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응답하라 1985 서해남, 선배와 쓸쓸한 작별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만, 저에게는 1985년이 매우 특별한 해 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도 바로 1985년 봄입니다. 


그리고 어제밤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닌 그와 30년 만에 작별하였습니다. 오십사 년, 아니면 오십오 년쯤 되는 그의 인생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1985년 봄에 만난 그는 겨우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저의 삶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학 1학년이 되고 나서 담배를 배운 것도 그가 피우는 세상에서 가장 맛깔스런 담배 맛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후로 지난 30년 동안 그 보다 더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는 영락없는 니코틴 중독이었고 그냥 온 몸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담배가 손끝을 떠나지 않았으며, 글쓰기나 대화에 집중할 때는 필터까지 태우는 일이 다반사였고, 담배 꽁초의 남은 불씨로 새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일도 많았습니다. 가방이나 주머니에는 늘 여분의 담배가 있었고 담배가 떨어지면 심각한 불안 증상을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 하였는지 모르겠지만, 30년 동안 쉬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면 그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죽음 소식을 들은 두 선배는 똑같이 "그렇게도 담배를 좋아 하더니만......결국엔.......너무 일찍 갔네"하고 안타까워 하였습니다. 


그의 후배로 지내면서 글쓰기와 세상을 이해하는 공부를 하였던 기간은 1985년 봄부터 1986년 봄까지 만 1년, 그리고 1988년 가을과 겨울 언저리의 몇 달간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는 1985년 이후 30년 동안 제가 지금처럼 살도록 하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준 몇몇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적어도 저에게 그는 세상 누구보다도 훌륭한 시인이었습니다. 그가 쓴 시 한편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여러 밤을 같이 지내며 그가 습작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1985년과 1986년의 저에게는 그는 김남주 시인과 같은 큰 산 이었고 김남주 시인과 같이 문학을 무기로 삼은 '전사'였습니다. 


그때는 김남주 시인은 감옥에 있을 때인데 청년 김남주의 모습이 꼭 그의 모습과 아주 많이 닮았을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필명을 서해남이라고 정한 것은 고향이 해남이었기 때문인데, 김남주 시인의 고향도 해남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김남주 시인을 닮고 싶었지 싶습니다. 


제 생애를 돌아보면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1985년, 그 때 저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주었던 3~4명의 선배들이 있는데 그도 그중 한 명입니다. 저에게는 얼마 전 돌아가신 신영복선생 같은 사상가 보다  제 삶에 더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람입니다. 그와 그 당시 저를 아껴두던 선배들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 신영복 선생 같은 분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때, 짦은 기간 이었지만 마창노련에서 실무자로 일하던 그를 도왔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YMCA에서 노동자 배움터 교실의 실무를 맡아 일하면서 지역 노동운동의 여러 현장에서 가끔씩 그를 만났습니다. 1988년인가 1989년인가에는 마창노련에서 실무자로 일하던 그가 사무실에서 테러를 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마창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을 기억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마창노련을 떠나고 한동안 무심히 살다가 그가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가톨릭여성회관에서 노동자 문학교실도 열고 창작 동아리(참글?) 활동을 한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그의 아이가 YMCA아기스포츠단을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결혼 생활이 평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때도 그 무렵이었지 싶습니다. 그의 아이가 YMCA를 졸업한 후에는 15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간간히 스쳐가는 바람처럼 그의 소식을 전해들었을 뿐입니다. 


