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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학생 타지역 고교 진학 인재 유출인가?

by 이윤기 201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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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타지 진학이 인재 유출이면...고등학생은 왜 서울 못 보내 안달인가?


지난주 경남신문 1면 톱으로 나온 '김해 중학생 상위 4% 절반 타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고등학교는 타 지역으로 가면 인재유출이고, 대학을 타 지역으로 가는 건 왜 인재유출이라고 하지 않는가?


제가 본 경남신문 기사는 '명품교육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김해시의 공부 잘 하는 중학생들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김해지역의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해시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중학교 졸업생의 10% 정도가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한다는 것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김해시내 중학생의 13~14%가 다른 지역고등학교로 진학하였고, 그중 일반고 진학은 37.4%, 특목고 진학은 19.7%였다고 합니다. 이는 지역인재 외부 유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 마련을 위하여 경남발전연구원에 맡긴 용역의 중간 발표에 나오는 내용인데, 김해시는 1800만원을 들여 경남발전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발주하였다고 합니다. 




경남신문에 보도된 연구 용역 중간 발표를 보면 김해시 중에서도 진영읍의 시외고교 진학률이 43%로  매우 높았으며, 일반고 시외진학률은 71.4%나 되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김해시내 중학생 중에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적 상위 4%(1등급)의 절반이 시외 고교로 진학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간 아이들은 일반고가 59.7%로 가장 많고 다음은 특목고(28.2%), 자립형 사립고(11.4%) 순이었으며,  이들이 진학한 지역은 거창(25.8%), 남해(15.9%), 창원(12.6%), 창녕(12.1%) 등이었다고 합니다. 


한편 경남신문 기사를 보면 김해시는 지역인재의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만 교육 분야 지원을 위해 모두 106억88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고 유입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김해시가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김해 지역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거창(25.8%), 남해(15.9%), 창녕(12.1%)으로 진학한 것은 대학 진학에 유리한 지역을 찾아 떠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김해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가 교육환경이 나빠서 다른 지역으로 간 것이 아니라 대학 진학(서울 대학)에 유리한 곳을 찾아 떠난 것이라는 겁니다.


공부 잘 하는 중학생...김해 고교에 잡아놔도...대학은 다 서울로 간다


한편, 진영읍의 일반고 시외 고교 진학률이 높았던 것은 진영읍이 사실상 창원 생활권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진영읍에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에는 창원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이주하였기 때문에 창원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 한 것이지요. 


경남발전연구원의 용역과 경남신문 기사의 문제 진단에 가장 동의가 되지 않는 것은 과연 '인재의 역외 유출'이 사실인가 하는 점입니다. 공부 잘 하는 고등학생이 인재인가요? 특히 지역에 필요한 인재가 맞는가요?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앞으로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인지는 모르지만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 = 지역 인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지역 인재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이 발상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또 서두에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공부 잘하는 중학생이 타 지역 고등학교로 가는 것은 '인재 유출'이라고 하면서, 공부 잘 하는 고등학생이 타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인재 유출'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모순 아닌가요? 


아니 공부 잘 하는 고등학생 인재들이 역외(서울, 부산)로 유출 되는 것은 모두가 축하하고 격려합니다. 서울의 명문대학으로 인재가 유출(?)되면 출신 고등학교와 동네에 현수막을 붙이면서 지역 인재의 역외 유출을 축하하는 것이 현실이지 않습니까? 


지역 인재 서울보내려고 기숙사 건립하는건 뭔가?


심지어 (김해시도 그런지 모르지만) 지방 정부들은 지역 출신 고등학생 인재의 역외(서울) 유출을 촉진(?)하기 위해 앞다투어 서울에 학숙(기숙사)를 건립하더군요. 어떤 지방 정부는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더군요.(그래봐야 이들 대부분은 대학 졸업 후에 지역에 돌아오지 않겠지요.)


김해시가 교육 지원 예산을 늘여 공부 잘 하는 중학생을 김해 지역에 붙잡아놔봐야 어차피 고등학교 3년이 지나면 다 서울로 유출될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을 붙잡아 놓기 위해 김해시가 예산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는 주장에 도대체 공감할 수 없습니다. 


김해시가 관심을 가져야 할 아이들은 서울 지역 대학으로 가지 않을 아이들입니다. 인제대학을 비롯하여 김해지역 대학으로 진학하고 졸업 후에도 김해에서 살아 갈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김해시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진짜 지역 인재들이지요. 


서울 지역 대학들이 몽땅 흡수 해 갈 인재를 키우는데 왜 김해시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는 김해 중학생들이 다른 지역 고등학교에 가는 것은 공부 잘 하는 김해 고등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제발 쓸데없는 일에 호들갑떨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