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스승의 날, 꽃한송이 박카스 한병 안 받았어요.

by 이윤기 2009. 5. 15.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2월 14일에 개최된 YMCA 스승의 날 행사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구요. 저희 교사들에게는 꽃 한송이 박카스 한 병도 선물들어 온 것이 없습니다. 평소에 교사 노릇을 제대로  못 했냐구요?  물론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희는 오늘이 스승의 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일 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YMCA 아기스포츠단에서는 수년 전부터 스승의 날을 2월 15일로 옮겨버렸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꽃 한송이 박카스 한 병도 선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휴교를 하고 쉬는 일도 없고, 부모님이 교사 눈치 볼 일도 없습니다.

5월에 몰려 있는 기념일 중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날이 스승의 날입니다. 양식있고 양심적인 교사들은 촌지와 선물이라는 오해에 몰리는 것이 부담스럽고, 학부모들은 모른체하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날이 아닙니다. 또 교사들 중 일부는 아직도 노골적으로 선물이나 촌지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욱 그렇겠지요.


따라서, 새학기가 시작되고 석달 밖에 지나지 않는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자녀의 교사에게 보내는 선물은 마음만 담아 전해지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는 스승의 날, 날짜를 바꿔 버렸습니다.



스승의 날, 제발 2월로 바꿉시다 !

선물이나 촌지 때문에 'YMCA는 선물이나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하는 캠페인도 해보고, 스승의 날이면 휴교를 하고 교사들만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여러가지 노력을 해보았지요.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이 스승의 날을 학년 말로 옮기는 일 이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1년 동안 돌봐 준 선생님께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고 교육적으로도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이 5월에 있으면 불가능하지만, 학년 말인 2월에 스승의 날이 있으면, 아이들도 적절하게 담임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저희는 2월 15일에 스승의 날을 하기 때문에 정말 담임선생님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학부모들만 조그만 선물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편지 한 통으로 서로 마음을 나누구요. 선물을 못 보내거나 안 보내는 부모님도 마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학기가 끝나기 때문에 선물 안 보내면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사들도 선물을 받으면서, "아 자기 아이만 잘 봐달라는 건가?" 하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지요. 날짜만 5월에서 2월로 바꾸면, 학부모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부담없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 될 수 있습니다.

※YMCA 스승의 날 행사에 관한 자세한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세요.

<관련 기사>
2009/02/14 - [블로그 뉴스] - 교사도, 학부모도 부담없는 스승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