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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분꽃, 붓꽃 모두 차로 마실 수 있어요


이영득, 고찬균 쓴 <행복한 꽃차 만들기>


몇 해 전 봄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을 따다 꽃차를 만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목련꽃차' 이야기를 듣고 아무 공부 없이 등산로 어귀에 활짝 핀 목련꽃을 따다가 잘 말려서 차로 우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만든  목련 꽃 잎차는 향이 너무 강해 맛을 즐길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화장품 맛이 난다'고도 하였고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향이 강해 어떻게 차로 마시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목련 꽃잎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지만, 실제로는 맛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10여년 쯤 세월이 흐른 후, 지난 2월 말 꽃차 전문가인 이영득 선생님과 함께 '목련 꽃 잎차'를 마셔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십여 년 전쯤 목련 꽃 잎을 따다 무작정 말려서 차로 우려냈던 나의 목련 차와는 워낙 맛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은은한 목련향이 배어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옅은 단맛과 약간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이영득 선생이 주신 목련 꽃잎 차를 마셔보고, 그가 쓴 <행복한 꽃차 만들기>를 읽은 후에야 꽃잎만 따다 말린다고 차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풀꽃 도감을 비롯한 산나물, 들나물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낸 생태전문가이자 <강마을 아기너구리> 같은 예쁜 동화책을 쓴 동화작가 이영득 선생이 이번에는 <행복한 꽃차 만들기>를 출간하였습니다.


예쁜 산수국 꽃차 사진이 담긴 <행복한 꽃차 만들기>를 읽어 보니 이영득 선생 혼자 만든 책이 아니더군요. 글과 사진은 고찬균 선생과 함께 작업하였고 한약학을 전공한 노승일 박사의 감수를 받아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찬균 선생은 "자연이 좋아 경주 산내면 산속에 살며 꽃, 잎, 가지, 뿌리, 열매 등 풀과 나무에서 얻은 것으로 차를 연구하고 만드는" 분이라고 합니다. 책을 받아 주르륵 넘겨보며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화려하고 눈부신 꽃차 사진들입니다.


텍스트보다 사진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들도 글보다 먼저 사진이 눈에 띌 텐데... 실물보다 더 아름답고 고운 사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치 꽃을 주제로 한 화려한 '사진집'을 보는 기분에 젖게 될 것입니다.


고요한 명상으로 빠져드는 꽃 차 사진


만약 명상과 영성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은 고요함이 깃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꽃차, 잎차, 줄기차, 뿌리차를 만들기 전에 지켜야 할 것들을 먼저 마음에 새겨두라고 충고합니다.


"꽃과 잎 등 재료를 모실 때는 자연의 기운을 받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한다. 자연에 간 손님으로 예를 갖추고, 표가 나지 않게 솎는다. 넘치는 것보다 모라란 듯 하는 것이 자연의 복을 귀하게 누리는 방법이고 자연에 깃들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에 대한 예의다."(본문 중에서)


또 꽃차를 만든 후 차로 우려 낼 때 찻잔 속에 꽃이 다시 피어나도록 하려면 씻지 않아도 되는 깨끗한 자연에서 재료를 구하라는 팁을 줍니다. "꽃은 씻으면 향이 줄고, 꽃가루가 씻겨나간다"는 것이지요. 꼭 씻어야 할 상황이라면 짧은 시간에 씻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꽃이나 잎 혹은 줄기나 뿌리로 차를 만드는 경우 반드시 '때'를 맞추라고 강조합니다. 가령, 꽃은 종류에 따라 모시는 때도 다르다고 합니다.


"꽃은 30% 정도 피거나 부푼 봉오리가 좋다. 어린 꽃봉오리는 풋내가 나고, 활짝 핀 꽃은 꽃잎과 꽃가루가 잘 떨어져 모시기 힘들고 효능도 줄어든다. 대신 꽃음료를 만들 때는 활짝 핀 꽃이 좋다. 비 맞은 꽃이나 이슬에 젖은 꽃은 물기가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각각의 차 만드는 방법을 소개할 때 꽃차, 잎차에 따라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인지를 알려줍니다. 아울러 초보자라면 쓰임새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마음에 새겨 두라고 일러줍니다.


"모양이나 색이 중요한 때는 팬, 찜기, 등에 면 보자기를 깔고 수분을 뺀 다음, 저온에서 시작하여 온도를 조금씩 높이며 덖는다. 맛과 향이 중요한 때는 중온 이상이나 고온에서 충분히 덖거나 찐 다음 덖는다. 모든 차에 해당하지는 않고 일반적인 예다."(본문 중에서)


아울러 모든 꽃차와 잎차들은 온도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꽃에 따라 저온에서 고온으로 덖는 것, 고온에서 시작해 저온으로 낮추면서 덖는 것, 중온에서 시작해 온도를 높이며 덖는 것이 있다는 것과 각각 꽃에 따라 적당한 온도와 덖는 시간 따로 알려주면서도 기본 원칙을 기억해 두라고 일러줍니다.


