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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블로거가 교육감께 권해 드리고 싶은 책

by 이윤기 2009.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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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 교육감 블로거 간담회를 마치고 네 번에 걸쳐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전 교육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개혁성향을 가진 교육감인 것은 분명하였지만, 오랜 동안 교육계에 몸담아 온 경험에서 비롯된 교육철학과 가치는 참 단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은 강제로라도 읽혀야 한다"
"교육은 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강제가 아니면 교육은 없다"
"말로 해서 듣지 않으면 종아리라도 때려야 한다"



교육감께서 간담회 때 하신 이런 말씀들은 여전히 한국에서는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이젠 이런 교육을 바꾸자는 큰 흐름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가 지난 10여년 사이에 100개가 넘게 세워진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이라는 큰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증거로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조기유학과 우리나라와는 다른 교육 경험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점점 높아져가는 관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저는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닮고 싶은 외국의 교육 사례가 담긴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여러 편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학위를 받거나 공부를 하고 온 사람, 그리고 그 분들에게 배운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일본 중심의 경험이 주로 전해져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대부분이 미국, 일본을 쫓아가고 있고 대체로 그들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젠 다른 경험을 가진 외국 사례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미국, 일본이 아닌 경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권정호 교육감 블로거 간담회 기사를 마무리 하면서 교육감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 두 권을 소개해 봅니다.

열 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이야기

한 권은 열 다섯 살 한국 여학생이 스웨덴 학교를 다닌 경험을 글로 쓴 <열 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이야기>이고, 다른 한 권은 일본 여고생 지쓰카와 마유가 경험한 <핀란드 공부법>입니다.

이들 북유럽 국가들이 OECD가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교육학자들의 관심도 많이 쏠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개최된 이런, 저런 교육정책 관련한 토론회에서도 '핀란드 사례'가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런 관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우선, <스웨덴 학교이야기>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다음은 열 다섯 살 하영이가 발견한 스웨덴 학교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긴 학교
▲ 예체능에 소홀하면 국영수를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는 진학제도
▲ '우리 모두 똑같이 잘하자'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선생님들
▲ 15세 창의력 테스트에서 세계 일등을 하는 나라
▲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


무엇보다도 하영이가 스웨덴 교육에서 발견한 가장 큰 장점은 '협동' 교육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협동, 경재, 대립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 바로 '협동' 교육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 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체로 경쟁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믿고 있지요.

스웨덴 학교는 '모두 똑같이 잘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내 주는데, 대부분 과제들은 모둠을 구성하여 해결해야만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내가 일등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들을 포기하고 나니 일은 훨씬 쉽게 풀렸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리고, 서로 의논해서 어떻게 하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개성 있는 의견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그 결과 우리 모두 승자가 되었다."(본문 중에서)

협동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이하영은, 처음에는 협동하는 것이 일등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활절을 앞두고 반 친구들과 책상 세 개를 이어 붙여야 하는 커다란 공동화 작업을 하며 '경쟁'을 벌이거나 '대립'을 하였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한 것은 모두 승자가 되는 '협동'을 익히는 가장 큰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경험을 계기고 하영이는 "나 혼자 일등이 되는 것도 기분 좋지만, 모든 사람이 함께 승자가 되는 것도 무척 기쁘고 성취감이 느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웨덴은 인간관계와 협동, 협상,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여럿이 함께 일을 해결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협조, 설득이 몸에 베였다는 것 입니다. 이런 경험이 쌓인 이 나라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싸우는 일도 보기 어렵답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도 우리와 같은 실업계와 인문계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으며, 장래 희망에 따라 수 십개의 전공으로 세분화된 다음과 같은 고등학교 과정을 선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험 점수에 따라서 의사, 변호사, 공무원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배우고 차별받지 않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웨덴 사람들은 학교에서 목공과 같은 기술과목을 배워서 변기가 막히거나 하수도가 고장 나면 모두 직접 수리를 한다는군요. 인건비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전등이나 변기, 욕조를 직접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고 어지간한 집수리는 직접 하기에 학교에서도 목공과 봉재 같은 수업은 모두 실질적인 내용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하영이의 경험은 "내가 무엇을 얼마나 못하는 인간인지를 깨닫게 만드는 한국교육과 내가 장래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스웨덴 교육의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주더군요. 어디 학교와 교육제도뿐일까요? 어른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많은 세금을 걷어 기본적인 의료, 복지, 교육시스템이 갖추어진 스웨덴과 우리나라는 완전히 딴판이지요.