지금 블로그를 만들어 잡문이라도 쓸 수 있는 미천한 능력이라도 갖게 된 것도 그와의 인연 덕분입니다.  초등학교 백일장에도 나가 본 일이 없는 저에게 생애 처음으로 글쓰기를 공부를 시켜 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1985년 가을과 겨울즈음에 저는 스파르타 서선생 글쓰기 교실의 유일한 수강생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아마도 이태준의 '문장강화'였을 것으로 기억되는) 오래된 글쓰기 책을 읽어보라고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책이 옛집 어디엔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시를 쓰던 그가 동화를 써서 신춘문예에 당선 되었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작가로서 널리 이름을 알리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사는 곳과 내가 사는 곳이 멀지 않았는데도, 일부러 만나 일상을 나누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가 폐암으로 1년이 넘는 투병 생활을 하였던 것도 모르고 지냈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같은 병실에 있었던 사람을 통해 이사람 저 사람을 건너건너 그의 죽음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어제밤 사진 속에 남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살아 있을 때 그를 한번 더 찾지 않았던 것이 후회 스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오면서 10년 이 넘게 소식을 나누지 않았던 옛 선배들 전화번호를 찾아내어 연락을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봄에는 꼭 한 번 만나자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그의 인생 전부가 어땠는지는 모릅니다만, 1980년 대를 함께 치열하게 살았던 동료들의 환송 조차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의 고단한 세상 살이가 어땠는지 잘 모릅니다만, 적어도 저에게 그는 앞으로도 영원히 <경대문화> 편집장입니다. 


오늘은 그의 육신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날 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Trackback 0 Comment 1
  1. 공수래공수거 2016.02.03 09: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인이 돌아 가셨군요
    삼가 애도를 드립니다..

스웨덴 이어폰 수디오 워런티 받아봤더니...

제 블로그에 몇 차례 Sudio 이어폰 사용 후기를 포스팅하였습니다. Sudio 이어폰은 스웨덴 Sudio사에서 만든 유럽 감성의 디자인으로 제작된 핸드메이드 이어폰입니다. 저의 경우 Sudio사의 블로그 및 SNS 리뷰 마케..

권력은 탐욕의 상징? NO 정치발전의 동력 !

[서평]최장집이 엮고, 박상훈이 옮긴<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지역에서 여러 일을 같이하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추천으로 읽은 책입니다. 오늘의 정치 현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닙니다만, 정치철학을 다룬 '고전'..

미세먼지, 중국 탓만하지 말고 경남 교육청처럼 하라 !

지난 4월 10일 마산YMCA 제 77회 아침논단에 전홍표 박사가 '미세먼지, 당신의 숨은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전홍표 박사는 경남교육청에 근무하는 동안 도교육청 미세먼지 대책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어 ..

미세먼지, 당신의 숨은 안녕하십니까?

국내 최고의 미세먼지 현장 전문가 ! 전홍표 박사 강연 ~ 전홍표 박사가 마산YMCA 제 77회 아침논단 강연을 맡았습니다. 1999년에 시작된 마산YMCA 아침논단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우리 사회의 중요한 ..

창원시의회, 전홍표 같은 미세먼지 전문가 꼭 있어야 한다.

~ 창원시의원 44명, 미세먼지 전문가도 1명은 꼭 있어야 한다 경남 도내의 모든 학교에는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바로 'EdiGreen'이라는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에서 'EdiG..

인터넷에서 옛애인 이름 검색...당신은 안해 봤나요?

[서평]관계에 서툰 남자 엣세이, 호무라 히로시가 쓴 <세계음치> 순전히 <세계음치>라는 제목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저자 호무라 히로시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세계음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 음치인지, 음치에서 탈출할 수 있..

기초선거구 결정 도의회에 맡겨선 안된다

자유한국당 일색인 경남도의회가 '경상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을 무시하고, 4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를 쪼개 2인 선거구 중심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2..

OWC Aura Pro-X 교체...타임머신 백업으로 성공 !

맥북 프로 레티나 SSD 업그레이드 후기 ③ [관련 포스팅] 2018/03/05 - [시시콜콜] - 맥북 프로 레티나 SSD 업그레이드...노트북 1대 값 2018/03/06 - [시시콜콜] - 맥북 Aura Pro-X SSD..

맥북 Aura Pro-X SSD 교체, 인식 안 될 때...