"이때 온도를 급하게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온도를 높이고 낮출 때는 같은 온도에서 두 번 이상 덖어 꽃이 그 온도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보통 팬 온도 다이얼 0.2cm씩 높이거나 낮추며 여러 차례 덖는다. 온도를 갑자기 높이면 꽃이 오므라들거나 타거나 거뭇해질 수 있다."(본문 중에서)


꽃이나 잎은 살아 있을 때 뿐 아니라 차를 만들기 위해 열을 가할 때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꽃처럼 다루어야 나중에 따뜻한 물과 만났을 때 마치 살아있는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꽃은 찻잔 속에서 두 번째로 피어난다


꽃차를 마실 때마다 전해오는 감동 중 하나는 따뜻한 물속에서 살아있을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아름다움을 머금고 예쁜 자태로 활짝 피어나는 것입니다. 꽃차의 매력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차를 보관하는 방법도 일러줍니다. 습기에 민감하니 건조하게 보관하고 가끔 수분을 점검해주라고 권합니다. 햇빛이 닿으면 색이 바래고 성분이 바뀌는 경우도 있으니 밀폐하여 습기 없고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먹을 것이든 무조건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꽃차를 보관하기에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당신이 알고 있는 꽃차는 몇 종류나 되는가요? 직접 마셔 본 꽃차는 몇 종류나 되나요? 저는 여러 종류의 국화차와 도라지 꽃차, 목련꽃차, 장미꽃차를 마셔 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꽃차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요?


이 책에 소개하는 120여 종의 차가 모두 꽃차는 아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풀꽃들은 대부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살았던 옛 사람들은 지금 사람들보다 꽃을 먹는데 더 익숙해 있었다는 것은 다들 아시지요? 부모님들로부터 봄에 진달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는 이야기 한두 번은 들어보셨을 테지요.


"꽃(화)전, 화채, 부각, 차, 술, 약 등으로 꽃의 색과 모양, 영양분, 약효를 자연스레 얻었다. 꽃은 비타민, 아미노산, 미네랄 등 영양소가 많아서 종합 영양제라 할 수 있다. 면역력을 높이고 신진대사를 돕고 노화를 더디게 하는 등 약선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꽃을 곁들인 음식은 보는 즐거움이 있다. 영양분에 맛과 향까지 담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자연이 준 선물이다."(본문 중에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거나 꽃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꽃으로 만든 음식이나 꽃술 꽃차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보는 즐거움과 향이 각별하기 때문이지요.


꽃차 만들기를 취미 생활 정도로 하실 분들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덖음솥이나 찜기, 면보자기, 멍석, 병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한때의 호기심으로 경험해보는 사람들이라면 집에 있는 비슷한 도구를 활용해도 그만이겠지만요. 가장 중요한 것이 덖음솥인데 책에 나오는 모든 레시피는 전기팬을 기준으로 설명이 되어 있으나 바닥이 두꺼운 솥과 냄비라면 모두 괜찮다고 합니다.



꽃차 만들기...향매김이 가장 중요하더라 


용어 설명도 빠뜨리면 안되겠군요. 덖기, 말리기, 법제, 볶기, 식히기, 열건, 찌기, 수분점검, 향매김 같은 꽃차 만들기에 필요한 용어들에 대하여 따로 설명을 해두었습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향매김인 것 같습니다. 향매김이 제대로 안 되면 꽃차만들기는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수분 점검을 한 뒤 정해진 시간 동안 저온에서 뚜껑을 덮고 향을 가두는 일. 재우기, 잠재우기라고도 한다. 향매김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향기나 맛이 부족한데 모양과 색이 중요한 꽃은 한 시간 안팎, 모양과 색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중요한 꽃은 두 시간 안팎, 잎이나 가지, 열매, 뿌리 등은 여섯 시간 안팎으로 한다."(본문 중에서)


꽃차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정성이 담겨야 하지만, 향매김을 하는 시간이야말로 그 정성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꽃차 만들기>에는 지금까지 소개한 것뿐만 아니라 꽃을 찌는 까닭(대부분 꽃은 쪄서 덖는다), 덖는 온도, 꽃차 마시는 법 그리고 각각의 꽃차가 가진 약효 등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줍니다.