세계 1위, 핀란드 공부법의 비밀

<핀란드 공부법>은 고등학생 교환유학생으로 1년 동안 핀란드를 다녀 온 일본 여학생 지쓰카와 마유와 그녀의 엄마 지쓰카와 모토코가 함께 쓴 책입니다.

2003년 핀란드가 세계 1위를 휩쓸 때, 같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은 독해력 2위, 과학 4위, 문제해결능력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OECD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교육도 성공적인 사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핀란드 교육의 실상을 알고 나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일본과 유럽 국가들을 제친 이 나라에는 학원도 없고, 과외도 없고, 서열과 경쟁은 물론이고 등수도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마유가 직접 가서 체험해 본 핀란드는 일본만큼 무시무시한 중학입시가 있는 나라도 아니고, 한국처럼 밤낮 없이 학원을 다니는 나라도 아니고, 중국처럼 엘리트 선발교육이 이루어지지도 않으며, 심지어 부모들의 교육열조차 높지 않은 나라였다고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일치하고 있지만, 핀란드 아이들은 학교가 생활을 완전히 지배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에 있는 일이 거의 없고, 심지어 고3이 되면 학점 취득이 끝나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학교에 간다고 합니다.

핀란드에서 고등학교 수업은 학기 초에 원하는 과목을 수강 신청하여 수업을 듣게 됩니다. 전 과목이 자유선택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하여 졸업에 필요한 72학점을 이수하면 되는 것입니다. 3년간 취득한 학점은 졸업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여부를 결정할 뿐이며, 다른 아이들과 서열화 시키는 등수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핀란드 학교에는 다른 아이와 자신을 비교하는 등수는 없고, 공부를 제대로 하였는지 확인하는 학점만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1등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열패감을 느끼는 일본이나 한국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핀란드 학교에는 교칙이라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학교에서는 매니큐어, 피어싱 같은 것은 물론이고 머리카락 길이나 치마길이 등도 모두 교칙으로 정해 규제하지만 핀란드에는 교칙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칙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피어싱이나 염색은 기본이고 선생님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도 있지만,  누구도 그런 아이들을 '불량학생'이라고 말하지 않고, 피어싱과 염색을 하고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도, 수업시간이 되면 선생님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해서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공부나 성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을 개성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핀란드 아이들은 유급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누구라도 모르는 것을 다 배울 때까지 반복해서 공부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아무도 몇 살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고 선을 긋지 않는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졸업하는 것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는 것 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웨덴이나 핀란드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훨씬 여유로운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한국 아이들 보나 높은 학업성취도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놀면서 공부하는 핀란드 아이들이 밤낮없이 공부하는 한국이나 일본 아이들을 가뿐하게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것 입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열심히 해야만, 자신이 가지 모든 정열을 쏟아 부어 열심히 해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 할 까요? 좀 더 천천히, 좀 더 여유롭게 공부하고도, 한 마디로 지금 처럼 빡세게 공부하지 않아도 대부분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더 좋은 나라가 되면 더 좋은 일이 아닐까요?

말 그대로 세계화 시대입니다. 옛날 처럼 한국이라는 높은 담장에 가로막혀 국가가 제공하는 경쟁 교육을 군말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던 시대는 지나가버렸습니다.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다른 나라의 좋은 사례를 늘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교육감께서도 주제 넘은 블로거가 권해 드리는 두 권의 책을 통해 학부모들이 꿈꾸는 선진국 교육 사례를 꼭 한 번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