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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오바마, 폭탄 미사일로 테러 못 막아요

by 이윤기 2009.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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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그레그 모텐슨, 데이비드 올리버 렐린이 쓴 <세잔의 차>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오마바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언론들은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확대한 이 전쟁을 '아프팍전'이라고 부른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치른 후 '스와트 계곡'에 자리잡은 탈레반을 소탕하는 대규모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탈레반에 대한 묵인에서 소탕으로 돌변한 파키스탄 정부 정책은 사실상 이 나라를 내전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군이 스와트계곡에 대한 대공세를 강화하면서 북서 변경주에서 탈출한 난민이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미 55만명의 난민이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단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최근 스와트 계곡과 인근 샹글라 지역에서 200명의 탈레반 무장대원을 사살하였으며, 주요 근거지에 대한 폭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군의 폭격 수위와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민간인 사망이 급증하고 반미 감정도 함께 치솟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에서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2천명을 넘었고, 올 해도 벌써 1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울러 미군 공습과정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반미감정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는 것.
 
<세잔의 차>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 이른바 탈레반 활동 지역을 넘나들며 학교를 세우는 중앙아시아협회(CAI)리더이자 활동가이다. 어쩌면, 그는 미군 폭격이 시작된 스와트 계곡 인근에서 난민촌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조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할 것이라고 믿었던 신뢰가 무너지는 아픔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세잔의 차>에서 미사일과 폭탄이 결코 테러를 중단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하였다.
 
"제가 아는 바로는,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114기 발사했죠. 이 미사일 1기에 레이시언 유도 시스템을 더하면 아마 비용이 약 8만 4천 달러쯤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돈이 있으면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30년 동안 균형 잡힌 교육을 할 공립학교를 열 몇 곳 세울 수 있어요. 어느 쪽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본문 중에서)
 
폭탄과 미사일은 결사항전의 반미감정만 불러일으켜...
 
<세잔의 차>는 히말라야 기슭 외딴 마을에 세계 강대국들이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떨어뜨리고 동안에 맨 땅위 흙먼지 투성이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학교를 세우는 그레그 모텐슨의 일대기이다.
 
그 남자는 지금까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오지 마을에 78곳의 학교를 세웠다. 유명한 등산용품 상표이기도 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를 등정하다 조난당한 이 남자는 히말라야 발치의 작은 마을 코르페 사람들에게 구조 받아 가까스로 살아난다.
 
여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K2 등정에 나섰던 등반가는 코르페 마을 사람들의 친절과 보살핌 속에 건강을 회복한 후에 마을 사람들에게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마을 사람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이 약속은 그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미국으로 돌아온 모텐슨은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껴려하는 병원 야간 근무를 자처하고 집세 낼 돈도 아까워 오래 된 중고차 안에서 생활한다.
 
코르페 마을에 학교를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처음에는 낡은 타자기로 나중에는 매킨토시를 이용하여 정치인, 사업가, 배우 등 유명인사 580명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답장과 함께 100달러를 보낸 사람은 단 한명 뿐이었고, 모텐슨이 지원금을 요청했던 16개 재단에서 신청이 거부되었음 알려왔다.
 
학교를 짓기 위한 모금이 난항에 부딪친 어느 날, 과학자이자 산악인 이었던 장 회르니로부터 1만 2천 달러를 지원 받게 된다. 코르페로 가서 약속한 학교를 짓기 위해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한다. 평생 동안 모은 산악 등반에 관한 책과 아버지가 물려 준 책을 팔아 6백 달러, 산악장비를 처분하여 5백 달러, 그리고 1년 동안 잠자리를 제공해 준 낡은 중고차를 팔아 5백 달러를 마련하였다.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그는 학교를 짓는 데 필요한 목재와 자재를 실은 트럭과 함께 코르페 마을을 찾아가지만 새로운 난관이 그를 기다린다. 마을 사람들은 학교를 짓기 전에 강을 건너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다리를 먼저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리가 없으면 학교를 지을 수 있는 자재를 운반할 수 없었던 것이다.
 
K2 등정보다 더 힘든 학교 건립
 
예상치 못한 장벽에 막혀 첫 번째 학교 공사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모텐슨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한꺼번에 겪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이 그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전에 일 하던 직장에서는 그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 당장 잠자리조차 해결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그에게 닥치게 된다.
 
