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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51%의 자유를 누리는 세 남자의 주말 새벽 라이딩 !

by 이윤기 201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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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남자 셋이 자전거 라이딩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다섯 명이 함께 라이딩을 계획하다가 한 분은 대학 동창 모임 때문에 처음부터 빠지셨고, 다른 한 분은 급한 사업상 일정 때문에 빠져 세 명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요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토요일로 날짜를 바꿔 다녀왔습니다.

 

MTB를 처음 타는 분(김샘)이 있어서 제가 즐겨 다니는 코스 중에 가장 쉬운 코스인 귀산해안로를 다녀왔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마산 삼각지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만나기 위해서 5시 30분부터 일어나서 서둘러 준비를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세 명의 공통점은 토요일이지만 여유롭게 일어나서 8시나 9시쯤 모여서 자전거를 타기는 좀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전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이면 아이들도 돌봐야 하고, 집안 일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러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남자(원래는 네 남자)는 아침 일찍 만나서 자전거를 타기로 약속하였던 것입니다. 삼각지 공원에서 만나 잠깐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출발하였습니다. 삼각지 공원에서 귀산동 시내버스 종점까지 왕복 거리는 대략 30km입니다.

 

 

봉양로를 거쳐서 봉암교를 건넌 후에 양곡을 지나 '두산 볼보로'를 거쳐서 삼귀 해안 도로로 넘어갔습니다. 봉암교를 건너 공단을 지나서 삼귀 해안 도로로 갈 수도 있지만, 평지만 쭉이어지고 차량 통행도 많아서 '두산 볼보로'를 이용하였습니다.

 

MTB초보인 멤버 한 사람은 오르막 '연습'도 필요하였구요. 아무튼 MTB 초보인 김선생님은 예상보다 훨씬 잘 탔습니다. 아마 다른 운동으로 다져진 기본 체력도 있었지만 변속기 사용에 빠르게 적응하였기 때문일텐데, '두산 볼보로'를 예상보다 가뿐하게(?) 잘 올라왔습니다.

 

저 보다 나이가 많고 자전거를 동네에서 막 배운 분들은 대부분 변속기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릅니다. 그런 분들은 자기 경험만 가지고 마산은 오르막이 많아서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지 않은 도시라고 단언합니다.

 

자전거 초보, 김선생도 가뿐하게...

 

또 자전거를 그렇게 탈려면 체력이 엄청 좋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그 분들이 탔던 자전거에도 21단 변속기가 붙어있었지만, 한 번도 변속기를 제대로 사용하는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도 변속기를 사용해서 쉽게(?) 오르막을 올라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울러 평지를 주행할 때도 경사도에 따라 변속기를 바꾸지 않고, 다리 힘으로 경사로를 넘었기 때문에 힘든 기억만 남았을 것이구요. 아무튼 이런 선배들을 보면 꽤 현명한 사람들도 자기 경험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야기가 딴 길로 많이 샜습니다. 아무튼 '두산 볼보로'의 엄청난 장점은 올라 온 오르막길에 비하여 훨씬 긴 내리막을 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면서 속도계를 보니 53km를 찍더군요. 스포츠트래커는 52.9km로 측정이 되었습니다. 시속 50km를 넘기는 짜릿한 속도감을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구간이지요.

 

 

 

내리막길을 내려가서 두산중공업부터 삼귀 해안도로는 비교적 쉽고 평이한 길이 이어집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낚시꾼들도 별로 없었고, 도로에 주차된 차들도 많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에 딱 좋았습니다. 쉬지 않고 단숨에 삼귀 해안도 끝에 있는 시내버스 종점까지 달렸습니다.

 

시내버스 종점을 앞두고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나는데, 초보 김선생님은 기어 변속 타이밍을 놓치셔서 끌바를 잠깐하셨다고 하더군요. 새벽부터 나오면서 아침밥은 어떻게 하냐길래 각자 간식만 조금씩 준비하자고 했더니 '오렌지'를 준비해 왔습니다.

 

세 남자가 자전거를 세워놓고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과 유익함'에 대한 수다를 떨면서 '길까페'을 열었습니다. '자타요'에서 배운대로 커피를 갈고 물을 끓이고 치앙마이에서 사온 '도이창 커피'를 내려 아침부터 진한 커피향을 즐겼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는 가끔씩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혼자서 '길까페'을 펼치기는 좀 머쓱하여, 이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길다방은 적정 인원일 때만 가능합니다. YMCA 자전거 국토순례 청소년들고 함께 단체 라이딩을 할 때도 인원이 너무 많아 이런 즐거움을 누리기 힘듭니다.

 

 

 

참 새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남자 사람 셋이 술도 안 마시고 40~50분 가량 즐겁게 수다를 떠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지요. 당분간 남자 사람 4~5명이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모여서 주말 새벽 라이딩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겨울이 지나가 해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니 새벽 라이딩을 하기에 딱 그만입니다.

 

지난 겨울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인생 목적어>라는 책을 읽었을 때,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면 51%의 자유를 즐겨라" 하는 구절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두 발은 땅에 딛고 두 발을 제외한 나머지 몸과 마음에겐 모든 움직임을 허락하는 것이다. 두 발까지 마구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모두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생활인이다.......완전한 자유가 내 인생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을 땐 51%의 자유라도 붙잡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당시 이 구절을 읽고 매우 '지혜로운 타협'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완전한 자유가 아니면 자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오롯이 공감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완전한 자유는 생활인의 인생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은 '통찰'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주말에 가족과 집 안일을 팽게치고 나설 수 없는 다섯 남자들의 지혜로운 타협은 주말 새벽에 만나 '51%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입니다. 아마 당분간 주말 아침에 즐거운 라이딩을 이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