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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여행

2421번째 히치하이킹 성공...공짜 세계여행

by 이윤기 2017.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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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여행, 땡전 한 푼 없이 전국을 일주하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날에나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세상 인심이 지금만큼 각박하지 않았던 시절엔 가능했겠지만 인심이 팍팍하고 각박해진 요즘 같은 세상엔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상식을 확 깨뜨린 독일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흔히 무전여행은 스무살 무렵의 젊은이들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편견마저 함께 날려버렸습니다. 미하일 비게는 서른세 살이 되던 2009년 6월에 방송 리포터일을 중단하고 무모하고 황당한 세계 여행을 시작합니다.


"150일 동안 3만 50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따라 4개 대륙, 10개 이상의 나라를 땡전 한 푼 없이 여행하고 세상의 끝 남극까지 밟을 것. 단 배낭 무게를 최소화하고 1센트의 동전도 지참하지 않을 것. 순간순간 부닥치는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반드시 사람을 통해 해결할 것. 사람을 통해 해결하되 가급적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본문 중에서)


결코 평범하지는 않지요? 이런 황당하고 무모한 계획과 원칙을 세우고 남극땅을 밟기 위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왜 이런 무모한 여행 계획을 세웠을까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편견'을 깨기 위한 도전입니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10킬로미터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 나는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불가능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진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끊임없이 구속하고 옭아매는 '돈'과 '시간'에 제대로 한번 맞짱을 떠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은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습니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히치하이킹'이 시작됩니다. 종이 표지판을 들고 무려 3시간 40분 동안 2420대의 자동차가 지나간 후에야 그를 쾰른까지 태워주겠다는 차가 나타납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당신이라면 몇 대까지 기다릴 수 있었을까요? 저라면 100대 이상, 아니 더 많이 잡아도 1000대 이상을 기다리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히치하이킹, 2421번째 만에 성공하다


우여곡절 끝에 쾰른에 도착한 미하일 비게는 닷새 후 벨기에에서 캐나다로 가는 화물선을 공짜로 얻어 탈 때까지 옛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공짜로 잠자리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요.


그의 선택은 '덤스터 다이빙'(쓰레기 뒤지기)입니다. 대형슈퍼마켓에서 폐기처분한 식료품을 뒤지는 것을 덤스터 다이빙이라고 하는데, 그곳에서 쾰른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청년 페터를 만납니다.


페터는 쓰레기 더미에서 얻은 채소 등을 먹는 방식으로 소비지향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환경정의를 실천하는 '프리거니즘' 운동가입니다. 쾰른에는 프리건족 모임이 있고 정기적인 모임도 한다는군요.


아무튼 그날 밤 슈퍼마켓 쓰레기 더미에서 요구르트, 소시지, 빵, 치즈, 우유, 젤리 가득 주워와 끼니 문제를 해결하더군요.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구해오는 것도 그런 일을 환경의 일환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모두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는 다음날부터 벨기에행 기차표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 '영국 집사 노릇'을 해주고 기차표를 사달라는 제안이 적힌 마분지를 들고 거리를 서성거립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지요?


제 상식으로는 정말 무모한 시도로 보이는데 마흔 아홉의 부자 독일 아저씨는 미하일 비게를 집사로 고용합니다. 하루 꼬박 집사 노릇을 하고 딱 벨기에 앤트워프까지 갈 수 있는 기차삯으로 55유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기차 여행도 순탄치는 않습니다.


막상 돈이 생기자 기차삯을 아끼려고 무임승차를 하는데 승무원에게 들켜 요금에 벌금까지 내고 브뤼셀에서 내리는데, 결국 또 다시 몰래 다른 기차의 화물칸에 올라타고 목적지까지 가게 됩니다.


땡전 한푼 없이 세계여행에 나선 그에게 가장 큰 고충은 잠자리, 음식 그리고 이동입니다. 제가 소개하는 이 책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에 담긴 내용은 대부분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입니다.



쓰레기통 뒤지기 보다 구걸이 더 쉬운 넉살


독일에서의 덤스터 다이빙도 놀라운 일이지만 벨기에에 와서는 구걸을 시작합니다. 캐나다로 가는 화물선을 타기 위해 앤트워프에 도착한 독일 남자는 무작정 가게 다섯 군데를 골라 들어가서 남극 여행에 대해서 설명한 후에 구걸을 시작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다섯 군데 중 네 군데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나눠주고 심지어 그의 도전에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까지 생겨납니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그가 대단한 넉살의 소유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자들에게 컨테이너선을 제공하던 페터 될레사의 화물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면서는 선원들이 하는 일을 돕는 것으로 배 삯을 대신합니다. 대서양을 건너 몬트리올에 도착한 무일푼의 독일 남자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은 잠자리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요? 정말 막막한 일이겠죠.


