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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해가 가장 짧은 동짓 날, 욕지도 일출

by 이윤기 201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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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1~22일 욕지도에 다녀왔으니 벌써 2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야 욕지도 일출 본 이야기를 포스팅합니다. 아주 오랜 만에(약 30여년) 다녀온 욕지도 여행은 녹색경남21이 주최한 마을만들기 워크샵에 참여한 덕분입니다.

 

<관련 포스팅 >

2013/12/27 - [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 욕지도 빼떼기죽 먹어보셨나요?

2013/12/26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아름다운 섬 욕지도에서 자전거 타기

 

첫째 날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오후내내 자전거를 타고 욕지도 일주를 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는 놀랍고 재미있는 통영과 창원의 마을만들기 사례 발표를 들었습니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뒤풀이가 시작되었는데 사람은 많고 방은 좁아 불편하고, 낮에 자전거를 탔더니 많이 피곤하더군요. 막걸리 몇 잔과 안주로 고등어회 몇 점을 먹고나서 숙소로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단체로 워크샵을 가서 여럿이 한 방에 자니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코골이들과 방을 구분하였지만 옆방까지 코고는 소리가 넘어와 새벽에 잠을 깼습니다.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 아침일출을 보러 나섰습니다.

 

 

 

 

아이폰을 꺼내 나침반 어플을 켜서 살펴보니 북쪽을 바라보고 자리잡은 펜션에서는 일출을 볼 수가 없더군요. 방향 감각이 없어서 처음엔 방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동쪽을 향하고 있지 않더군요.

 

기상청 어플을 켜서 해뜨는 시간을 살펴보니 30여분쯤 남았길래 얼른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일출을 보러 나갔습니다. 펜션 뒤편의 언덕길을 올라가니 멀리 바다 건너에 휘뿌옇게 하늘이 밝아오고 있더군요.

 


 

반대편 하늘에는 하얀 달이 하늘 높이 걸려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침 동짓날 아침이더군요.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긴 날 아침 일출을 보러 나온 것이었습니다. 반대편 하늘에 높이 걸린 달은 해가 환하게 뜰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전망이 좋은 자리를 찾아 자전거를 타고 이러저리 다니다가 시야가 가장 잘 트인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날 자전거를 타면서 일출 명소인 '새천년 기념공원'까지 가기엔 시간이 늦었더군요.

 

이날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페복에 올렸더니 낚시광인 한 선배가 "욕지도 일출은 삼여쪽에서 좌사리 군도쪽으로 바라보는 것이 최고"라고 댓글을 달았더군요.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보니 삼여쪽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새천년 기념공원'이더군요.

 

낚이를 좋아하는 그 선배는 갯바위에서 밤을 새고 아침에 떠는 해를 여러 번 보았었겠지요. 제가 자리를 잡은 곳은 삼여 해안보다는 왼쪽으로 좀 더 치우친 '노적해변' 위쪽 능선이었습니다. 여기서 바라본 방향도 아마 좌사리 군도쪽이었지 싶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올라오는 동안 이마에 땀이 베이고 몸에 열이났지만, 해를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 금새 땀이 식고 몸도 식었습니다. 손끝 발끝부터 시려오는데 멀리 구름 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였습니다.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섬이 보이고 그 섬 뒤로 해가 떠오르더군요. 일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날 뜨는 해를 본다면서 혼자서 의미부여를 해보았습니다.


 

해뜨는 장면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만, 깨끗하게 나온 사진이 많지 않더군요. 한 참 동안 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서 '고글'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습니다.

 

해가 뜨는 방향을 오랫 동안 집중해서 보고 있으니 시간이 지날 수록 눈이 부시더군요. 고글이나 선글라스가 있으면 더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 건너편 섬위로 해가 다 솟아오를 때쯤 바다위로 어선 한 척이 지나갔습니다. 잔잔한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만 찍는 것 보다는 화면에 물살을 가르면서 지나가는 배가 한 척 들어오니 훨씬 보기가 좋더군요. 사진 작가들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마 이런 장면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누군가 사진은 찰라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라고 했던에 정말이지 금새 배가 지나가버렸습니다. 성능 좋은 카메라가 아닌 탓이겠지만 겨우 셔터를 세 번 눌렀을 때 고깃배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더군요.

 

해가 동그랗게 뜨고나니 해를 바라보는 것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직접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힘들었지만 카메라 액정 화면을 통해서는 눈이 부시지 않더군요.



올해는 새해 첫 날에는 일출을 보러가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밤새 운전을 하면서 동해안에 뜨는 해를 보러 다니기도 하였지만 최근엔 그런 호들갑이 귀찮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새해 일출을 보러 매년 꼬박꼬박 무학산에 오르기도 하였지만 올해는 그 마저도 그만두었습니다. 새해를 맞는 기분이 별로 희망적이지도 않았고, 마음 한 켠에는 찜찜하고 우울한 기분도 또아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또 작년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지겹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탓입니다.

 

새해를 맞으며 희망으로 설레이는 분들에게 욕지도 일출을 선물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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