꽃차를 마시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각별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겠습니다만, 꽃차에 관한 이런 상식을 알고 마시면 그 즐거움이 두 배, 세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이 책은 꽃차 만들기를 해보실 분들에게도 유익하지만, 저처럼 꽃차에 대해 그냥 좀 알은체하면서 마시고 싶은 분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해보세요, 감나무와 고욤나무 꽃차 만들기


봄을 대표할 만한 꽃차 두어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감나무와 고욤나무 차입니다. 감나무, 고욤나무 꽃차는 5월 말에서 6월, 잎차는 4월 중순부터 6월까지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어린잎은 쓰면 좋지만 큰 잎은 자르면 되고, 고온에서 숨을 죽인 뒤 덖고 비비고 식히는 과정을 3~5번 되풀이 하며, 덖은 뒤 수분이 있을 때 여러 번 비벼야 맛난 차가 된다고 합니다. 수분이 어느 정도 빠지면 온도를 조금 낮춰 여러 번 덖고 수분 점검 뒤 6시간 안팎으로 향매김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감꽃은 그냥 말리거나 쪄서 말리면 꽃차가 된다고 합니다.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이뇨, 지혈 작용을 하며 감기, 고혈압, 괴혈병 등에 좋다고 합니다."(본문 중에서)


타이밍을 놓치기는 하였지만 봄을 대표하는 꽃 중 하나인 개나리도 꽃차를 만든다고 합니다. "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려 반짝반짝 빛나던 노란별이 차가 되는 게 고맙다. 개나리 꽃차는 은은하고 순한 맛으로 몸을 흔들어 깨운다"고 합니다. 개나리 꽃차는 꽃이 오므라들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갓 핀 꽃을 준비한다. 저온에 면 보자기를 깔고 겹치지 않게 놓는다. 수분이 어느 정도 빠지고 모양이 잡히면 온도를 조금씩 높이며 덖어 고온에서 마무리 한다. 꽃이 부서지지 않게 면 보자기를 들썩이며 덖는다. 수분 점검 뒤 1시간 안팎으로 향매김을 한다. 청열, 이뇨, 소염 작용을 한다. 신장염, 방광염, 당뇨, 여드름 등에 좋다."(본문 중에서)


벚나무, 산벚나무, 왕벚나무 등 벚꽃은 모두 차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이미 벚꽃이 피었다 져버려서 내년 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 봄엔 벚꽃 엔딩 같은 노래를 들으며 벚꽃을 보며 벚꽃 차를 마셔보고 싶습니다.


개나리, 돌복숭아꽃도 꽃차로 만들 수 있어


꽃이 예쁘기로는 복사나무도 뒤지지 않습니다. 산에 절로 자라는 복사나무를 흔히 돌복숭아라고 하는데 산에 절로 자라는 돌복숭아가 꽃이 곱고 화사하다고 합니다.


"봉오리나 갓 핀 꽃을 준비한다. 저온에 면 보자기를 깔고 펼쳐 놓은 뒤 가끔 뒤집는다. 모양이 잡히면 온도를 조금씩 높이며 덖다가 고온에서 마무리한다. 핀 꽃은 수분을 90% 정도 빼고, 10~15초씩 찌고 식히기를 되풀이한 다음 고온에서 덖는다. 빨리 식혀야 눅눅해지지 않는다. 수분 점검 뒤 2시간 안팎으로 향매김을 한다. 벌레가 많은 꽃이니 반드시 고온에서 덖어 마무리 한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변비, 월경불순, 소화불량, 기미, 주근깨 등에 좋다."(본문 중에서)


5월에 피는 붓꽃도 보라 빛이 아름다운 차를 만들 수 있고, 7월에 피는 분꽃도 주홍빛이 곱게 우러나는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110여 종의 꽃차와 잎차 그리고 10여종의 약차와 꽃음료 만드는 법 그리고 다식 만드는 법들도 자세히 정리되어 있는 책입니다.


<행복한 꽃차 만들기>, 누구나 쉽게 배울 수는 있지만, 누구나 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꼼꼼하고 정교한 손길이 있어야 하고 차분하고 느긋한 마음도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인 듯합니다.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책만 읽어봐도 꽃차 만들기는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에서 맑은 바람 마시며 새소리를 듣고 놀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에 자연의 생기가 채워진다. 꽃을 덖고 차를 마시는 시간은 참살이를 하면서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다. 스스로 꽃이 되는 시간이다."(본문 중에서)


"덖을수록 짙어지는 빛깔, 덖을수록 깊어지는 향기, 덖을수록 가벼워지는 무게." 자연을 모시고 덖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짙게, 깊게, 가볍게 사는 법도 함께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꽃을 모시고 살아가고 싶다면 <행복한 꽃차 만들기>와 함께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꽃차 만들기 - 10점
이영득.고찬균 지음, 노승일 감수/황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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