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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왜 하필 대전이야? 이 난리에 꼭 출장 가야해?

by 이윤기 201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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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발생 한 달이 지났다고 합니다. 메르스 잘 피하고 계신가요? 제 개인 생활은 평소보다 손을 훨씬 자주 씻는 것 외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1차 확산이 한참 일 때 대전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하필 이날 대전에 확진 환자가 5명이나 발생한 날이라 가족들의 염려와 원성을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왜 하필 대전이야?", "이 난리에 꼭 출장을 가야 해?"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 중엔 "어차피 출장 갔으니 그럼 5일 동안은 아이들이 있는 집에 들어오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있더군요.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이 없었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부터하고 입고 다녔던 옷을 몽땅 세탁하였지요. 


메르스 위험을 가장 크게 느꼈던 때는 아무래도 창원에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는 두려움보다는 일단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예방 활동'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더군요. 




매월 하던 월례회의가 무기한 연기 되었고, 사람이 모여서 하는 회의들도 여러 건 취소 되었습니다. 수영장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 병원이 폐쇄되고 학교와 유치원이 휴교하였다는 이야기도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다녔던 병원을 갔다 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창원 확진자 발생...가까운 사람들까지 다가 왔단 느낌 들었지만...


메르스가 점점 더 가까운 곳까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겠더군요. 아이 엄마가 메르스 확진자가 입원했던 병원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도 되느냐 하는 문제로 페친인 의사분께 자문을 구하는 둥 호들갑을 좀 떨기는 하였습니다. 


교과부, 도교육청 메르스 대책 상황실에까지 전화를 하였습니다만, "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모들의 불안이 커질 수 있으니 가급적 집에서 지내도록 하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메르스 환자들의 감염 경로와 비교해보면 위험에 노출된 수준은 아니더군요.


확진자 환자가 나오고부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등장하였습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들 중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졌습니다. 처음 며칠 간 확진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염 우려가 높았지만, 더이상 확진가자 발생하지 않은 채 주말을 보낸 후에는 다시 조금씩 평온을 되찾아 가는 느낌입니다. 


저만 평상을 되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더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와 언론 덕분에 지나친 낙관과 지나친 공포를 오고가는 롤러코스트를 한 차례씩 타고 난 후에 평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젠 어디를 가도 "환자도 아닌데 마스크 끼고 다니지 말고 차라리 손이나 열심히 씻어라", "정 걱정되면 차라리 장갑을 끼고 다녀라, 마스크보다 장갑이 더 효과적일 것 같더라" 뭐 이런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듣게 되네요. 


대부분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서 감염되었기 때문에 늘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것이 뾰족한 예방책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스크는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 자가 격리 조치된 사람들이 꼭 하고 있어야겠더군요. 


온 국민이 다 마스크 하고 다닐 필요는 없어...


대전 출장을 다녀 온 후 딱 1주일 만에 안동을 출장을 갈 때는 가족들의 걱정도 확 줄었습니다. "사람 많은 곳에 다닐 땐 마스크 끼고 다녀"하는 당부 정도 뿐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습니다만, 확진 환자 발생 지역이 아닌 탓인지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메르스 발병 병원을 다녀 온 사람이나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감염 가능성이 있는)중에 여전히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 누락된 사람들이 많으니 불필요하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어보입니다만, 집에만 눌러 앉아서 지낼 필요도 없어보입니다. 




다분히 상업적인 이유겠지만, 메르스 환자 발생이 늘어나면서 온 나라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도 많은 관중이 모이는 프로야구 경기는 중단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론 야구 경기가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메르스 감염 병원 이외의 장소를 다니는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도 창원에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조금씩 조금씩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아닌 경우는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진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하지만 창원 지역 상황과 달리 전국 상황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환자발생이 줄어들지도 않고 사망자는 늘어나고 있어 6월 안에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환자 발생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여러 장소를 돌아다닌 환자들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고, 가족 간병과 병문안 문화를 탓하는 주장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감염 사실을 모르고 다닌 것은 환자들을 탓 할일이 아니라 정부가 감염 경로 관리를 잘못한 것이 원인입니다. 


국민 탓 아니라...정부 탓

이참에 병문안 문화는 바꾸는게 좋을 듯


가족들이 간병을 하는 것도 공공병원과 의료 인력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기 가족이 간병을 떠 맡고 있는 것이니 이것도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지지요. 다만 한 가지 이 참에 세균과 바이러스가 득실거리는 병원을 찾아가는 '병문안' 문화는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르스에 걸린 환자들의 경우 가족들이 '임종'을 할 수도 없다는 사연을 보니,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을 '문안'이라고 찾아다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직계가족이 아니면 병문안을 다니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