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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지역주의로 승리(?)한 안철수와 3번당

by 이윤기 2016.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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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언론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20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방송을 보면서 페이스북에도 썼습니다만, 20대 총선을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위대한 국민이 승리한 선거이고, 대통령이 참패한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이 과반수는 물론이고 180석을 넘길 수도 있다", 심지어 야권 분열로 수도권이 참패하면 "새누리당이 200석을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와 걱정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매우 희망적이고 고무적 이었습니다. 무소속 당선자들이 입당하면 의석수가 바뀌겠지만, 어쨌든 선거 결과만 놓고보면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이 11석입니다. 



안철수 지지자들과 국민의당 국회의원 당선자들 그리고 선거 전부터 안철수를 띄우기에 열을 올리던 종편들은 이번 선거를 "국민의당"이 승리한 선거라고 평가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국민의당이 승리한 선거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평가가 아닙니다.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은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단한 결과 입니다만,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지 않았다면 야권 전체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고, 야권 전체의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예컨대 국민의당 38석은 그대로 둔채 새누리당이 160석을 얻고, 더불어민주당이 85석이 되었다면 안철수와 3번당의 승리는 '야권분열'로 얻은 완전히 빛바랜 승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안철수와 3번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하고 전국에서 123석을 얻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단일화 거부', '야권연대 거부'에 따른 '야권분열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참패했다면? 안철수와 3번당은?


예컨대 마산회원구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하귀남 후보가 비록 출마는 늦었지만, 안철수의 3번당 후보와 단일화만 이루었다면, 3당 합당 이후 3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만약 대구, 부산, 경남에서 야권 후보들의 당선이 10명이나 당선되지 않았다면, 안철수와 3번당에 대한 원망이 100배는 더 컸을 것입니다. 


따라서 안철수와 3번당은 수도권에서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대거 당선 시켜준 유권자들, 그리고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당선시켜준 지역주의의 벽을 깨뜨린 유권자들, 이른바 전략투표를 해준 유권자들에게 엎드려 큰 절이라도 올려야할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은 물론이고 수많은 민주화세력, 시민사회 세력들이 국민들에게 '전략투표'를 요청하였고 국민들이 여기에 응답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안철수당이 38석 얻은 것을 '승리'로 평가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안철수와 3번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였다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안철수와 3번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25석 중에서 안철수와  김성식을 빼면 모두 광주전남에서 얻은 의석입니다. 예컨대 지역주의에 편성해서 얻은 승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호남지역주의는 영남지역주의와 전혀 결이 달랐습니다. 영남지역주의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지역주의였다면, 호남지역주의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와 같은 지역주의였습니다. 호남에서 민주당으로 통칭할 수 있는 야권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세력에 대한 지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남지역주의 여전히 민주주의의 보루인가?


잘 아시겠지만 제가 사는 영남에서 지역주의는 수구 보수 세력이 기득권을 지키고 영남 패권주의를 고착화시켜온 지역주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보면 앞으로는 그렇게 평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대구에서는 김부겸과 홍희락이 지역주의의 벽을 깨뜨렸고, 부산에서는 김영춘, 전재수, 박재호, 최인호, 김해영이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었습니다. 경남에서도 김경수, 민홍철 그리고 서형수 후보가 공고한 지역주의의 벽을 넘었습니다. 



안철수와 함께 살아남은 3번당의 호남인사들은 대부분 지역주의 덕분에 당선되었습니다. 이른바 호남의 광범위한 '반문정서'라고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에 있었다면 공천 탈락이 유력했던 인사들 대부분이 안철수의 3번당으로 가서 국회의원 자리를 보전하였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지속되었던 호남 지역주의와는 결이 다른 안철수와 3번당을 지지하는 새로운 호남지역주의가 태동하게 되었고, 그 혜택을 본 자들은 대부분 호남의 구태 정치인들 입니다.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와 '구태정치인들'의 결합이 새로운 호남지역주의로 나타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영남의 지역주의 붕괴 신호...안철수와 3번당의 의미는?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안철수와 3번당의 약진을 어떻게 평가 하였을까요? 어떤 분들은 호남에서 안철수와 3번당이 약진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영남에서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전혀 결이 다른 과정과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안철수와 3번당이 더 진보적인 정당도 아니고 더 개혁적인 정당도 아닐 뿐만 아니라 더 깨끗하고 참신한 인물들을 공천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호남에서 당선된 대부분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기 위해 당적을 바꿔 공천 받은 사람들이고, 호남이기 때문에 그래도 당선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입니다. 


영남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공고한 지역주의의 벽을 넘었고, 새로운 정치를 통해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의 벽을 깨뜨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쏟아 부은 사람들 입니다만, 호남에서 당선된 안철수의 3번당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호남이기 때문에 탈당하고 3번당으로 당선 되었습니다.  따라서 안철수와 3번당의 호남지역 승리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일부 낡은 정치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