이번엔 인터넷의 도움을 받습니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커뮤니티(www.couchsurfing.com) 카우치서퍼를 통해 공짜 숙박의 혜택을 누리는데, 독일의 자기 집에서 여러 여행자들을 재웠던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카우치서퍼는 숙소 무료 제공을 기본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을 말한답니다.


그는 낡은 노트북을 들고다니며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 카우치서퍼로서 공짜 숙소의 혜택을 누리면서 잠자리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공짜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잠자리만은 아니지요. 먹을거리는 구걸하는 일에 점점 더 익숙해졌지만,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이동이었습니다.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 타거나 일을 해서 교통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낯선 땅에선 둘 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에겐 여러 차례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옵니다. 버스터미널에서는 여직원에게 무작정 공짜표를 구한다고 이야기 하고, 나이아가라 폭포로 들어가는 보트 티켓도 공짜표 얻어 냅니다.


모두들 땡전 한 푼 없이 남극까지 가겠다는 그의 응원 계획을 보고 공감한 사람들이지요. 심지어 되돌아가는 항공권도 없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국경을 통과합니다.




 미하일 비게가 큰 돈(?)을 벌었던 아르바이트...거리에서 베게 싸움


하지만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클리브랜드를 떠나 오하이오를 횡단하는 동안에는 히치하이킹에 거듭 실패하고 무작정 걷다 쉬다를 반복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 아미시 마차를 만납니다. 아미시 공동체에서 짐승 돌보는 일을 거들면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데, 낡은 자전거와 100달러를 품삯으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자전거로 오하이오를 횡단하는 일도 간단치는 않았습니다. 하루 만에 자전거로 90km를 달리지만 다음날은 온몸이 천근만근이 되어 더 이상 라이딩을 지속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아미시 마을에서 받은 품삯과 자전거를 판돈을 몽땅 털어 동부 연안으로 가는 고속버스표를 구입합니다.


남극까지 가는 그의 여행은 이런 식으로 계속됩니다. 우연과 기적 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호의를 베풀어주는 좋은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공원에서 노숙자와 함께 자는 날도 있었지만, 인간 소파와 베개 싸움으로 큰(?)돈을 벌기도 합니다.


이 독일 남자는 꼬박 5개월 넘게 완전 무일푼으로 남극까지 여행하는데 성공합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가져간 신용카드의 유혹을 잘 뿌리치고, 집사 노릇, 베개 싸움, 인형극 공연 등 온갖 재치를 발휘하여 교통비를 마련합니다. 


150일 동안 3만 5000킬로미터를 무일푼으로 돌아다녔는데, 독일을 출발하여 벨기에, 캐나다, 미국,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칠레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거쳐 남극에 도착하였습니다.


"여행 중에 나는 열네 가지의 일을 했다. 쾰른에서는 하랄트의 집사노릇, 파나마에서는 웨이터로 일했다. 캐나다로 가는 화물선에서는 잔심부름꾼으로 일했고, 라스베이거스호텔에서는 호텔의 광고 영상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인간 소파가 되기도 했다. 산타 모니카 해변에선 썬크림을 발라주며 돈을 벌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여행객들이 가파른 언덕을 오르도록 도와주는 힐 헤퍼로 일했으며, 베개 싸움을 300번도 넘게 했다."(본문 중에서)


열네 가지 일 중의 일부입니다. 이 외에도 합창단원, 짐꾼, 과일 장수, 인형극 공연, 선원의 조수까지 온갖 다양한 일을 하면서, 정말 기적처럼 공짜 교통수단을 마련합니다. 배를 타고 대서양과 남극으로 가는 바다를 건너고 일곱 번의 비행기 여행을 하며 고속버스부터 마차와 자전거 그리고 도보까지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합니다. 모두 공짜로.


 독일에서 남극까지 공짜 여행에 성공한 미하일 비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수 없이 많았던 실패의 위기를 슬기롭게 혹은 기적 같은 우연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남극까지 무전여행에 성공합니다. 땡전 한푼 없이 떠난 150일 간의 여행으로 몸은 무지무지하게 힘들었지만 가슴과 머리에는 결코 살 수 없는 아주 값진 것들이 듬뿍 담겼다고 합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행 이전의 삶보다 불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여행을 통해 인생 2막을 위한 새로운 수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첫째, 그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반드시 사람을 통해 해결하기, 또 가급적 민폐를 끼치지 않기, 또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되 돈에 의해 나의 인생 방향과 행복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하기"(본문 중에서)


책을 읽다보면 여행을 통해 깨달은 그의 새로운 인생 수칙은 혹독한 여행을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전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무모 하면서도 특별한 여행을 시도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여행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을 읽으시거나  https://my-challenge-coach.com 를 둘러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