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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꿩대신 닭, 냉면 보다 맛있는 밀면

by 이윤기 2009.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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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면 보통 한 그릇 입니다. 참 소박합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밀면은 한국전쟁 통에 냉면대신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전쟁 때 피난 내려온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사람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이 먹고 싶었지만, 전쟁통에 메밀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구호품으로 나온 밀가루를 이용해서 냉면처럼 만들어 먹었던 것이 바로 '밀면'이라고 합니다.

1960년대 후반 부산에서 가야에서 문을 연 밀면집에서 새콤 달콤 쫄깃한 밀면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처럼 대중화 된 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마산에도 밀면을 잘 하는 집이 있습니다. 역사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마흔을 앞두고 있는 제 동생이 학창시절부터 있었다고 말하는 걸 보니 20년은 된 듯 합니다.

마산 석전동에 있는 이 집은 맛집으로 소문이 난 덕분인지 지금은 내서에 더 큰 식당을 형제가 각각 운영한다고 합니다. 석전동 육교 근처에 있는 이 식당을 오랫 동안 간판만 보고 지나치쳤는데, 얼마전 마음먹고 찾아가서 먹어보았습니다.

▲ 면 타래를 풀면 한 그릇이 가득합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무슨 면이던 면으로 된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국수나 라면이 고작이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쫄면, 냉면, 모밀국수, 막국수 등 메뉴가 다양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마산에는 맛있는 냉면집이 없습니다. 신마산쪽에 있는 고기집으로 유명한 냉면집은 유명세에 비하여 맛있지도 않고, 고깃집이기 때문에 양도 무척 적습니다. 그냥 냉면만 전문으로 하는 집에는 냉면 한 그릇으로 식사가 될 수 있도록 주는데, 고깃집에서 파는 냉면은 고기를 실컷 먹고 입가심으로 먹는 때문인지 양이 적은 것이 큰 흠 입니다.

그외에도 옛날에는 창동에 꽤 이름있는 냉면 전문점이 있었는데, 창동, 오동동 상권이 쇠퇴한 탓인지 모두 없어졌습니다. 최근에 후배의 추천으로 신마산쪽에 옛날 장어구이집이 냉면전문점으로 바뀐 체인점에 가봤는데, 이 집 냉면 국물에소는 '조미료'맛이 강하게 나더군요.

제 입맛에 딱 맞는 맛있는 냉면집이 마산에는 없습니다. 아니, 맛있는 집이 있는데 제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구요. 아무튼 제 입맛에 맛는 냉면집으로는 반성수목원 가는 길목인 진성IC 입구에 있는 냉면집, 진주에 있는 몇몇 식당이 있는데, 길이 멀어 자주 갈 수는 없습니다.

▲ 꽤 소문난 집 치고, 가격 적당합니다. 500원 비싼 곱배기는 확실한 두 배 입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올 여름에는 냉면대신 밀면이 맛있다는 이 식당에 한 번 가봤습니다.

첫째, 국물이 시원하고 칼칼합니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운맛이 조금 진할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새콤, 달콤, 쫄깃, 매콤합니다.

둘째, 식사가 될 만큼 넉넉한 양입니다. 면을 좋아하는 저는 처음 갔던 날 곱배기를 시켰는데, 정말 그릇에 굵직한 면 타래 두 개가 나란히 담겨있더군요. 대부분 식당에 가서 곱배기를 시키면 보통의 1.5배 정도 되는 양을 주는데, 이 집은 진짜 딱 꼽배기로 줍니다. 웬만한 식성으로는 곱배기먹기 벅찹니다.

셋째, 냉면보다는 못하지만 면발도 쫄깃한 편입니다. 비록 밀가루로 만든 면이지만, 웬만한 냉면집에 비할 수 없을만큼 괜찮습니다.

▲ 몇 번 가봤는데, 저기 있는 밀가루 결코 '장식용'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밀이 아닌 것이 아쉽지만요.


넷째, 오로지 밀면만 팝니다. 다른 메뉴가 없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든 면과 육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반찬도 없습니다. 밀면과 무김치가 전부입니다.

다섯째, 가격 적당합니다. 웬만한 냉면집보다 저렴합니다.

원조 밀면 동네, 부산에서 밀면을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마산에 있는 '부산가야밀면' 이집 역시 적어도 먹고 나오면서 본전 생각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쉬는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제가 갔을 땐, 일요일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