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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학력 향상에 왜 시장이 나서나?

by 이윤기 201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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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창원시장이 중고교 학력 향상을 위한 관계기관 연석회의를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참 생뚱 맞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남교육감도 아니고 창원교육장도 아니고 창원시장이 '중,고교 학력향상'을 위해 나선다고 하니 뜬금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지역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훌륭한 인적 자원 확보"이고 "인적 자원 확보의 기초가 되는 중, 고교 학력 향상을 위해 관계기관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하였답니다. 


하지만 안시장의 제안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시기적으로 뭔가 의도가 있지 않나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 이후에 창원시도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였습니다. 


시장이 학력 향상? 참 뜬금 없다 !


만약 안상수 시장이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지 않고 이런 제안을 하였다면 그 제안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다른 의도는 다분히 짐작 가능하기도 합니다.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누구라도 짐작 가능 하겠지만 지금까지 무상급식 지원에 사용하던 예산을 중고교 학력향상에 지원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런 불순한(?)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안시장의 제안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 고교 학력 향상은 시장이 앞장서서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이런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교육청이 하는 일을 적절하게 지원하는 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아울러 "교육이 창원의 미래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우수 학생을 더 우수하게 만드는 지원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안 시장이 연석회의를 제안하면서 했던 이야기 속에 그런 의도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해서 서울로 갈 아이들 지원하는 정책 아닌가?


그가 중 고교 학력 향상을 위해 하겠다는 일은 "예술고, 외국어고, 국제고, 특수목적고 등을 유치"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엘리트 학생들이 모이는 이런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지역 인재로 남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서울의 이른바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지역으로 내려와서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따라서 안시장이 지원하겠다고 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10년, 20년 후에 도시(창원) 경쟁력을 높이는 인재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재경 향우회 같은 모임에는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사람들을 지역 인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안시장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서울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서울에서 살다가 서울 살이가 힘들어질 때만 고향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인재들은 '창원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창원의 미래가 될려면 공부 잘 하는 우수한 아이들을 지역 대학에 보낼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만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따라서 창원의 미래를 위한 교육투자는 서울 명문고에 진학 할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진짜로 '교육이 창원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지역에 있는 창원대학이나 경남대학을 비롯한 지역 대학에 입학 할 만한 아이들을 인재로 육성하는 지원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지역 대학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 기업에 우수한 인재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창원 공단의 대기업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으로 채워나간다면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모일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옛 말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지요. 진정으로 교육에 관심있는 지도자라면 굽은 나무들이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상수 시장의 '학력 향상 연석회의' 제안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어제 언론보도를 본 여러 주변 사람들이 '지꺼나 좀 나 제대로 해라 캐라" 하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교육은 교육 전문가들을 믿고 원래대로 하던 지원이나 하라는 의미와 창원시의 산적한 현안(도시 통합으로 인한 갈등 해결, 광역시 추진, 해양신도시, 마산만 매립, 가포신항...)이나 제대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