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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야쿠시마 조몬스기

야생 사슴 고기?...소, 돼지보다 실망스러워...

by 이윤기 2015.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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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노인' 조몬스기가 살고 있는 야쿠시마 여행기⑨


야쿠시마에서 지냈던 여행기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자동차로 섬을 한 바퀴 돌고, 조몬스기를 보러 10시간 넘는 산행을 다녀오면서 2박 3일을 바쁘게 알차게 보냈습니다. 야쿠시마의 음식과 맛집 이야기를 끝으로 야쿠시마 여행기를 마치고 바다를 건너와 가고시마에서 보낸 1박 2일 여행기를 4~5편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야쿠시마 여행기에 이어서 연재할 예정입니다. 


어디를 여행하던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입니다. 야쿠시마 여행은 첫 날부터 정말 멋진 식당에서 고급스러운 현지식으로 음식 맛의 즐거움을 만끽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저희 여행 가이드를 맡아주셨던 J Travel Busan의 정창훈 선생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본어가 젬병인 저를 위해 저희 일행이 방문했던 식당에 대해서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야쿠시마에서는 일단 가장 맛있엇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식당 두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한 곳은 첫날 야쿠시마 공항에 내려서 점심을 먹으러 갔던 '차야 히라노'(茶屋ひらの)와 둘째 날 조몬스기 산행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가서 사슴고기를 먹었던 렌가야(お食事処れんが屋) 입니다. 



먼저 '차야 히라노'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차야 히라노는 야쿠시마 공항에서 차로 약 20여 분 거리에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에 조각처럼 다듬어진 나무와 돌들로 정원이 잘 가꾸어진 아담한 식당입니다.


'차야 히라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찻집이라는 의미인데, 시대에 따라 사찰의 선방을 일컬었던 때도 있었고, 어떤 시절에는 심지어 매춘이 이루어지는 사창가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했다는군요. 뭐 지금도 이런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더군요. 


요즘은 가벼운 식사와 함께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음식점을 이르는 명칭으로 널리 쓰인다고 합니다. 아울러 요즘은 옛스런 느낌이 나는 목조건물에 작은 정원이 딸린 집들이 이런 이름을 쓴다고 합니다. 사진 속의 간판을 보면 시골 田舎(inaka)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간판을 해석하면 '야쿠시마 요리 시골의 맛, 차야 히라노' 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야쿠시마 시골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목조건물에 작은 정원이 딸린 식당이 바로 '차야 히라노' 입니다. 관광버스에서 내렸을 때 우선 건물만 보고도 '와 멋지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맛)도 좋다는 것은 음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음식을 먹는 식당의 고풍스러운 정취도 음식을 평가하는 구성요소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상차림이 1인 분입니다. 일본 식당답게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가짓수는 우리로 치면 가히 시골 한정식 정도로 비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은 아직 밥과 된장국이 나오기 전에 찍은 사진이구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위 사진에 없는 날치 튀김과 소바 등이 있으며 밥과 된장국이 더 나오더군요. 


재료들은 낯설지 않았지만 요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맛 보는 음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장아찌 종류들이 많이 있었는데 많이 짜지 않고 맛이 좋아 식욕을 돋워 주었습니다. 생선회는 딱 한 점이라 몹시 아쉬웠습니다만, 횟집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구요. 


야쿠시마가 섬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여러 종류의 해산물과 해초 무침이 나왔습니다. 재료와 요리의 이름을 다 모르는 것이 아쉬웠습니다만, 정갈하게 차려 상만 봐도 음식 맛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소바는 맛이 좀 밍밍한 느낌이었습니다만, 다른 음식들과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날치 튀김은 일행 대부분이 난생 처음 먹어보는 요리였습니다. 날치라고 하는 생선이 우리나라 근혜에서 잡히는 생선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고소하게 잘 튀겨진 날치는 다른 생선들에 비하여 맛이 아주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바삭바삭하게 날개와 지느러미까지 모두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음식 가짓수가 많아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우리 일행을 즐겁게 해 준 음식 중 하나는 거북손이 들어간 된장국이었습니다. 날치 튀김과 함께 거북손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겠지요. 앞서 여행기에서 소개하였지만 야쿠시마는 바다 거북의 산란장으로도 유명합니다. 


