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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급식비 내지만 경남 유권자 바뀔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

by 이윤기 201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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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도지사를 잘못 뽑은 탓에 4월부터 꼼짝없이 급식비를 내게 되었습니다. 경남 마산에 사는 저는 투표권이 샌긴 이후에 한 번도 빠짐 없이 투표를 하였지만 도지사나 시장,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 마음에 드는 사람(제가 찍은 사람)이 당선된 일이 별로 없습니다. 


기껏해야 홍준표 전임 도지사였던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에 사퇴해 버린) 김두관 전지사가 뽑힌 것이 전부입니다. 김두관 전지사의 중도 사퇴는 처음부터 반대하는 도민들이 많았습니다만, 막상 홍준표 지사가 도정을 농단하면 할 수록 김두관 전 지사에 대한 원망은 더욱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정치인, 제가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만 당선되었지만, 지금처럼 구체적으로 금전적 손해를 경험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전임 도시사 시절에도 예산이 낭비되었거나 마창대교나 거가대교처럼 방만한 토건 사업이 벌어져서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제 통장에서 안 나가던 돈이 빠져나가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농촌 지역에 있는 기숙형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의 급식비 명세를 보니 지난 3월에 4월분 급식비가 빠져나갔더군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이번 달 급식비는 46회 *3200원 =147,000원입니다. 이번 달 급식 횟수가 46회에 불과한 것은 4월에  1주일이 넘는 직업 체험 등 학교 밖에서 장기간 진행되는 행사 때문에 급식일 수가 줄어들어 그런 것입니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3월이나 5월 기준이었으면 최소한 60회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60회만 기준으로 계산하여도 60회 * 3200 = 192,000원이지요. 물론 이 횟수와 금액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들의 1일 3식 식비를 모두 계산한 것입니다. 무상급식을 하는 동안에도 1일 3식을 모두 무상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점심 식비만 무상이었기 때문에 20회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월평균 20회 * 3200원 = 64,000원을 더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지방 정부가 지원을 늘여서 급식비 부담을 64,000원쯤 줄여줘도 시원찮을 판에 학부모의 부담을 더 늘이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별로 비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시작했던 주민투표도 계속 추진 중이고, 홍준표 지사 취임 1주년이 지나는 6월이면 '주민소환'도 진행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새누리당에서도 보권선거와 대년 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 사태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이미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홍준표 지사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둘다 차기든 차차기든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새누리당 정치인들인데,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하였지요. 


따라서 어떤 분이 명쾌한 칼럼(홍준표 독주 막아라...경남 도민 손에 달렸다)으로 주장한 것처럼 유불리를 따질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주민투표도 시도하고, 주민소환도 추진해서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홍준표 지사의 바람대로 전국적인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홍준표 때문에 급식비를 내고 있지만 지난 선거에서 별 생각없이  지역 정서에 기대어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경남 유권자들에는 많은 분들이 '정치적 각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내년 총선을 비롯한 다음 선거를 전망해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남이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교육감 선거에서는 두 번이나 새누리당 성향이 아닌 중도 성향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습니다. 또 무소속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한 김두관 전 경남 지사를 당선시키기도 하였지요.  새누리당이 강고하기는 하지만 그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경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보다 더 한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철옹성 같은 유권자들도 있지만, 이번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경험하면서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는 일이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는 유권자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경남도민들 중에는 그동안 역대 도지사가 누군지도 몰랐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을텐데... 홍준표 도지사 때문에 도지사직이나 도지사에 대한 인지도가 굉장히 높아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홍준표 '효과'(?) 때문에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깨닫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정치가 곧 돈이고 밥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면 급식비 몇 달 내더라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를 배우는 학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이번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말미암아 많은 경남의 유권자들이 도지사의 독재(?)와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주민자치에 대하여 경험하고 학습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