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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탐욕의 상징? NO 정치발전의 동력 !


[서평]최장집이 엮고, 박상훈이 옮긴<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지역에서 여러 일을 같이하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추천으로 읽은 책입니다. 오늘의 정치 현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닙니다만, 정치철학을 다룬 '고전'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욕심을 부린 책입니다. 


출간 된 지 100년 쯤 된 책이고 다른 나라의 현실에 기반한 책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만, 후배들과의 공부모임에서 같이 읽은 덕분에 '어렵지 않은 척하며' 끝까지 읽었습니다. 


대학시절 막스 베버, 하버마스 이런 사람들이 쓴 책을 죽죽 읽어내는 친구가 있어 '의기소침'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런 기분을 만회하려고 막스 베버를 읽었는데 나이가 들고 공부가 좀 쌓였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쯤 전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였던 막스 베버가 쓴 책입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고려대 정치학과 최장집 교수와 함께 역어내는 <정치철학 강의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가 우리말로 옮기고, 최장집 교수가 쓴 해제가 한 권으로 엮인 책입니다. 해제가 있어 훨씬 수월하였습니다.


최장집 교수가 쓴 해제를 통해 베버의 생애와 배경,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등장하는 주요한 개념들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서 막스 베버의 원문 번역본을 읽도록 엮여져 있습니다. 이 책은 막스 베버가 55세에 쓴 책이며 그의 유작 중 하나였습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가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합니다만, 그런 정도로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막스 베버의 생애


막스 베버는 1864년 튀링겐의 에르푸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섬유산업 대기업 가문의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었고, 어머니는 프랑스 위그노 혈통을 갖는 칼뱅주의 집안 출신의 지적인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18세에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진학하여 법학공부, 베를린 대학으로 옮겨 박사논문을 쓰고 우등으로 졸업, 도시 문제에 주목하였으며 사회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1905년 대표작 중 하나인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발표하였으며, 1914년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예비군으로 자원입대하여 병원 관리 임무 수행하였다고 합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1919년 1월말 그의 또 다른 유명한 강연 <소명으로서의 학문>과 더불어 1917/1919년 사이에 행해진 일련의 강연 가운데 하나인데 뭰휀의 진보적 학생 단체인 '자유학생연맹'의 초청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신념에 있어서 민주주의자였지만, 새로운 공화국의 정부 형태와 관련해 군주제가 유지되기를 바랐고 국제정치적으로 독일의 리더십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당시 현실 정치에서는 보수파였으며 민족주의자였다 하더군요.


그의 유명한 저서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연장선상에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는 한 사람의 정치인/ 지도자는 무엇보다 먼저 프로테스탄트적 윤리에 상응하는 정치적 소명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하나는 내면적 신념 혹은 '내면적 신념 윤리'의 원천으로서의 소명의식이다. 다른 하나는 그의 신념을 현실 속에서 이행해야 할 책무, 즉 텍스트에서 말하는 '책임윤리'의 도덕적 원천으로서 소명의식이다." (본문 중에서)


정치인이 가져야 할 소명의식은 두 가지의 도덕성, 즉 신념 윤리와 책임윤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소명이라는 말 속에는 "나는 왜 정치를 하려하는가?"라는 물음과 "어떻게 나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래서 어떻게 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서로 모순된 물음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인의 소명의식...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하는 이상적 정치가란, 자신 열정을 객관성과 결합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다시 말해 사회가 어떻게 조직돼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를 알고, 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 선택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행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치이론의 고전으로서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더불어 국가에 관한 정의 때문입니다.  그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지배의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는 국가란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 강권력의 독점을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라고 정의 합니다. 그는 정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국가들 사이에서든 국가 내 집단들 사이에서든, 권력에 관여하고자 분투하는 노력 또는 권력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분투노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정치와 갈등은 동일한 것이다."(본문 중에서)


정치의 핵심문제는 인간이 인간을 통치/ 지배할 때, 통치자 내지 지도자가 어떻게 피치자 내지 대중으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배버에게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자신의 목적을 대중에게 호소하고, 대중이 그에 호응해서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지도자-대중 관계, 즉 카리스마적 지도자와 이를 추종하는 대중의 열망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배-정당성의 상호 관계에 기초를 둔 통치 체제라고 주장합니다.


배버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당성을 갖는 것은 대중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이 어디까지나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규칙을 따른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데마고그(대중선동가)가 출현하게 되는데, 그것은 투표를 통한 지도자 선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이라는 대중조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현상이라고 평가합니다.


