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자전거, 756미터 화왕산 정상에 오르다

by 이윤기 2013. 10. 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 주 비를 만나 포기하고(2013/10/02 - 화왕산 자전거 라이딩 실패기) 돌아왔던 창년 화왕산 정상 라이딩에 1주일 만에 다시 도전하여 성공 하였습니다. 주말 라이딩 약속을 잡아놓고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이 있어 걱정을 하였는데, 태풍 방향이 바뀐 덕분에 날씨가 맑아 멋진 가을 정취를 느끼면서 즐거운 라이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여수에서 임진각까지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다녀왔던 이장희 선생님과 함께 아침 7시 마산을 출발하여 창녕군 계성천 근처에 주차를 하고 7시 40분에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주에 갔던 코스대로 창녕 계성 -  읍내 - 청도/밀양 국도 - 밀양 국도 - 감리산림욕장 - 옥천삼거리 - 화왕산성 동문 - 화왕산성 서문 - 화왕산 정상 - 옥천삼거리 - 일야봉산장 - 옥천매표소 - 옥천 - 계성으로 돌아오는 약 37km 구간을 2시간 40분 만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하여 19km 지점인 감리 삼림욕장 입구에서 짧은 휴식, 옥천삼거리에서 잠깐 휴식 그리고 화왕산 정상에서 기념 사진 찍고 간식 먹으면서 30여분 간 휴식 시간을 포함하여 약 4시간 만인 11시 40분에 출발 장소인 계성 마을에 다시 도착하였습니다.

 

계성을 출발하여 창녕 읍내를 거쳐서 감리산림욕장 입구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작은 언덕이 많은 오르막 구간입니다. 약 19km 정도 되는 구간인데 본격적으로 산길을 오르기 전에 워밍업을 하기에 딱 좋은 구간입니다. 창녕읍내를 지나 청도, 밀양 방면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창녕 박물관 왼쪽으로는 가야 고분이 보입니다.

 

 

가야 고분을 지나면 왼쪽으로 넓은 벌판이 있고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 들판이 펼쳐지고, 간간히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어있습니다. 청도와 밀양으로 나뉘는 갈림 길 근처에 큰 빌딩이 나타나는데, 이 시골에 웬 고층 빌딩인가 하였더니 요양원 건물이었습니다.

 

한가로운 시골 길을 따라 밀양가는 국도로 1시간쯤 달리면 감리 산림욕장 입구를 알리는 큰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아침 날씨가 쌀쌀하여 제법 한기가 느껴졌지만 감리 산림욕장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마에 땀이 베이더군요. 감리 산림욕장 입구에서 화왕산 정산까지 오르막길은 약 7.5km, 정상에서부터 옥천 매표소를 거쳐 출발지 계성마을까지 다시 돌아오는 구간이 약 11km였습니다.

 

 

감리산림욕장까지 가는 오르막 시작 구간 약 1km가 많이 가파른 급경사 구간이기 때문에 약간 부담이 되었지만, 산림욕장을 지나면서부터 정상 바로 아래 옥천삼거리까지는 급경사 구간은 없는 비교적 쉬운 오르막 길이 굽이굽이 이어집니다.

 

가파른 급경사 구간은 없지만 감리 산림욕장에서부터 옥천삼거리까지는 꼼짝없이 오르막 구간만 계속 올라 가야합니다. 옥천삼거리에는 자세한 등산 지도가 있는데, 이곳에서 지도를 살펴보며 잠깐 휴식을 취하고 기념 사진을 찍은 후에 허준 세트장이 있는 동문 방향으로 비포장 길을 달렸습니다. 

 

 

허준 세트장 앞까지 가는 비포장 구간도 제법 힘이 들었는데, 아마 옥천삼거리까지 올라오면서 힘이 많이 빠진 탓이었지 싶습니다. 허준 세트장을 지나면 오르막 구간없이 산성 동문 입구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습니다. 동문 입구에는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아마 동문과 서문 입구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타고 올라온 듯 싶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동문 입구에 올라서면 억새가 가득핀 화왕 산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화왕산 정상, 왼쪽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배바위입니다. 화왕산성까지 왔으니 자전거를 끌고, 메고 정상까지 가기로 하였습니다.