한 때는 바다 거북의 개채수가 많았을 때는 아이들이 거북알을 주워 학교에 가져가기도 했구요. 가정에서는 거북알을 주워 식용으로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이야 멸종을 막기 위해 바다 거북알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지만요. 



아무튼 우리의 채치만점 가이드 정선생의 장난끼가 발동하였습니다. 바다 거북의 손이 들어간 된장국을 한 번 먹어보시라는 모두에게 권하지 않았겠습니까. 듣자마자 장난끼가 발동했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야쿠시마에 오면서 현지에 관한 공부를 별로 하지 않고 온 분들과 바다에 사는 거북손을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진짜냐?"고 묻더군요. 


바다 거북의 손을 닮았다고 거북손이라고 부르는데 청정해역에만 사는 갑각류입니다. 잘 모스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거북손은 따개비와 가까운 친척이며 조개류가 아니라 갑각류입니다. 갑각류는 게나 새우처럼 속살이 안에 있고 딱딱한 껍질이 밖으로 드러난 생명체를 말합니다. 몸은 단단하고 두꺼운 등딱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맛은 미더덕과 오만둥이 맛에 가까운 맛이었는데, 된장에 넣고 끊여 놓으니 시원한 맛이 많이 나더군요. 애써 껍질을 까고 속살을 발라 먹어봤습니다만, 별로 먹을 건 없더군요. 민간에서는 거북손이 간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차야 히라노'(茶屋ひらの)에는 저희 일행이 좀 늦은(오후 2시쯤)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식사를 하러 온 분들이 세 팀이나 있었습니다. 모두 주인에게 "미안하다, 단체 손님이 있어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리더군요.


물론 식당에는 우리 일행이 앉은 자리를 빼고도 테이블이 절반 넘게 비어 있었고, 일손도 모자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고 저희 일행의 식사를 위해 시중드는 일에만 집중하더군요. 


아무튼 첫 날 첫 식사를 하였던 '차야 히라노'(茶屋ひらの)는 저희 일행이 2박 3일간 야쿠시마에 머무르며 방문했던 식당과 먹었던 음식 중에는 단연 최고였던 곳입니다. '차야 히라노'는 야쿠시마 공항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구글지도를 검색하시면 위치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식당은 사슴고기를 파는 식당입니다. 야쿠시마에는 야생 사슴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드러있더군요. 관광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볼 때도 야생 사슴고기를 판다고 써 붙인 곳이 있었는데, 마침 우리 일행이 묵었던 숙소 근처에도 야생 사슴고기 식당이 있었습니다. 


안보에 있는 숙소 근처에 있는 야생 사슴고기 식당 이름은 렌가야 (お食事処れんが屋) 입니다. 일본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식사처 렌가야'라고 하더군요. 가이드 정선생님의 추론에 따르면 煉瓦(renga)는 벽돌을 뜻하는 말이고 식당 입구에 흔적이 남아있는 입간판 모양으로 보아 옛 건물은 붉은 벽돌 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건물은 새로 지었지만 식당 이름은 옛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겠지요. 


야쿠시마에서 슬픈 눈망울을 하고 쳐다보는 야생 사슴을 여러 번 보고서도 사슴고기를 먹어보자는 일행이 더 많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였는데  "언제 다시 사슴고기를 먹어보겠냐?" 주장이 많았던 것입니다. 결국 둘째 날 저녁식사는 사슴고기 식당으로 정해졌습니다. 첫 날 저녁 산행간식을 준비하러 마트에 가는 길에 보니 식당에 손님들도 많이 있었고, 사슴고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습니다.(사슴 고기 값을 메모해오지 않았네요) 


야쿠시마에서는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11월부터 1월 사이에 사슴 사냥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야쿠시마에는 사슴의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다른 천적이 없기 때문에 적절히 개체수를 조절하지 않으면 사슴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되고 산림 훼손으로 이어진다더군요. 



결국 사슴만 개체수가 늘어나면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사슴과 원숭이도 다른 동식물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눈망울의 사슴 고기를 먹은 것은 저희들도 야쿠시마의 생태계 균형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두겠습니다. 


