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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자전거 국토순례는 줄 서기의 연속

by 이윤기 201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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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줄이다, 군대는 줄이다 이런 말들이 많이 있는데, 자전거 국토순례도 줄서기가 중요합니다. 참가자만 300명이 넘고 안전요원과 진행 스텝까지 400여명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던 항상 줄을 서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줄서기는 밥 먹을 때 줄서기입니다. 400여 명이 식사를 해야하니 우루루 몰려 가서 밥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밥 먹을 때마다 줄서기는 필수입니다. 전체 참가자가 4팀으로 나눠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보통 팀별로 70~80여명씩 줄을 서서 밥을 먹습니다.

군대에서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배식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자전거 국토 순례에서도 배식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워낙 많은 인원이 밥을 먹기 때문에 적정량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과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 있다보니 더욱 양을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 반찬은 자칫하면 모자라기 일쑤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나물 반찬는 남아돌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줄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앞줄에 설 때와 뒷줄에 설 때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줄을 먼저서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반찬이라고 해서 많이 받을 수는 없지만, 모든 반찬을 골고루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줄을 뒤에 서는 사람들은 반찬이 남을 때면 고기 반찬이라도 넉넉하게 받을 수 있는 대신에 자칫하면 아예 입에 맛는 반찬을 받을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국토순례 첫 날 저녁 식사 메뉴에는 닭볶음이 나왔습니다. 워낙 많은 인원에 대한 배식을 하다보니 혹시라도 반찬이 모자랄지도 모른다 싶어 앞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는 조금씩만 나눠주고 "모자라면 더 받으러 오라"고 하였지요. 그랬던니 맨 뒷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는 닭볶음이 많이 남아 푹푹 퍼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이런 것은 아닙니다. 셋째 날 점심의 경우 돈가스가 반찬으로 나왔는데, 자율 배식을 하다보니 350여명이 밥을 먹고나니 돈가스가 떨어져 버렸습니다. 밥을 받아가는 아이들은 전체 돈가스 양을 모르기 때문에 먼저 온 아이들이 넉넉하게 퍼 담아 가버린 겁니다.

맨 뒤에 줄을 섰던 50여명은 반찬으로 돈가스가 나온 줄도 모르고 밥을 먹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다른 반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통 억울해하지 않았습니다. 줄서기를 잘못해서 크게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긴 것이지요.

줄서기는 먹는 일만 좌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밥을 먹는 일, 똥을 누는 일, 몸을 씻는 일, 빨래를 하거나 탈 수를 하는 것도 모두 줄을 서야 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자전거 국토순례에서 제일 중요한 줄서기는 자전거 탈 때 순서입니다.

참가자와 실무자를 포함하면 350여명이 동시에 라이딩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줄을 서야 합니다. 350여명이 4개 팀으로 나누어 줄을 서서 달리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것도 줄 서는 위치에 따라서 쉬운 자리와 힘든 자리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위치는 가장 선두쪽에 서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장 힘든 곳은 가장 뒤쪽에 서는 경우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사정에 따라서 1열로 주행할 때도 있고, 2열로 주행할 때도 있으며, 가파른 언덕을 넘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맨 앞쪽에 주행하는 팀들은 1열로 주행하다 2열로 바꿔도 별 어려움이 대열을 변경할 수 있지만, 맨 후미에서 라이딩을 하는 팀은 앞선 3개팀이 짧은 대열인 2열로 바꾸면 그 만큼 빠른 속도로 쫓아가서 간격을 좁히고 줄을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350여 명이 4개팀으로 나누어 라이딩을 하면 기본적으로 맨 선두와 맨 후미의 거리는 대략 2km 정도됩니다. 따라서 거리를 좁혔다가 늘였다가 할 때마다 맨 후미팀은 500m에서 1km까지 달려가면서 거리를 좁혀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가파른 오르막을 넘을 때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길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페이스를 잃는 참가자들 때문에 선두와 맨후미의 가격이 3~4km까지 더 길게 벌어질 때도 있습니다. 맨 선두는 자기팀만 모아서 내려가면 평지를 달릴 수 있지만, 후미로 갈 수록 팀별로 모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만큼 선두와 멀어지게 됩니다. 

결국 오르막 구간을 지나고 나서 내리막 구간이나 평지 구간에서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후미 그룹은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하여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자전거 국토순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서기의 연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