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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박종훈 주민소환 포기해도 불법 서명 수사 계속해야

by 이윤기 201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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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을 조작하던 사람들이 선관위에 적발되어 경찰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초에 언론에 보도된 이후 그동안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홍준표 도지사의 측근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입니다. 


창원 북면의 한 공장 가건물에서 허위 서명을 작성하다 적발된 사람은 5명입니다. 이들은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을 보고 서명부 용지를 다시 작성하는 방법으로 도내 거주자 2500명의 서명을 허위로 위조하였다고 합니다. 


선관위가 현장에서 허위 서명부 600여 권을 포함 서명부 총 2200여 권, 2만 4000여 명이 기재된 주소록 필구구22통 등을 적발하여 압수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홍지사의 측근들이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예컨대 불법 서명이 이루어진 장소가 경남 FC 대표이사가 공동 소유주로 되어 있는 장소이고, 홍준표 지사의 선거를 돕는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대호산악회' 사무실이었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경남 FC 대표이사는 홍지사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후에 경남개발공사 상임이사를 거쳐 경남FC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고 하더군요.


경상남도 산하 기관인 경남 FC는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와 사무국 직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사무국 직원 중에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 수임으로 등록한 사람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더군요.


불법 주민소환 운동...민주주의 훼손하는 법범행위


사실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과 관련한 불법 서명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해군수 부인이 공무원을 대동하고 서명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고, 노인회를 동원하여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도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서명을 할당하였다는 소문도 많이 나돌았지요. 


그런데 북면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허위 서명, 불법 서명운동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싯점에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운동본부>측이 돌연 서명부 제출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무려 51만 4000명의 서명을 받아놓고도 서명부 제출을 하지 않고 서명운동을 그만두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익히 짐작이 됩니다. 창원 북면에서 선관위에 적발된 허위 서명부 작성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주소록의 출처와 관련하여 4월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홍준표 도지사의 측근이 연루 되었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하지만, 박종훈 교육감을 주민소환하겠다고 서명한 51만 4000명의 의견은 주민소환운동본부 대표자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묵살되어도 되는건지 잘 납득이 안됩니다. 뭐 그동안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정말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서명이 몇명이나 될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소수라 하더라도 그들의 정치적 의사가 이렇게 묵살되어도 되는지 답답한 노릇입니다. 


51만 명 서명용지 꼭 검증해봤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보면 북면에서 이루어진 허위 서명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고, 나머지 51만 명이나 참여한 서명용지를 선관위에 제출하여 교육감 주민소환 투표를 실현시켜야 정상적인 절차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주민소환운동 본부가 급작스럽게 서명부 제출을 포기한 것은 현재까지 받아 놓은 51만 명의 서명도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막히고 황당한 것은 주민소환 서명부 제출도 떳떳하게 할 수 없는 대표들이, 더군다나 51만명의 염원(?)이 담긴 서명부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51만명의 이름으로 교육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이 자들이 얼마나 철면피인지 잘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명부 제출도 떳떳하게 못하는 자들이 "교육현장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와 교육감 공약인 무상급식 책임을 경남도에 전가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교육의 본질적 책무에 전념하라"는 주장을 했다더군요. 


이런 주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것은 공허하게 기자회견하고 도망치듯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51만명의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하는 것이 가장 위력적인 방법입니다. 51만명 서명부를 제출하는 것이 교육감을 압박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데도 그 방법을 포기하면서 "경고를 외면하면 다시 한 번 도민의 이름으로 분연히 일어나 심판하겠다"는 말을 남겼더군요. 


참으로 치졸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이 주민소환 서명부 제출을 포기한 까닭은 삼척동자도 다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51만명의 서명부도 떳떳하지 않기 때문에 제출을 못하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이들이 주민소환 서명부 제출을 포기한다고 해서 불법서명운동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거나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처럼 만에 하나라도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연루되어 있다면 더욱 철저하게 수사하고 배후를 꼭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자들의 잘못 중에는 지방자치제를 위한 중요한 주민 참여 제도인 주민소환 운동을 희화화 시킨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서명에 참가한 51만 명이 서명부 제출을 포기한 자들의 일방적 결정에 항의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