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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목사의 '새해 아침의 비나리'

by 이윤기 2016.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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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 첫날에 읽고 마음에 새기는 글 입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분명 하지는 않지만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시무예배'를 하면서 이 시를 읽고 명상을 한 후에 매년 다시 새겨 읽는 시가 되었습니다. 

2015년을 보내는 마지막 블로그 포스팅으로 물의(?)를 일으켜 많은 분들에게 걱정과 염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입니다. 어느 한 쪽을 외면하거나 혹은 썩은 상처를 덮어놓고 지내야 하는 일이 썩 내키지 않습니다만,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그리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덕분에 더 현장에 가까이 지역에 천착 하면서 사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년 읽고 새기는 시라 이렇게 바꾸어 읽어 봅니다. "올해도 하늘을 품게 해주십시오. 가슴마다 작은 가슴마다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 발 두 발 세 발 후회없는 날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꼭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저를 아는 분들도 모두 "올해에는 하늘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마다 작은 가슴마다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 발 두 발 세 발 후회없는 날을 걸어가시길 기도 합니다." 2016년은 후회없는 날들로 더 많이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새 날이 밝았습니다, 아버지 
해마다 주시는 새 날이 온 땅에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하늘을 기르게 해주십시오 
우리 몸 속에 심어주신 하늘 싹 고이 길러 
마침내 하늘만큼 자라나 
사람이 곧 하늘임을 스스로 알게 해 주시고 

칼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칼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돈의 힘을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돈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부끄러운 성공보다 오히려
떳떳한 실패를 거두게 하시고
유명한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참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착한 일 하다가 지친 이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샘을 가슴 깊이 파주시고
마음이 깨끗해서 슬픈 이들에게는
다함없이 흐르는 맑은 노래 들려주시고
 
세상이 어둡다고 말하기 전에
작은 촛불, 촛불 하나 밝히게 하시고
솟아오른 봉우리를 부러워하기 전에
솟아오른 봉우리를 솟아오르게 하는
골짜기, 깊은 골짜기를 보게 하시고
밤하늘 별들을 우러르기 전에
총총한 별과 별 사이
가뭇없는 저 어둠, 어둠을 보게 하시고
아름다운 꽃 나비 벌 희롱하기 전에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으로
숨어 흐르는 수액을 보게 하시고
 
쓰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대신에
길 떠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하시고
 
올해에는 하늘을 품게 해주십시오
가슴마다 작은 가슴마다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 발 두 발 세 발
후회없는 날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새해 새 날이 밝았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하늘 싹 마침내 온누리 움텄습니다
 
- 새해 아침의 비나리 /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