간간히 사이비 성향이 있는 수준 낮은 채식주의자인 저는 이날 사슴고기 맛을 보았습니다. 야쿠시마에서 아니면 죽기 전에 다시 사슴고기 맛을 볼 일이 없을 것도 같았고, 야생 사슴고기라는 이야기에 어쩐지 조몬시대의 맛 혹은 원시의 맛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식당의 불판과 조리도구들은 원시의 맛이나 조몬시대의 맛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일행이 사슴고기를 먹기 위해 갔던 식당은 현대식 시설을 잘 갖춘 곳이었고, 우리나라로 치면 샴겹살과 양념 돼지갈비 같은 것을 판매하는 집과 분위기가 비슷하였습니다. 


실제로도 '렌가야'에는 사슴고기 말고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판매하였습니다. 저희 일행도 테이블마다 사슴고기 한 접시, 돼지, 닭, 오리가 섞인 모듬 고기 한 접시,  소고기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처음 먹어 보는 사슴고기를 잘 먹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까닭이지요.  



저희 일행들의 예상이 딱 맞았습니다. 야생 사슴 고기에 특별한 맛은 없었습니다. 약간 질기다는 느낌이 들었고 육질이 뛰어나다거나 썩 맛이 좋다는 평가는 없었습니다. 특히 불판에서 오래 익힐수록 더 맛이 못하였습니다. 불판에 올려놓고 살짝 익혀서 먹을 때 그나마 가장 부드러운 맛이더군요. 

 

그나마 그냥 비슷한 맛을 예로든다면 좀 질긴 부위의 소고기를 먹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일행들은 모두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하였습니다. 하긴 소, 돼지, 닭보다 나았으면 사슴고기가 남아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테이블마다 주문한 사슴 고기 한 접시를 먹고나서 사슴 고기를 더 먹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야생 사슴 고기를 한 번 맛 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야말로 별미이고 특별한 음식을 먹어봤다는 호기심을 충족한 것으로 만족하였습니다. 


굳이 두 번을 먹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정작 야생 사슴고기를 맛보기 위해 '렌가야'에 갔지만, 더 맛있게 먹었던 것은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를 섞어 한 접시로 내놓은 모둠 고기였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늘 먹던 입맛에 길들여진 탓일 수도 있습니다만, 사슴고기보다는 소, 돼지, 닭, 오리고기를 더 맛있게 먹더군요. 


그래도 야쿠시마가 아니면  야생 사슴고기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을 터이니 맛을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렌가야에는 야생 사슴고기만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고기들과 함께 먹어 보는 정도라면 무난하지 싶습니다. 사슴 고기으로 배을 채우겠다는 무모한 계획만 아니면 될 듯 하네요. 


 

사실 야쿠시마에서 더 이상의 맛집을 소개할 수 없는 까닭이 있습니다. 야쿠시마에 머무르는 2박 3일 동안'차야 히라노'와 '렌가야' 두 곳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외식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첫날 저녁 식사와 셋째 날 아침 식사는 민박집 '하나노야'에서 준비해 준 가정식을 먹었고, 조몬스기 산행을 다녀온 둘째 날은 아침과 점심을 모두 도시락으로 준비해서 먹었기 때문입니다.

 

첫날 저녁 식사와 셋째 날 아침식사를 했던 민박지 '하나노야'의 식사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첫 날 점심을 먹었던 '차야 히라노'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정갈하고 맛있는 밑반찬들과 두툼하게 썰어주는 생선회와 날치 구이 맛이 괜찮았습니다. 튀김과는 또 다른 풍미가 있더군요.

 

 

조몬스기 산행을 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야쿠시마에는 조몬스기 산행을 떠나는 관광객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전문 식당이 있더군요.

 

민박집에 미리 주문했더니 아침 출발 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배달해주더군요.조몬스기 산행을 출발하면서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에 있는 휴게소에서 아침용 도시락은 먹고 출발하였고, 조몬스기까지 도착한 후에 남은 도시락을 먹고 하산하였습니다.시장이 반찬이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간소하게 준비한 도시락도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맛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