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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정당없는 야심찬 도전, 지역 정치 확~ 바꿀까?

by 이윤기 2018.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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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아빠가 정당공천도 받지 않고 '시민 후보'로 부천시의원에 출마합니다.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시민 후보'로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만, 2006년 정당공천제가 도입 되면서부터는 정당공천을 받지 않고 시민후보로 의회 진출을 시도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부천시의 경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지낸 최순영 전 의원이 부천시의회 초대, 2대 시민후보로 당선했고, 다른 몇몇 지역에서 시민후보를 당선시킨 사례가 있었지만 정당공천제가 도입 후로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시의원 선거는 시장이나 도지사처럼 후보자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정당공천이 이뤄지면, 대다수 유권자들은 정당을 보고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2006년부터는 정당 공천없이 '시민후보'를 출마시키긴 어렵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지역 정치에 뛰어드는 후보들도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녹색당 같은 정당의 후보로 공천을 받아 출마하게 됐습니다. 특히 시민(운동)단체 활동을 하던 활동가들은 녹색당을 통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부천시의원에 도전하는 최진우 후보는 2006년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부천시의회의 경우 최순영 전 의원에 이어 20년 만에 'YMCA 시민후보'로 출마하게 됩니다.


정당공천제 '아성'에 도전하는 환경운동가 출신 시민후보


혼자서 결단한 것이 아니라 부천YMCA가 주도하는 시민정책 100인 클럽(대표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통해 여덟 차례나 토론 과정을 거쳐 가장 적합한 시민단체 시의원 후보로 추대됐다고 합니다. 최진우 후보 스스로가 시의원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출마를 결심한 것이 아니라 100명이 넘는 부천YMCA 시민정책 100인 클럽 회원들이 자신들을 대리하여 의회에서 일할 사람으로 최진우 후보를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최진우 후보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는 우리 주변의 흔한 이웃입니다. 둘째, 셋째로 태어난 쌍둥이를 키우기 위해 고향 포항에 계시는 부모님을 부천으로 모셔와 도움을 받고 있고, 첫째는 부천에 사는 장모님의 도움으로 키웠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부천으로 이사와 살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는 대학교와 연구소에서 도시생태환경을 전공한 환경전문가입니다. 그가 부천시민정책 100인 클럽의 후보로 선출된 것은 환경 전문가였고, 오랫동안 현장에서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도시생태환경을 전공한 전문가이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천의 생활환경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고 합니다. 



"공기가 나쁘고 녹지가 부족한 부천의 현실에서 환경과 생명이 풍요로운 대장들녘의 가치를 알게 됐습니다. 부천의 바람길, 뭇생명의 서식지, 농업 및 생태체험의 공간, 향토문화유산인 대장들녘을 지키자는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들판을 주고, 풍요로운 환경과 생명을 간직한 고향의 풍경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기 위해서입니다."


생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지역 시민단체들과 다양한 실천활동에 참여하게 됐고, 결국 부천시의원 출마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지켜주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장동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중단하고 대장 들녘의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부천시의원에 출마합니다. 저는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과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쾌적한 환경을 위한 혁신적인 도시정책, 시민들과 함께하는 생활 정책을 실현하고자 약대동, 중 1·2·3·4동 시민의 대리인으로 나서고자 합니다."


대장들녘은 부천은 물론, 서울과 인천 지역에 마지막 남은 생태환경의 메카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김포공항과 인근한 습지지역은 밀잠자리, 습지 생태계의 '먹이자원'이 되는 우렁이와 달팽이를 비롯해 참개구리, 참붕어, 황조롱이 등 살고 있고, 지난 수 년 동안 부천 지역 시민단체들은 대장 들녘 120만 평 중 70만 평을 산업단지로 만들려는 개발 계획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싸움의 최일선에 있는 전문가가 최진우 후보입니다.



시민이 뽑은 대리인 최진우... "소속 정당 없다고 무소속 아니다"


최진우 후보는 자신이 무소속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소속 정당이 없을 뿐이지 무소속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는 '부천YMCA 시민정책 100인 클럽' 소속이고, 정당이 아니라 공천은 받을 수 없지만 100인 클럽의 후보 추대 과정을 거쳐 부천시민의 대리인으로 나섰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정치인이 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나홀로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부천을 만들기 위해 시민의 환경권을 강화하고, 독선과 독단의 정치에서 벗어나 경청하고 함께하는 시민정치로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부천YMCA 시민정책 100인 클럽'의 대리인이 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캠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촉발하고 자발적인 풀뿌리 선거운동을 펼칠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민주적 토론을 거쳐 정책을 만들고 있다"라고 합니다. 아울러 "선거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상식도 깨뜨리겠다"라고 다짐하더군요. 시민 모금과 자원봉사로 풀뿌리 정치 참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정치에 입문하는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더불어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탄핵 때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당에 속해있던 인사들조차 더불어 민주당 공천을 신청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지방 선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방정부의 오만과 독선... 시민후보가 심판한다


그런데 부천에서는 이런 흐름에 편성하지 않고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시민들의 대리인'을 당선시키려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이 더불어 민주당이라는 쉬운 길을 버리고 가시 밭길 '시민후보' 전술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부천YMCA 김기현 사무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꼽습니다.


"미세먼지 오염 전국 7위, 산림면적 전국 최하위, 불투수율 전국 1위, 인구밀도 전국 2위 등 생활 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부천에서, 지난 4년간 (더불어 민주당 소속) 김만수 부천시장은 각종 초대형 개발 사업을 강행했어요. 부천시청 옆 시민의 땅 1만 평을 매각하여 49평 초고층 아파트 12개 동이 들어서게 했고, 부천의 바람길 대장 들녘에 대장동 산업공단 개발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막무가내식 개발과정에 제대로 된 여론조사, 공청회, 토론회 같은 시민의견 수렴 절차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만수 부천시장이 독단과 독선으로 개발정책을 강행할 때 더불어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부천시의회 역시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왔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지방정부를 개혁하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 것입니다. 시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는 시장과 시의원들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고 살기 좋은 부천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민의 대리인을 직접 의회로 보내자는 어려운 결단을 한 것입니다.


부천을 숨 쉬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나선 최진우 후보는 그 어려운 일을 앞장서서 해낼 수 사람으로 시민들에 의해 선발됐다고 합니다. 100명이 넘는 '부천YMCA 시민정책 100인 클럽' 회원들이 여덟 차례 이상 숙의 토론을 거쳤다고 합니다.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대기오염, 미세먼지에 대한 진지한 대안을 마련하는 정치, 걷고 싶은 길을 만들고, 대규모로 개발하기보다 재생하는 정치, 효율적이고 작은 경제 구조를 촉진하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최진우 후보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부천 지역의 다양한 환경 현안에 뛰어들어 시민의 편에서 활약해 온 그가 '마음 껏 숨쉴 수 있는 부천'을 만들기 위해 부천 시민의 대리인이 되고자 나섰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소속 시장과 시의원들에 맞서는 부천 시민들의 도전과 실험에 전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