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작별 시간만 1시간 30분...대안학교 졸업식

지난 1월 9일 둘째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경남에 있는 공립형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 다녔던 아들이 3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였지요. 다른 학교보다 1달 정도 빠른 졸업식 이었는데, 시기만 빠른 것이 아니라 졸업식 분위기도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여러 내빈들의 뻔한 인사말이 없었는데도 졸업식 본 행사만 1시간 30분이 걸렸고, 선생님, 후배들과의 작별 인사에 또 1시간 30분이나 걸렸습니다. 첫째 아들 초중고 졸업식 세 번, 둘째 아들의 초중 졸업식 두 번 모두 다섯 번의 졸업식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긴 졸업식 행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졸업식이 얼마나 길었던지 아들 졸업식에 같이 갔던 가족들끼지 기념 사진도 한 장 못 찍고 그냥 왔습니다. 저희 가족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도 졸업하는 아이와 함께 기념 사진을 못 찍은 여럿이었습니다. 둘째 손자 졸업식에 함께 가셨던 제 아버지도 "팔십 평생 살면서 이런 졸업식은 처음이다"고 하시더군요. 



태봉고 졸업식은 본 행사부터 조금 특이 하기는 하였습니다. 졸업생 모두가 단상에 올라가서 졸업장과 상장을 받았습니다. 상장은 성적이 좋은 친구들만 받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재능과 특기가 드러나는 상을 졸업생 모두가 하나씩 받았습니다. 저희 집 둘째는 방송부 활동과 졸업앨범 제작의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더군요. 


또 특이한 것은 졸업생 모두가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졸업생 전원이 단상에 올라가서 장학증서를 받더군요. 대학 진학을 안 하는 저희 아들도 소정의 장학증서를 받았더군요. 


4년 전 첫째 아들 졸업식에 갔을 때는 서울대를 비롯하여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는 4년, 1년 대학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주는 대신 그외 아이들은 국물(?)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이 장학금을 성적이 좋은 소수의 아이들에게 몰아 주는데 태봉고등학교는 여러명의 졸업생 골고루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 하였습니다. 저희 아들은 졸업식 당일까지도 자신이 장학금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더군요. 


다른 점은 또 있었습니다. 내빈소개와 학교장 인사 그리고 운영위원장 인사 등은 짧았지만 송사와 답사는 길었습니다. 판에 박힌 뻔한 이야기 대신 생생한 추억과 경험이 담긴 송사와 답사는 듣는 이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전해주었습니다. 


재학생 대표와 졸업생 대표가 송사와 답사를 하는 동안 모든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환호하고 감탄하고 탄식하는 등 적극적으로 호응하였습니다. 



공식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세족식 이었습니다. 3년 전 아이들이 태봉고에 입학 할 때는 선생님들이 '3년 동안 아이들을 잘 섬기겠다는 마음을 담아" 아이들 발을 씻어 주었습니다. 졸업식 날은 "3년 동안 함께 했던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들이 선생님들 발을 씻어 주더군요.


학생 숫자도 작고 선생님 숫자도 작기 때문에 가능 했겠지만 모든 아이들이 모든 선생님들을 자리에 모시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세족식'을 하였습니다. 


대안학교 중에는 세족식을 하는 하는 학교가 있지만 일반 학교 졸업식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행사입니다. 졸업식 날 선생님 발을 씻어줄만큼 고마운 마음을 가진 아이들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세족식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건 무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자발적(?)인 작별 인사였습니다. 선생님 한 분 한 분과 포옹하고 짧은 때로는 긴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도 누구하나 재촉하지 않고 차례찰 작별인사를 나누더군요. 


미운정 고운정이 쌓인 선생님들과의 작별인사는 더욱 길었습니다. 사연이 많은 선생님이나 담인 선생님과 작별 할 때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여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덩치가 산 만한 남자 아이들도 눈시울이 벌겋게 되어 울다가 웃었다가 하면서 작별의 정을 나누더군요. 


