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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고풍스런 한옥에서 하룻 밤... 쫄깃한 버버리 찰떡

by 이윤기 201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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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에 안동으로 출장을 가서 안동YMCA 동역자들이 준비 해준 이 멋진 한옥에서 하룻 밤을 자고 왔습니다. 안동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해가 지고 난 뒤에 차를 타고 갔기 때문에 방향 감각이 없어 어느 쪽으로 가는 지도 모르고 갔습니다만, 이곳은 '군자마을'이고 근처에는 유교박물관이 있었습니다.

 

군자마을은 광산김씨 예안파 후손들의 집성촌이라고 합니다. 1974년 대대로 지켜오던 마을이 안동댐 건설로 수몰 될 때, 마을을 현재의 장소로 옮겨와 새로 군자마을을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500년 가문의 역사를 고스란히 옮겨와 이곳에 새로운 터전을 가꾸고 있는 것이지요.

 

참 흥미로운 것은 이 한옥마을이 그냥 눈으로 보고 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멋진 집 퇴마루에 앉아 새벽까지 빗소리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따뜻한 온돌 방에서 몸을 쉬었답니다.

 

 

이곳에는 중요민속문화재 227호 후조당 건물과 함게 탁청정, 탁청정 종가, 침락정 등의 옛 건물이 남아 있고, 최근에 새로 지은 한옥들도 여러 채 있었습니다. 고택 음악회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선조들의 숨결이 담긴 고택에서 예술의 향연이 펼쳐진다고 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곳 관장님께서는 마을을 주제로 멋진 작품 사진들도 구경하였는데, 정말 계절마다 다른 장면들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고급 호텔 만큼 비싼 숙박비가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 고풍스런 집들과 아름다운 정원을 누리는데 과한 액수는 아니었습니다.

 

 

비가 내려 마을 구석구석을 다 둘러보지는 못하였지만 아침 밥을 먹으러 가면서 살펴 본 정취만으로도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을 듯 하였습니다. 군자마을에서 잠을 자고나면 마을 할머니가 차려주시는 아침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아래에 보시는 상인데요 정말 정갈하기가 이를데가 없고, 정성이 담긴 밥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4인상에 간고등어 한마리와 부침개, 두부, 김치, 브로콜리, 명태조림 등 여러가지 찬이 나왔고, 명태를 곱게 부숴 만든 노란 가루 반찬이 참 특이하였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마른 명태 살을 잘게 뜯어 만드는데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옛날에는 이 반찬을 잘 만드는 것을 보고 며느리감을 평가하기도 하였답니다.

 

자극적인 반찬은 하나도 없었구요. 명태 껍질을 모아두었다가 눌러서 양념을 해놓은 수제 명태껍질 어묵(?)도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맛이 괜찮았습니다. 또 하나 특별한 반찬이 있었는데 바로 김 장아찌였습니다.

 

 

김장아찌도 이곳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여름에 김을 구워놓으면 쉽게 눅눅해지기 때문에 마치 깻잎 장아찌를 담그는 것처럼 김을 한 잎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간장을 넣어 장아찌처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아침밥을 먹지 않는데 이날 아침엔 이 정갈한 밥상을 마다할 수 없어서 밥 한그릇을 뚝딱해치웠습니다.

 

군자마을에서 아침을 먹고 차로 5분 거리 되는 곳에 유교박물관을 둘러보러 갔었습니다. 거대한 대리석 건물이 '유교박물관'이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첫인상이 별로였습니다. 아울러 배타적 민족주의 냄새가 훌씬 풍기는 '한국국학진흥원'이라는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시 내용은 훌륭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유교 역사와 동아시아 유교의 역사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교가 정말 생활 곳곳에 스며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최고 학자들의 500년 계보가 그려진 연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심은 안동댐 앞에 있는 식당에서 찜닭을 먹었습니다. 닭을 안 먹는 저는 헛제삿밥을 먹었구요. 다른 동역자들은 저 푸짐한 찜닭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안동에서도 가장 찜닭을 맛있게 하는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식당 건너편에는 안동댐 물문화관이 있습니다. 4대강 자전거길 낙동강 종주길 출발 인증센터가 있는 곳이지요. 

 

점심을 먹고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안동 '버버리 찰떡'을 한 봉지씩 들고 갔습니다. 친정 어머니같은 선배님께서 집으로 가져가라며 떡을 한 봉지씩 사서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버버리찰떡은 안동의 명물이라고 합니다. 과연 금방 쪄낸 짤떡에 다양한 고물을 입힌 떡이 참 맛이 좋았습니다. 너무 맛있는 아침과 점심을 먹고 난 뒤라 떡이 땡기지는 않았지만 정말 먹음직스럽게 포장이 되어있었습니다.

 

 

선배가 떡을 사서 포장을 하는 동안 잠깐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버버리라는 상표가 아주 인기가 있었습니다. 두집 건너 왼쪽에는 버버리 단팥빵집이 있었습니다. 깨끗하게 새로 지은 빵집이었는데, 버버리찰떡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버버리 단팥빵'이라는 상호를 쓰고 있었습니다.

 

혹시 버버리가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라나요? 버버리는 벙어리의 경상도 말입니다. 아마 옛 떡집 주인이 말을 못하는 분이셨던가 봅니다.

 

 

바로 옆집에는 버버리 안동식혜를 파는 집이 있습니다. 안동식혜는 다른 지역 식혜와 달리 약간 매콤하면서 시원한 맛이 나는 식혜입니다. 이곳은 안동식혜를 전문으로 만드는 집 같은데, 역시 간판에 '버버리'를 크게 써놓았습니다.

 

안동에서는 버버리가 브랜드가 된 것 같더군요. 원조 떡집도 버버리, 빵집도 버버리, 식혜도 버버리였습니다. 더군다나 가게 셋이 나란히 붙어 있어서 더욱 눈에 띄더군요.

 

 

1박 2일의 짧은 안동 여행이었지만 정말 잘 쉬고 잘 먹고 돌아왔습니다. 자세한 안내와 지역 최고의 먹을거리들로 대접을 받고보니 마치 블로그 팸투어를 갔다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안동에 여행가시는 분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안동댐에서 자전거 타고 낙동강 종주를 시작하실 분들은 한 여름만 아니라면 시내 버버리찰떡집에서 찰떡 한 봉지 사들고 가시면 정말 든든한 간식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