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 정치

이래도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인가?

by 이윤기 2015. 5. 22.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전시 군사작전권이 없는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것도 부끄러운데, 이젠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미국 무기(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고 합니다.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 뻔한 사드 배치에 대하여 미국은 한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입맛대로 추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 한겨레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면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공식협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하였고, 제임스 워너펠드 합참의장은 "여건이 성숙되면 한국 정부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고 하였답니다.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말은 정말 황당합니다. 사드 포대를 한반도에 영구 주둔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공식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한국 정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를 의식하고 있었다면 사전 협의도 없이 '영구배치' 운운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가 없겠지요.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한국 정부는 반대할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거나 혹은 '한국 정부의 반대 따위는 게의치 않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겠지요. 


제가 보기에 미국은 전자와 후자 모두를 확신하는 것 같습니다. 남의 나라 군대가 자기네 땅에 들어와 주변 국가들과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떠들어도 '항의' 조차 못하는 무능한 정부를 믿고 살아야 하는 것도 참 우울하고 서글픈 일입니다. 


미국의 한국 무시 도를 넘었다


이런 기사를 보니 젊은 시절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엔 학우들과 동료들과 미국이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는냐 아니면 '신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는냐 하는 사소한 차이를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을 하곤 하였습니다. 


개인의 삶만 놓고 보면 세월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만, 이 나라를 식민지로 규정하던 신식민지로 규정하던 간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여건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나라를 식민지라고 규정하든 신식민지라고 규정하던 간에 실질적인 '주권국가'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가 주권국가가 아니라는 것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에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가 "미국의 요청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 안보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하였더군요. 


미국 고위 관료들과 최고위급 군부 인사들의 발언에 엄중항의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겨우 내놓은 논평이 국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변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냥 딱 봐도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하겠다고 결정하면 우리정부가 이를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눈에 선합니다. 


아마 그래서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주권회복을 부르짖는 국민들을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신공안정국을 주도할 인물을 '국무총리'로 지명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주권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국민들을 종북이나 빨갱이로 몰아가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발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대통령이 6월에 미국을 방문하여 공개적인 방식이든 비공개적인 방식이든 사드 배치에 합의를 해주고 올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역대 많은 대통령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댓가로 국익을 포기한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삼척동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요. 


한반도에 전쟁 위험만 높이는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첨단무기 도입을 반대하는 일에 또 다시 길지 않은 삶을 낭비해야 하는 현실이 오늘 따라 서글프고 참담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