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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물이 귀한 줄 처음 알았다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③ ] 고창 선운산에서 목포까지 115km도 가뿐하게...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넷째 날은 고창군 선운산 유스호스텔을 출발하여 상하면 상하초등학교 영광군민생활체육공원, 불갑저수지 수변공원, 함평 엑스포공원, 무안군 청계면 청계초등학교를 거쳐 목포시 청소년수련원까지 하룻 만에 120여km(제 속도계는 118km)를 달렸습니다.


오랫 동안 자전거를 탔던 사람, 원래부터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에겐 하루 115km가 그리 먼 길은 아닙니다. 240km 정도 되는 제주도 자전거 일주 코스를 하룻 만에 달리는 사람도 있고, 저도 하루 만에 150~160km를 달려 본 경험이 있습니다만, 초보자가 절반 이상 포함된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단과 함께 하루 115km를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전에만 한 여름 뙤약볕을 견디며 약 60km를 달렸는데 점심 식사 장소에도 그늘이 없는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불갑 저수지 수변 공원엔 큰 나무들이 없어 그늘이 많지 않았습니다. 오전에 대략 60km 정도를 달리고 오후에도 비슷한 거리를 달리려면 점심도 잘 먹어야 하고 점심 식사 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그늘을 찾아 들어가 직사광선을 피하는 방법 밖엔없습니다. 그늘에 들어가 있는데 바람까지 적당히 불어준다면 가장 좋은 휴식지가 될 것이고, 가끔 체육관이나 강당을 개방하고 에어컨을 틀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호텔이 부럽지 않습니다.



그늘이 없는 곳에서도 쉬어야 하는 까닭?


진행 실무자들이 한 낮 무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물을 뿌려주고 있다ⓒ 이윤기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은 왜 그늘도 충분하지 않은 그런 곳을 휴식 장소로 정했냐며 안타까워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막상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를 준비하다보면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장소를 찾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예정된 코스를 따라 숙박 장소를 찾는 일입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80km쯤 되는 숙박 장소를  찾습니다만,  딱 적합한 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날은 70km 또 어떤 날은 100km를 넘게 타는 날이 생기는 것이지요.


점심 식사 장소나 휴식 장소를 찾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150여대의 자전거와 지원차량인 45인승버스 5톤 트럭, 냉동탑차, 승합차 2~3대가 추차를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면서 반드시 화장실이 있어야 하고, 그늘이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입니다. 대체로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학교와 공원들입니다.


하지만 목적지와 같은 방향에서 구간 거리 20km 내외에서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을 찾을 수 없으면 그늘이 없는 곳이라도 휴식 장소로 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체 인원이 쉬어 갈 수 있는 넓은 공지와 화장실만 있어도 휴식지로 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학교와 공원들은 협조를 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만, 어떤 학교는 절대로 식사와 휴식 장소로 제공할 수 없다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럴 땐 '세상 인심'을 탓하며 다음 장소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물론 이런 모든 절차는 답사 기간에 이루어집니다.



하루에 몇 리터 마시면 갈증 해소될까?


불갑저수지 수변 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약 60km를 달렸습니다. 이렇게 긴 거리를 달리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물입니다. 생수와  병에 담긴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냉동 탑차에 아이스박스를 싣고 얼음과 물이 담긴 통에 생수를 담궈놨다 아이들에게 나눠줍니다.


진행팀에서는 늘 충분히 물을 공급한다지만, 아이들은 항상 물에 고파 있습니다. 뭐 그도 그럴 것이 휴식 시간에 아무리 물을 충분히 마셔도 자전거를 타고 20~30분쯤 가다보면 갈증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 위험이 있어 라이딩 도중엔 물을 마실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음 휴식지까지 1시간 30분 정도는 목이 마른 채 가야 합니다. 휴식지에 도착하면 생수와 이온 음료 같은 것을 공급하지만, 물도 한 번에 많이 먹을 수 있느게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휴식지에 도착하면 갈증을 해소 할 수 있지만, 다시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시작하면 다음 휴식지에 도착하기 전에 갈증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온 음료나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이 지급되어도 아이들은 다시 물을 달라고 모여듭니다.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마름을 경험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언제라도 목이 마를 때 마실 수 있었던 물을 이렇게 힘들게 먹는 것도 처음이었을겁니다.


도대체 물은 하루 몇 리터나 마셔야 갈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자전거 국토순례처럼 하루 종일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이 없으면 보통 사람은 하루에 2리터도 마시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 마시는 물을 제외하고도 하루 10병 내외의 물을 마시더군요.



먹는 물, 씻는 물......늘 부족하고 귀한 물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는 먹는 물만 귀한 것이 아닙니다. 먹는 물 뿐만 아니라 씻는 물도 귀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씻는 물은 절대량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 밥 먹고 프로그램도 하느라 매일 저녁 시간도 낮 시간 못지 않게 바쁘기 때문에 집에서처럼 여유를 부리며 샤워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자전거 탈 때 입었던 저지를 세탁해서 밤새 말려 다음 날 다시 입어야 하기 때문에 낮엔 먹는 물에 고파하고, 밤엔 씻고 빨래 하느라 넉넉한 시간과 함께 물이 꼭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마시는 물과 씻는 물을 생각하며 지낼 수 밖에 없습니다.


물이 없으면 꽃도 없고 물이 있어야 꽃이 있으니 꽃은 물로부터 비롯된 셈이지요. 꽃보다 물이 귀한 줄 처음 알았을 것입니다.  국토순례가 아니었으면 정수기만 누르면 나오고 수도 꼭지만 돌리면 쏟아지는 물이 귀한 걸 어찌 알았겠습니까?




무안을 거쳐 목포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시가지 구간을 지나야했습니다. 더군다나 퇴근 시간과 겹쳤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만, 가파르거나 높지는 않았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목포 시가지 구간을 아무 사고없이 안전하게 라이딩 하였습니다.


오후 5시가 안 되어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단골 숙소인 목포시 청소년수련관에 도착하였습니다. 무더위를 뚫고 낮동안 올해 구간 중 가장 장거리 구간인 115km 라이딩을 해냈는데, 이 날 밤엔 전기가 말썽을 부렸습니다.


차단기가 고장이나서 숙소 전체가 에어컨을 틀면 자꾸만 차단기가 내려가는 겁니다. 여러 번 차단기가 내려가는 바람에 수리가 끝날 때까지 교대로 에어컨을 켜야 했습니다만, 다행히 열대야가 심하지 않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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