 

 

동문 입구에서 정상 바로 아래인 서문 입구까지는 등산객이 많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평지 구간입니다. 토요일 아침이라 아직 등산객이 많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서문 입구까지 갔습니다. 서문 앞에서 막거리와 간단한 안주를 파는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서문 입구에서면 아래로 창녕 읍내가 한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현풍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화왕산 정상까지 약 200미터 구간은 끌고 메고 올라갔야했습니다. 계단이 나오면 자전거를 어께에 메고, 그냥 산길에서는 핸들바를 잡고 끌면서 올라갔습니다.

 

 

서문 입구에서 막걸리를 파는 아주머니는 "자전거는 그냥 여기 세워놓고 올라갔다오지 그 무거운 걸 뭐할라고 메고 올라가노?" 하시더군요. 아주머니께서 저희 마음을 모르시는 거지요.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 당연히 정상까지 메고 올라가서 '완주'을 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정상에서 자전거를 들고 인증샷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었지요.

 

계성마을을 출발하지 2시간여 만에 드디어 화왕상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대학 시절 MT를 시작으로 그동안 열 번도 넘게 화왕산에 올라왔었지만, 난생 처음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기분은 또 달랐습니다. 여름에 여수-임진각까지 국토순례를 다녀온 후에 쉬지 않고 1~2주에 한 번씩은 자전거를 탔기 때문인지 비교적 크게 고생하지 않고 화왕산 정상까지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화왕산은 오래전 화산이 폭발하여 형성된 산이기 때문에 정상에는 분화구의 흔적이 3개의 연못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동문에서 서문으로 오는 구간에 마치 늪지대와 같은 질퍽질퍽한 구간이 있어서 마치 땅이 자전거 바퀴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곳에서 창년 조씨의 시조가 탄생하였다는 비석이 세워져 있고, 임진왜란때는 의령에서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에 의지하여 왜구들과 싸웠다고 합니다. 깍아지른 절벽을 쳐다만봐도 아찔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도록 패달을 밟으면서 화왕 산성 동문 입구에 올라서면 6만여평 대평원에 10리 억새밭의 장관이 한 눈에 펼쳐집니다.

 

 

 

자전거를 어께에 매고 산을 올라 본 것은 화왕산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화왕산보다 더 높은 일본의 아소산이나 지리산 정령치에도 자전거를 타고 가 봤지만, 도로가 잘 되어 있는 곳을 올라갔기 때문에 자전거를 매고 산을 올라간 일은 없었습니다.

 

겨우 200여미터지만 자전거를 어께에 들쳐 매고 산을 오르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아마 자전거를 매고 가는 구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를 들쳐 매고 산을 오르는 것을 볼 때는 너무 힘들어서 못 할 것 같았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더군요.

 

 

화왕산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이 더 가벼웠던 것은 한 주 전에 화왕산 정상 도전 라이딩에 나섰다가 비를 만나 감리산림욕장에서 되돌아 갔던 경험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화왕상 정상 등반을 기념하여 자전거를 번쩍 들고 기분 좋은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초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더군요. 자전거를 타고 난생 처음 산 꼭대기에 오른 기쁨이 너무 컸기 때문에 오랫 동안 정상에 머물렀습니다.

 

 

각자 준비해 온 간식과 음료를 모두 나누어 먹고, 등산오신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한가롭게 가을 정취를 실컷 즐겼습니다. 다음에는 아예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와서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억에 새겨두었지요.

 

오전 11시간 지나자 정상으로 올라오는 등산객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등산객이 많아져서 자전거를 가지고 내려가는 것이 좀 번거로웠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구간도 있었지만 등산객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핸들을 잡고 천천히 끌고 서문 입구까지 내려왔습니다.  

 

 

서문입구에서부터 동문까지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억새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달리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자전거를 들고 동문 계단을 내려와서부터는 대부분 내리막 길입니다. 허준 세트장을 지나가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만 지나면 옥천삼거리, 일야봉산장을 지나서 옥천삼거리까지 거의 패달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내리막길만 달립니다.

 

가파른 내리막 길을 달려 내려 오면서 보니 다음에도 옥천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것보다는 감리산림욕장을 거쳐서 올라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겠더군요.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있었지만 길이 넓어 비교적 안전하게 옥천매표소까지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화왕산 정상에서 계성마을까지는 전체가 다 내리막 구간이라 옥천 매표소에서 쉬지 않고 계성마을까지 한 번에 달려내려갔습니다. 쫙 뻗은 내리막길에 달리는 차들도 없었기 때문에 시속 30~40km로 기분 좋게 속도를 즐기면서 계성마을 출발지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