 MRG 보전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파산과 다름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문제의 핵심은 엉터리 수요예측입니다.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도시철도 1회선에 1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수 백억 원의 운영적자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그동안 창원도시철도 사업이 진행된 과정을 살펴봐도 이 같은 '엉터리 수요예측'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난 5년 동안 창원 도시철도의 수요예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지적하였지만, 창원시는 '용역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첫째는 국토교통부가 문제입니다. 지방정부의 재정부담능력, 운영적자 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 주요 도시에 도시철도 사업을 강행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김해, 용인 등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진행된 경전철 사업이 모두 실패로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노면전차'(트램) 방식의 도시철도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창원을 비롯한 전국의 중소도시에 '노면전차' 도입을 권유하고 국비 60% 지원을 당근으로 내세워 도시철도 사업 추진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도시철도 차량을 생산하는 국내 재벌기업과 토건재벌 그리고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른바 교통전문가, 용역수행기관이 숨어 있습니다. 모두 도시철도 도입으로  막대한 이권을 누리는 자들과 그 주변에서 작은 이권을 누리는 자들 입니다.

 

창원도시철도 수요예측... 틀리면 누가 책임지나?

 

둘째는 지방정부의 역할입니다.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국비'를 마치 공돈처럼 여기고, 국비지원만 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이 도시철도 도입을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수요예측, 장기적인 도시교통계획, 운영적자 부담 방안 같은 것은 전혀 고민하지 않습니다.

 

"친환경 미래형 교통수단"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문제를 덮고 가려하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부산, 광주, 대전 그리고 김해시의 수요예측 대비 도시철도 이용률을 보고도 창원에 도시철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을 내놓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용역수행기관들입니다. 창원도시철도만 해도 같은 기관에서 용역을 수행하면서 하루 승객 예측을 5만명이상 다르게 예측한 일도 있습니다. 500명도 아니고 5000명도 아니고 무려 5만명이나 달라진 것입니다.

 

엉터리 수요예측을 하고도 결과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도시철도를 도입하고 도시철도를 도입한 지방정부는 모두 하나 같이시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운영적자를 메꾸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은 도시철도 뿐만 아니라 마창대교, 가포신항만(물동량), 거가대교 등 대규모 토건사업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이루어진 도시철도(지하철, 경전철) 앞선 사례들에 비춰보면 창원도시철도의 경우도 수요(승객)예측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도시 규모, 인구 규모 등만 따져보는 단순한 비교만으로도 창원도시철도의 수용가 부풀려졌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시민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고 백지상태에서 창원도시철도를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