관련 포스팅 2018/03/05 - [시시콜콜] - 맥북 프로 레티나 SSD 업그레이드...노트북 1대 값 맥북 프로 레티나 SSD 업그레이드 후기 ② "OWC Aura Pro-X SSD 교체 이틀 간 헛발질 끝에 겨우 성공"..

맥북 프로 레티나 SSD 업그레이드...노트북 1대 값

맥북 프로 레티나 SSD 업그레이드 후기 ① 맥북 프로 레티나를 사용한 지 3년 쯤 지났습니다. 아들이 사용하던 맥북 에어를 군대간 2년 동안 쓰다보니 아이폰과 완벽하게 호환되는 맥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맥북 프로 레티나를 구입..

청소년 제주 자전거 라이딩 교통, 숙박, 식사, 간식 ~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다녔던 청소년들과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하고 왔습니다. 지난 2018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출발하는 날 밤에 부산에서 배를 탔기 때문에 3박 3일 이나..

경남에선 보험금 신청 안돼...부산까지 가실래요?

장래에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고 하지만, 팔순이 넘은 제 어머니의 경우는 자주 찾아오는 보험 판매원과의 인간적인 '정' 때문에 여러 보험에 가입하였다고 하십니다. 노점상을 하시면서 늘 현금을 가지고 계..

물에 빠진 생쥐꼴...생애 가장 춥고 배 고팠던 하루

YMCA 제주 자전거 국토순례③ 성산에서 제주항까지 62.2km 전날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침 7시...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새벽 길을 떠났습니다. 모두 비옷을 겹쳐 입고 비에 몸이 젖지 않..

제주도 일주...자전거 타고 가면 다 맛집?

YMCA 제주도 자전거 국토순례② 중문-성산일출봉까지 74.1km 라이딩 아직 해가 올라오기 전 이른 아침 7시에 숙소를 출발하였습니다. 대략 75km 정도만 달리면 되는 날이라 조금 천천히 출발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일기예보..

제주도 자전거 일주...초등 4학년도 '거뜬'

마산YMCA 제주도 자전거 국토순례① 제주항에서 중문단지까지 97km 라이딩 자전거로 제주 해안도로 238km를 일주하였습니다. 딱 10년 만입니다. 2007년 여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과 처음으로 YMCA 청소년 ..

독립운동 외할아버지 덕분에 이런 날 올줄이야

독립유공자 손녀라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어머니, 지난해 팔순을 넘기신 제 어머니가 난생 처음으로 독립유공자 손녀로서 혜택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독립·참전유공자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

숲에서 먹는 꽃나물 비빔밥은 무슨 맛일까?

이영득이 쓰고 한병호가 그린 <봄 숲 놀이터> 오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어느 해 보다 보다 몸과 마음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일터에서 보내는 겨울이 따뜻할수록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도 덜한 것 같습니다..

엄동 설한에 두 번 이사...전세 살이의 설움

집 주인도 손해...세입자도 손해...공인중계사만 꿩먹고 알먹고 세입자보호 정책 언제나 도입되나? 한 겨울 엄동설한에 연거푸 이사를 두 번이나 하게 되었다. 지난 12월 22일 서울 사는 아들 자취방을 옮겼다. 6500만원에 ..

9년중 가장 게을렀던 2017 블로그 결산

2009년에 늦여름에 다음세대재단에서 주최한 '시민운동가 인터넷 리더십 연수'를 받고 곧장 블로그를 시작하였으니 올해로 10년 차입니다. 내년10월이면 만 10년이 되겠네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매년 100만 방문자가 목표였는..

공수처 설치...무전유죄 유전무죄 이제 그만 ~

안녕하세요! 마산YMCA 이윤기입니다. 민주당의 화성을 이원식 국회의원으로부터 에너지시민연대 홍혜란 사무총장에게 릴레이되고, 다시 여수YMCA 김대희 국장에게 릴레이 된 <공수처(공직자비리수사처)> 조속한 설치 촉구 캠페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