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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일년 내내 자연에서 재미나게 놀아요

by 이윤기 200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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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잡지가 있는데, 이름이 <개똥이네 놀이터>입니다.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어른인 윤구병, 백창우 같은 이들이 기획위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소문난 박문희 선생을 비롯하여, 아이들 놀이를 연구하는 편해문 선생님, 아이들 마음을 잘 드러내는 만화를 그리는 이희재 선생님, 그리고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 같은 분들 글로 채워진 어린이 잡지입니다.

<고래가 그랬어>라는 만화잡지와 더불어 재벌 출판사나 언론사에서 만들어내는 어린이 잡지와는 사뭇 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꾸며진 어린이잡지 입니다.

붉나무가 쓴 <열두 달 자연놀이>는 바로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창간호부터 24호까지 2년 동안 매월 연재 되었던, '열두 달 자연놀이'를 책으로 묶어 낸 것 입니다.

일년 내내 자연에서 재미있게 노는 법

붉나무는 그림을 그리는 강우근과 글을 쓰는 나은희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책은 글이 씌어질 당시 아홉 살, 일곱 살 된 나무와 단이를 키우는 두 부부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놀면 더 재미있을지 요리조리 궁리하면서 생각해 낸 놀이를 모은 책입니다. 붉나무 네 식구는 북한산과 도봉산 밑자락이 맞닿아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자연 놀이를 하러 쏘다녔습니다. 나무랑 단이는 자연 놀이랑 더불어 훌쩍 자라고, 자란 만큼 자기 생각도 뚜렷해졌습니다. 자연도 좋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즐기는 걸 더 좋아합니다."(개똥이네 놀이터 중에서)

두 아이를 자연과 더불어 자라도록 키웠던 붉나무는 그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하여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습니다. 처음에는 <개똥이네 놀이터> 독자들과 그 경험을 나누었는데, 이번에 2년 동안 잡지에 연재했던, 스물 네 번의 자연놀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지요.

"봄에는 나물 해 먹고, 봄꽃 잔치 하고, 풀피리 불고, 여름에는 버찌 따먹고, 나뭇잎 가면 쓰고, 벌레 잡고, 가을에는 도토리 팽이 돌리고, 열매 날리고, 낙엽 이불 덮고, 겨울에는 썰매 타고, 눈집 짓고, 텃새 만나러가. 모두 모두 자연에서 하는 놀이야."(본문 중에서)

<열두 달 자연놀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놀이로 나누고 엮었습니다. 봄에는 봄나물, 봄꽃, 풀피리, 아까시나무, 돌멩이, 흙을 주제로 놀이를 정리하였구요. 여름 놀이는 버찌, 비, 나뭇잎, 벌레, 호박, 잠자리를, 가을 놀이는 메뚜기, 도토리, 가을꽃, 열매, 낙엽, 마른풀을, 그리고 겨울 놀이는 나뭇가지, 솔방울, 눈, 얼음, 귤이랑 사과, 텃새 놀이를 담고 있습니다.

부모, 교사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책

봄꽃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얼마나 많고 다양 할까요? <열두 달 자연놀이> 중 봄꽃 편을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봄꽃

둘레둘레 둘러보니

어느 새 봄꽃 천지.
팔랑팔랑 진달래
방긋방긋 개나리
배시시 제비꽃
시큼시큼 진달래꽃 한 입 먹고
노릇노릇 개나리꽃 꿰어 걸고
어여쁜 제비꽃 동무삼아
가자 가자 봄나들이 가자.
놀자 놀자 봄꽃이랑 실컷 놀자.

붉나무가 찾아내어 아이들과 함께 해 본 봄꽃 놀이는 열 가지도 넘습니다. 아래 에서 보는 것처럼 봄꽃 맛보기, 진달래 꽃술 씨름, 진달래 꽃전, 진달래꽃 머리핀, 쇠뜨기 끊긴 마디 찾기, 자운영 꽃목걸이와 팔찌, 자운영 꽃 바람개비, 민들레 꽃 시계와 반지, 민들레 꽃대 바람개비와 물레방아, 개나리 꽃 날리기, 개나리꽃 목걸이와 머리띠, 제비꽃 씨름, 제비꽃 팔찌 귀걸이 반지 만들기까지 봄꽃 놀이만  20여 가지나 됩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 같은 커다란 봄 그림에 봄꽃으로 할 수 있는 온갖 놀이를 담아 놓았구요. 그 다음 3~4쪽에는 각각의 놀이를 하는 방법을 사진과 그림으로 설명해 놓아 아이를 둔 부모나 교사들이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풀피리'편을 하나 더 소개해 볼까요? 맨 먼저 '풀피리' 노래를 들려줍니다.

풀피리

따끈따끈 눈부신 봄 햇살.
파릇파릇 물오른
버드나무 아래
삐리리 삐리리
호드기 부는 소리,
봄 동무들 봄 알리는 소리.
풀피리 불어 보자.
하늘이 노래지도록
삐리리 삐리리 !

봄나들이 나가서 만들 수 있는 풀피리는 몇 종류나 있을까요? 제가 아는 것은 버들피리와 보리피리가 전부입니다. 붉나무가 찾아낸 놀이는 저 보다 훨씬 많더군요.

버들피리, 잎말이 피리, 잎사귀 피리, 나무가지로 피리 소리 내기, 뚝새풀 피리, 조릿대 피리, 민들레 꽃대 피리, 호장근 피리가 그것 입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다양한 풀피리 만들기 놀이를 큰 그림에 담았구요. 그 다음 쪽에는 각각의 피리 만드는 법, 그리고 아이들이 피리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사진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담았습니다.


부모님들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엮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책 뒤편에는 스물네 가지 주제별로 '붉나무 취재 일기'가 담겨 있습니다. 원래 <개똥이네 놀이터> 잡지책으로 나올 때는, 부모님 책에 실려 있던 내용인데, 아이들과 함께 했던 봄꽃 놀이, 풀피리 놀이 그림에 못 다 소개한 내용과 아이들과 있었던 재미난 일, 아이들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취재일기를 읽다가 눈을 감으면, 화려한 봄 들판이 떠올릴 수 있도록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랫녘에는 매화나 산수유 꽃이 봄을 알리고, 윗녘에서는 생강나무 꽃이나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봄을 알린다. 산에 들에 꽃이 피면 내 마음도 피어난다."(본문 중에서)

"아름다운 봄꽃은 보기에도 좋지만 먹을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진달래, 민들레, 살구, 매화, 목련, 제비꽃, 봉숭아꽃, 벚꽃, 배꽃에서부터 팬지, 데이지, 프리뮬러, 카네이션, 한련이 다 먹을 수 있는 꽃이다. 간단하게 비빔밥처럼 밥에 비벼 먹어도 좋고, 초밥이나 김밥, 꽃차, 꽃전을 만들어도 좋다."(본문 중에서)

이러고는 꽃전이나 김밥, 꽃차 만드는 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열두 달 자연놀이>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의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그래서 친절합니다. 책을 보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책입니다.

아울러, 멀리 숲과 들, 산을 혹은 시골을 찾아가야만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쉽게 재료를 찾아 놀이를 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틈에서 찾아낸 민들레, 개미자리, 질경이, 아파트 화단에서 찾아낸 단풍나무 열매, 쥐똥나무 열매가 놀잇감이 된다고 합니다.

길섶 가로수 아래에서 찾아낸 꽃다지, 주름 잎, 소리쟁이가 놀이감이고 벌이랑 무당벌레랑 개미가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이랑 동무가 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고 자연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주려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