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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나는 북한보다 핵발전소가 더 무섭다

by 이윤기 201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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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상사태...대통령은 전방 걱정 - 국민은 원전 걱정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여러 일화 중에서 아버지 박정희가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첫 일성이 "전방엔 이상없나요?" 였다는 이야기가 회자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의 첫 질문이 전방 걱정 이었다는 이야기가 곧이 곧대로 잘 믿어지지는 않습니다만, 뭐 그렇다고 해두지요. 


그렇다면 어제 저녁 울산 앞 바다 50km 지점에서 진도5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국가재난안전처의 문자를 받은 국민들의 첫 일성은 무엇 이었을까요? 적어도 엊그제 저녁 저와 함께 모임을 하고 있었던 YMCA 회원들의 첫 의문은 "그럼 고리원전은 괜찮은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다음날 만난 YMCA 회원들과 실무자들도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고리 원전과 월성 원전의 안전문제를 떠올렸다고 하더군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지진과 해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고리, 월성과 가까운 울산 앞바다에서 진도5의 강진이 발생 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장 먼저 원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은 만약 고리 원전에서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평소 반핵운동과 탈원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막상 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창원시 마산에 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대피(응)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기상청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고리원전에는 아무 영향이 없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다행히 얼마지나지 않아 고리 원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려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지진 다음날인 어제는 어디를 가도 지진이야기가 빠지지 않더군요. 저는 엊그제 지진을 직접 느끼지 못하였습니다만,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의자와 침대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경험 하였다고 하더군요. 


울산 앞바다 지진...고리 원전은 안전한가... 걱정


지진의 진동을 크게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 식탁 밑으로 대피해야 하나 아니면  집 밖으로 대피해야하나?"하는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큰 지진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집 밖으로 대피해 본 경험도 없어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두 번째 걱정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고리 원전은 괜찮은가?"하는 걱정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분명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이루어진 학습효과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진 후에 해일이 일어나면 원전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의 대응은 허둥지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오후 8시 50분에 보낸 <국가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는 날짜가 틀렸습니다. 긴급한 사안이라 서두르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더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리고 6분이 지난 후에 날짜가 틀렸다는 메시지를 다시 보냈더군요. 


또 하나는 국가안전처 긴급재난문자에는 "여진 대비 TV 등 재난방송을 청취바랍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TV에서는 재난방송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진 상황이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난방송을 진행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재난 방송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따져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날 지진은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5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고 하는데,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지만 긴급 재난 방송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었던 대응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제는 저 처럼 울산 앞바다 지진 소식을 듣고 고리원전의 안전을 떠올렸던 사람들이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안과 동해바다에서 자주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고리 원전을 세계 최대의 밀집 원전 단지로 만들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국가 원수이자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한 국가 비상 사태에 박근혜는 북한의 남침을 가장 먼저 걱정하였다고 하는데, 저는 동해안에 큰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북한 남침보다 우리 나라동해안에 밀집된 핵발전소 안전이 더 걱정되더군요.  설마 대통령께서 이번에도 휴전선의 안전을 걱정하지는 않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