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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자전거5]청소년 종주단 통일의 무지개를 만나다

by 이윤기 200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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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5일째, 대전을 출발해 천안을 거쳐 평택까지 92km를 달리는 날입니다. 오전 7시 기상. 다른 날 보다 일어나는 시간이 한 시간 늦어져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일어나면 세수하고 종주단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에 짐 싸서 트럭에 싣고 출발준비를 마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8시에 아침밥을 먹고 40분에 대전YMCA 마당에 모두 모였습니다.

다함께 '경의선 타고' 율동을 하면서 몸풀기 체조를 대신한 후에 9시 5분에 대전YMCA를 출발해 조치원, 천안 그리고 평택까지 이어지는 92km 구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여름 뙤약볕이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은 썬크림으로 햇빛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10시 15분 첫 번째 휴식을 하였는데, 대전에서 출발하지 1시간 10분 만에 21.4km를 달려왔습니다. 아이들이 자전거타기에 많이 익숙해져서 평균 시속 20km로 달려온 것 입니다. '본토공인중계사' 앞 마당에서 휴식을 하는 동안 아이스크림을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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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에 아이들 몇 명을 만나서 물어보았습니다. 종주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싫은 것이 무엇이냐구요. 그랬더니 아이들의 대답이 이랬습니다. 가장 싫은 것은 "첫 번째 오르막 길, 두 번째 뙤약볕, 그리고 세 번째가 비"라고 하더군요. "비는 많이 안 오면 시원해서 좋고, 많이 오면 종주를 못하고 차를 타고 가야 되니 더 좋다"고 답했습니다.

25분간 휴식하면서 간식을 먹고 10시 40분에 조치원을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다시 1시간을 달려서 11시 35분에 점심식사가 준비된 맛촌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오전에만 37.9km를 달렸습니다. 2시간 30분 만에 38km를 달렸는데도, 대체로 아이들은 종주 일정을 무난히 소화해냈습니다. 그러나 일부 아이들은 더위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였습니다. 무릎과 다리가 아프다면서 힘들게 전체 속도에 맞추어 쫒아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출발하여 오후 3시에 천안삼거리에서 휴식을 하였습니다. 천안 삼거리까지는 65.9km를 달렸습니다. 오전 내내 뙤약볕이 내리쬐더니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구름이 몰려들어 마침내 비를 뿌렸습니다.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로는 국지성 집중호우이고, 우리말로는 소나기입니다. 대부분 소나기가 훨씬 정겹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는 동안 20여분 간격으로 두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습니다. 겉옷은 물론이고 신발과 양말까지 모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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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경(78.5km) 원조할매보쌈 앞에서 다시 한 번 휴식을 취한 후에 4시 30분에 평택을 향하여 다시 출발했습니다. 약 10여분을 더 달려 행정구역상 천안을 벗어나는 예산과적차량검문소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과적차량 검문소에 자전거를 새우고 처마 밑으로 모두 비를 피했지만, 비를 피하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을 만큼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그런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내 아스팔트 곳곳에는 황토물이 고이기 시작하더군요.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시야 확보가 안될 만큼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썬크림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땀과 빗물이 흘러들어 눈도 따가웠습니다.

비가 많이 와도 계속 자전거 종주를 할 것인가를 두고 실무지원팀에서 의논을 하였는데, 평택까지 거리가 얼마 안남았으니 1줄로 서서 자전거를 끌고 가자고 의논을 마쳤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라도 가기로 하고 다시 출발 준비를 하는데 다행이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평택시내로 들어오는 약5km 구간을 달리는 동안 또 다시 여러번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에 소나기가 몰려 지나가더니 어느새 종주단원들의 오른쪽에 무지개가 걸렸습니다. 약 2km를 달려오는 내내 오른쪽 하늘을 바라보면 땅에서 시작되어 땅으로 이어지는 무지개가 선명하게 걸려있었습니다. 하늘에 걸린 무지개가 마산에서 출발하여 평택까지 470여 km를 달려온 종주단원들을 특별하게 환영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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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며 투덜대던 아이들이 어느새 예쁜 무지개를 보면서 즐거워 했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 선명하게 새겨진 무지개를 보며 달렸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이어서, 통일자전거 종주단을 격려하는 통일무지개가 섰습니다. 폭우를 뚫고 파란 하늘을 다시 열며 새겨진 아름다운 무지개 처럼 아이들 마음속에도 통일의 희망이 함께 새겨졌으리라 생각됩니다.

오후 5시 평택을 향하여 출발하여 30분 만에 평택 시내에 있는 저녁 식사 장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안일옥'이라는 설렁탕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이 집은 특히 김치와 깍두기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이 곳 저 곳 테이블 마다 "아줌마 깍두기 더 주세요", "아줌마 김치 더 주세요", 그리고 "아줌마 공기 밥 더 주세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후 6시 35분에 식당을 출발해 7시쯤 평태YMCA에서 위탁 운영하는 '원평청소년문화의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종주 구간 중에서 가장 많은 거리를 달린 날입니다. 숙소인 청소년문화의집까지 총 92km를 달렸습니다. 평택YMCA 실무자들과 임원들 그리고 와이즈멘 지도자들이 종주단을 환영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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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자전거 기금 전달식에는 평택시, (주)엘코리아, 평택와이즈멘 클럽이 참여하였으며, YMCA회원들과 평택시민들이 함께 모금한 통일자전거 50대를 모금하여 청소년종주단에 전달해 주었습니다.

숙소배정이 끝난 후에 아이들은 샤워를 하고 저녁 교육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오후가 되면서 아이들은 자전거 타기가 완전히 몸에 밴 듯 하였습니다. 오후 구간부터 오르막길을 만나도 뒤로 쳐지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웬만한 오르막길을 만나면 4~5명씩 뒤로 처지는 것이 보통이었고, 추풍령 고개를 넘을 때는 1/3이상이 종주단의 페이스를 쫒아오지 못하였고,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올라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만하여도 힘겹게 언덕길을 넘던 아이들이 오후가 되면서 갑자기 실력이 일취월장했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길을 통과할 때는 시속 25km이상의 속력으로 가뿐하게 언덕길을 통과하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서서히 자라는 것이 아니라 계단 모양으로 어느 순간에 쑤욱~쑥 성장한다는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자전거 타는 실력도 꼭 그렇게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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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7년 8월 6일부터 12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진행한 YMCA 통일자전거 종주 참가기로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