선생님 한 분, 한 분과 오랜 시간 작별 인사를 끝낸 아이들은 곧장 교실로 가지 못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이 서 있는 줄이 끝나는 곳에 후배들이 다시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재학생들이 서 있는 줄은 졸업식이 열린 체육관에서부터 교실로 가는 통로까지 건물 밖으로 계속이어졌습니다. 


재학생인 후배들은 선배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 건물 밖 통로에서 1시간 30분이나 추위를 견딘 것입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과 뜨겁게 포옹하고 때론 소리도 지르고 때론 손도 맞자고 때론 아쉬운 한 숨도 쉬었으며, 아쉬움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우는 녀석들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작별 인사를 나눈 후에야 교실로 흩어지더군요. 결국 10시에 시작된 졸업식은 오후 1시가 훌쩍 넘어서 끝났습니다. 졸업식에 모인 가족들이 함께 가족 사진도 찍지 못했고 점심도 따로 먹고 각자 일터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참 따뜻하고 부러운 졸업식이었습니다. 한 주동안 졸업 주간 행사를 치르고 졸업식 전날 밤에도 학교 강당에 모여 마지막 이야기를 4시 30분이나 나눈 아이들이라고 믿기 어려운 작별 인사 장면이었습니다. 이산가족이 만났다 헤어지는 것 같은 이별이더군요. 여러가지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 대안학교에 보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 0 Comment 3
  1. 공수래공수거 2016.01.19 09: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바람직하군요
    저희 아들 다닐때 이런 학교가 있었다면
    보냇을겁니다

  2. 스누피 2016.01.23 10: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졸업을 축하드리며 앞길에 좋은일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3. 4872jen 2016.04.14 17: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그리워요 그리고 놀랬어요! 우연히 들어간 블로그가 태봉 4기 중 한명의 아버님 블로그 일줄은..! 저도 4기 졸업생이랍니다 ㅎㅎ

은어 재첩 자연이 살아 있는...섬진강 종주

섬진강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재첩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 재첩국을 팔러 다니는 아주머니들이 외치는 '재칫국 사이소'하고 외치는 소리, 어머니가 재첩국을 끊이는 날 큰 양푼이에 담긴 재첩을 까던 기억 그리고 어른이 되어 섬진강..

7박 8일의 즐거운 개고생...청소년 국토순례

2017년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7박 8일의 즐거운 개고생>이 하나방송에서 제작 방송 되었습니다. 아래 영상은 하나방송 유튜브 채널에 있는 방송 영상입니다. 한국YMCA 전국연맹이 주최하고 전국 16개 지역..

국토순례 개고생...5번이나 하는 까닭?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⑦ ] 곡성에서 광주 518민주광장까지 70km 일주일 간의 자전거 국토순례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아침... 실무자들은 여느 때보다도 더 긴장된 모습입니다. 가장 복잡한 도심 구간인 광주 ..

사무총장 취임....하나방송 파워인터뷰 인터뷰

2016년 5월에 하나방송 파워인터뷰에 출연하였습니다. 제가 사는 집엔 하나방송이 나오지 않아 있고 지내다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2월 말에 취임하고 첫 방송 인터뷰를 하나방송과 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국토순례...죽자고 자전거만 타는 건 아니다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⑥ ] 전남 순천에서 섬진강따라 96km...곡성까지 YMCA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여섯 째날은 전남 순천시 청소년수련관을 출발하여 곡성군 가정녹색농촌체험마을까지 약 98km를 달렸습니다...

보성 녹차밭 봇재...걸어가도 타고가도 결국 넘어야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⑤ ] 장흥에서 순천시 청소년수련관까지 100km 다섯 째 날은 장흥을 출발하여 순천까지 가는 약 100km 구간을 달리는 날입니다. 참가자들은 자전거 라이딩에 익숙해져 한결 패달링이 경쾌합..

엉덩이 통증...자전거 잘 타도 피할 수 없다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④ ] 전남 목포에서 장흥까지 69km...물축제 참가 한국YMCA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다섯째 날은 전남 목포시 청소년수련관을 출발하여 전남 장흥까지 약 69km를 달렸습니다. 하루 100..