장 회르니는 절망에 빠진 그에게 다시 한 번 다리를 만들 돈 1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면서 되도록 빨리 학교를 완성해 줄 것을 요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리를 완성하고 장 회르니의 추가 지원을 받은 모텐슨은 하루 빨리 학교를 짓기 위하여 코르페 마을 사람들을 재촉한다.
 
코르페 사람들을 재촉하는 바로 이 장면에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잔의 차' 이야기가 나온다. 발티스탄 코르페 마을 지도자인 하지 알리는 서둘러 학교를 짓기 위하여 사람들을 재촉하는 모텐슨에게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발티 사람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다."(본문 중에서)
 
하지 알리는 모텐슨에게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학교를 짓는 것 못지않게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 같던 학교 공사는 또 한 번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탈레반에 납치당하고, 종교재판을 넘어서다
 
마피아 보스와 다름없는 이슬람 지도자 하지 메디가 코르페 마을 사람들에게 학교를 세우는 대신에 마을에서 가장 큰 숯 양 열 두 마리를 대가로 요구한다. 파키스탄 산간 마을에서 숯 양은 맏아들과 훌륭한 소와 애완동물을 합한 것과 같은 존재였고 한다.
 
코르페 마을 지도자 하지 알리는 이슬람 악당에게 숯 양 열 두 마리를 내준 후에 기운 잃은 마을 사람들을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로 설득한다.
 
"슬퍼하지 말게. 그 양들이 잡아먹힌 뒤에도 이 학교는 오래도록 남아 있을 거야. 하지 메디는 오늘 먹을 것을 가져갔지만, 우리 아이들은 영원히 교육을 받는 걸세."(분문 중에서)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하지 알리는 아름다운 '코란'을 읽을 수 없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마을 아이들이 코란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치르겠다고 말 한다. 그러나, 어려움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책의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은 코르페 마을에 첫 학교가 세워지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인 와지리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되어 하여 죽음 직전에 이르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슬람 성직자들은 모텐슨의 교육사업이 코란에 위배된다고 선언하지만, 그는 이슬람 재판을 통하여 자신의 사업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낸다.
 
모텐슨의 유일한 후원자였던, 장 회르니가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996년 12월 10일 2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코르페 마을에 첫 학교가 완공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장회르니는 지난 50년간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K2 등반 코스인 카라코람에 학교를 세운 것이라고 고백한다.
 
장 회르니가 남긴 100만 달러에 달하는 기금은 이후 파키스탄에 학교를 세우는 사업의 밑 거름이 된다. 코르페 마을에 첫 학교를 완성한 후에 산간마을에 학교와 여성센타를 꾸준히 지어 지금까지 80여 곳의 학교를 지었으며, 매년 3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폭탄 대신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쳐야 한다.
 
9.11 사건 이후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미국을 휘감을 때도 모텐슨은 사람들에게 폭탄이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설득한다.
 
"테러를 무찌르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테러범들이 존재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곳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생산적인 시민이 되는 것과 테러범이 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교육이 그 열쇠라고 생각합니다."(본문 중에서)
 
이슬람교도 전체를 테러범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테러가 발생한 것은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어느 날 별안간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죽음이 아니라 삶을 선택할 만큼 밝은 미래가 주어져야 테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잡지 <퍼레이드>와의 인터뷰기사는 모텐슨을 유명 인사로 만들었고 10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모금해 주었다. 퍼레이드 인터뷰에서 그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테러를 막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무력만으로 테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는 9.11 이전보다 더 안전해지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의 유산을 남겨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이 전쟁을 최종적으로 이길 방법은 폭탄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목숨을 구해 준 오지 마을 사람들에게 약속대로 학교를 지어주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일이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는, 학교를 세우는 한 가지 일에 매달렸지만, 결국 폭탄이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자신이 하는 일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세잔의 차를 함께 마셔야 비로소 가족이 된다
 
이 책 <세잔의 차>의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은 어린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교육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신의 비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자선을 위하여 생애를 바친 마더 테레사나 국제구호단체의 관점으로 히말라야에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을 구해준 코르페 마을 사람들에게 빚을 갚으러 갔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베풀어 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무일푼으로 시작한 그레그 모텐슨의 학교 짓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진정한 원동력이었다. <세잔의 차>에는 그가 히말라야 자락에서 '기적'을 이룬 고난의 시간이 상세하고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추천의 글에서 류시화 시인은 겨우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에 무슨 기적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 <세잔의 차>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세 잔의 차 - 10점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