예컨대 인민주권의 원리와 대중의 평등한 정치 참여, 시민사회의 이니셔티브 등으로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지배적인 관념과는 거리가 멀었고,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이상 따위는 갖지 않는 냉혹한 현실주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민주주의도 정치 엘리트에 의해 통치되는 것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도 어디까지나 정치 엘리트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고, 인민은 엘리트를 선출하는 수동적 역할 이상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대중 투표제적 원리에 입각해 있고, 카리스마적 자질을 갖는 지도자가 중심이 되는 '지도자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통치 체제로서 민주주의는 대중 투표제를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하는 것이고, 대중의 투표를 조직하기 위한 중심적인 머신으로서 정당 조직을 핵심으로 하는 체제가 가동된다는 것입니다. 베버가 말하는 것은 '정당 머신을 갖는 지도자 민주주의'이고지도자는 현대적인 정치조직으로서 관료 조직과 선거운동 조직을 갖는 정당에 기반을 두고, 그의 정치적 의지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머신' 이라는 말은 19세기 중반 이래 신대륙 미국에서 선거의 확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당의 발전 과정에서 유권자의 표를 동원하기 위해 발달된 정당의 하부 구조를 뜻합니다. 그것은 정당이 득표를 위해 공직과 표를 거래하는 관행으로서, 정당의 부패와 타락을 말하는 동시에 정당 발전의 피할 수 없는 한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의미는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상적인 정치적 리더십은 한편으로는 정부와 의회라는 두 제도 간의 적대적인 상호 관계를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이익과 특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긴장 관계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베버는 한 사람의 직업 정치인,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요소를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이라고 말합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이 정치 행위에 대하여 열정을 가진다고 할 때, 그것은 어떤 정치적 신념이나 목적을 추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것을 실천하고 실현하는 행위와 그 결과를 포괄한다는 겁니다.


직업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요소 :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


정치가의 행위와 관련하여 볼 때 선한 것이 선한 것을 낳고 악한 것이 악한 것을 낳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정치적 선의가 결과의 좋음을 보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신념의 정당함은 그 자체로서 입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구체적 상황에서 옳은 것으로 검증되는 경우에만 입증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편 신념윤리는 각 개인이 행위와 직면할 때,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그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도덕입니다. 책임윤리는 사건의 전체 구조, 내지는 맥락에서 행위자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상상하고 그가 원래 바라는 목표와 관련해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판단력, 사려 깊음을 뜻한다는 것이지요.


배버를 읽는 것은 정치 행위의 본질적 측면, 즉 권력 폭력 갈등이 빚어내는 정치의 특성을 이해한 위에, 사회 공동체의 복리와 안정,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적 삶의 조건을 증진하고 향상시키는 것, 즉 공적 생황의 영역에서 인간적 가치를 증진시키는데 기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정치를 악마의 힘이 작용하는 영역'으로 표현했듯이, 도덕과 정치의 관계는 자주 전도되기 일쑤이고, 정치 행위의 목적과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간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을 때가 많으며 정치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를 구분함으로써, 두 개의 대립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명제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이율배반적 구조가 정치 행위의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적 현실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이중적이고 모호한 것인가를 동시에 일깨워 줍니다.


따라서 독자들은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통해 정치 행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적 판단, 절제, 나아가서는 겸허함에 있음을 깨닫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장집 교수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를 하는 사람, 그것도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베버의 다른 점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인간 행위 일반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 유형의 인간, 즉 생업이 정치이고, 정치를 위해 사는 직업적 정치인 개인을 연구하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것입니다.


막스 배버, 제대로 읽으려면 이분법적 구조를 이해해야


엮은이는 "베버가 남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사회이론과 정치이론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이분법적 구조를 이해하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신념 윤리' 대 '책임윤리', '카리스마적 지도자' 대 국가 및 정당의 관료화, 의회 민주주의 대 지도자 민주주의, 정치인 대 관료, 카리스마적 개인 대 조직의 '일상화' 등의 이분법적인 개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고 있는데 그것은 권력을 권위주의와 동일시하는 오류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권력을 권위주의와 동일시하고 정치를 탐욕과 타락의 상징하는 인간 행위로 이해하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 경향은, 민주주의를 하나의 통치 체제로서 받아들이고 이를 잘 운영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경시하게 만들었다."(본문 중에서)


"권력은 남용되고 타락하는 경향을 가지며, 이 때 그것은 투쟁과 저항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권력은 정치를 발생시키고 움직이는 동력이기 때문에 그것 없이는 공적 결정을 이끌어 내고 집행할 수가 없다."(본문 중에서)


앞서 인용하였듯이 베버의 텍스트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함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의심의 여지없이 옳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을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성찰적 사고를 하는데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베버는 ▲국가란 무엇인가? ▲근대 국가의 특성은 무엇인가? ▲왜 인간은 왜 지배에 복종하는가?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배를 공고히 하는가? ▲제도화된 통치 조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직업 정치가는 어떻게 출현하고, 전문 관료제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 ▲직업 정치가의 특징, 민주주의와 정당체제의 작용, 특히 머신이 주도하는 정당체제 등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이 책을 통해 잘 전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에 쓰인 고전이지만, 정치의 이상적인 목표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도자는 추종자들에게 적절한 내적, 외적 보상을 약속하지 않으면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매우 현실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가는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을 정치에 대한 소명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막스 베버에 따르면 "민주주의도 어디까지나 정치 엘리트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고, 인민은 엘리트를 선출하는 수동적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민은 정치 엘리트를 선출하는 수동적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엘리트를 선출하는 수동적으로만 보이는 그 역할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6.13지방선거에서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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