꽃보다 물이 귀한 줄 처음 알았다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③ ] 고창 선운산에서 목포까지 115km도 가뿐하게...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넷째 날은 고창군 선운산 유스호스텔을 출발하여 상하면 상하초등학교 영광군민생활체육공원, 불갑저..

풍년제과 이성당...맛집 투어도 함께 한 국토순례

한국YMCA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3일차는 군산대학교를 출발하여 고창 선운산 유스호스텔까지 가는 99km를 달렸습니다. 첫 날은 오렌테이션 둘째 날은 여유롭게 75km를 달렸는데 셋째날부터는 본격적인 자전거 라이딩이 시작되면서..

아마도 이번 생엔 가기 힘든 최고의 여행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꽤 자주 남들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고 소개하는 편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을 읽으면서 왜 여행 이야기책을 읽는 건지, 주로 어떤 때 여행 이야기책을 읽어 왔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

아무나 따라하는 쌩초보의 인공암장 만들기 2

홀더 고정너트를 부착한 합판을 벽체에 고정하는 작업은 전문가인 목수 두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황목수와 신목수께서 꼬박 하루 동안 작업을 한 끝에 벽체 고정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전에 현장을 둘러본 두 분 목수께서는 ..

카카오뱅크 300만, 체크카드 한도 낮췄나요?

카카오 뱅크 돌풍이 엄청나네요. 인터넷 뉴스를 검색을 해보니 한 달만에 300만명이 넘게 카카오뱅크에 가입하였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300만명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은행 고객이 할 달 만에 300만명으로 ..

아무나 따라하는 쌩초보의 실내 인공암장 만들기 1

1. 실내 인공 암장 합판 만들기 스포츠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효과 때문일까요? 제 주변 지인들 중에도 클라이밍을 배운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보니 어느 때보다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제..

한 여름 불볕더위...개고생 나선 청소년들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①전북 김제 모악산에서 군산까지 한국YMCA 청소년 250명, 전북 김제에서 518민주광장까지 호남권 615km 국토순례 불볕더위와 늦은 장마를 이겨내고 한국YMCA 청소년 250여명이 전북..

뛰고 달리는데 최적화된 쉼표 이어폰

매우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합니다만, 스웨덴에 본사를 둔 수디오 이어폰은 최고 수준의 음질과 새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는 수디오 이어폰 2개(유무선 각 1개)와 블루투스 헤드폰 1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6 본전 뽑기, 배터리 직접 교체

작년 8월에 구입한 지 6년이 지난 아이폰4 배터리를 직접 교환한 경험담을 기사로 작성하였습니다. 배터리 교체 후 1년 최초 구입일로부터 7년이 지난 아이폰4는 여전히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MP3 역할과 자전거 ..

노무현 그는...강희근 글, 고승하 작곡

오늘은 오랜 만에 블로그를 통해 새 노래 한 곡 소개합니다. 민예총 이사장을 지낸 작곡가 고승하 선생님이 노무현 대통령 추모 시집 <물처럼 물을 건너 바람처럼 바람을 건너>에 실린 시 '노무현 그는'에 곡을 붙였다고 합니다. ..

45년 무사고 자전거 운전...당해보니 아찔했다

지난 일요일 후배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1톤 화물 트럭에 부딪히는 소형(?)사고를 당했습니다. 1톤 화물 트럭에 부딪혔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으면 대형사고가 났겠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다행히 큰 부상을 당하지 않..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폐쇄 말고 승용차 억제 정책 세워야...

창원시의회에서 진해구 출신 의원들께서 앞장서서 안민터널 내 자전거길을 폐쇄하자는 제안을 하였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좀 더 따져봤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담긴 글을 포스팅 하였습니다. 2017/07/04 - [세상읽기 - 교통] -..

안민터널 자전거도로 폐쇄 더 따져봐야~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개설이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어제 경남도민일보에 나온 "안민터널 자전거도로 폐쇄 요구 재점화"기사를 읽고 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살펴봍니 2012년 5월에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가 논란이 되었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