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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산 길 걷기

지리산길 걷기① 운봉 - 인월 구간

by 이윤기 2009.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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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림 공원, 지리산 고사목을 닮은 나무

여름휴가를 지리산 둘레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지리산 길 걷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친구 아들 둘과 함께 다섯 명이 제주도 자전거 일주 계획을 세우다가, 시간, 비용, 예약 문제 포기하였습니다. 대신, 시간, 비용, 예약이 모두 수월한 지리산 둘레 길 걷기로 바꾸었는데, 친구네 아이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저희 부자만 걷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는 지난 주말(8월 1일)에 시작하여 2박 3일, 느긋한 일정으로 운봉 - 인월 - 금계 - 벽송사 구간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2박 3일 동안 주천에서 시작하여 벽송사까지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자칫하면 아들에게 '걷기 여행'이 '극기 여행'이 될 듯하여 출발 전날 계획을 대폭 수정하였습니다.


원래 계획  수정한 계획
 1일 주천 - 운봉 (14.3km)
 2일 운봉 - 장항 또는 매동( 17~18km)
 3일 장항 - 매동 (14.6km)
 1일 운봉 - 인월 (9.4km)
 2일 인월 - 창원 (16.1km)
 3일 창원 - 벽송사 (6.1km)

계획을 수정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걷기 여행'이 '극기 여행'이 되어 다시는 이런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구요. 구간별 지도를 살펴보고, 마산에서 출발하여 하루에 걷기에는 첫 날 일정이 무리라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첫 날 주천에서 운봉 방향으로 출발하면 처음 약 4km 구간을 걷는 동안 해발 170m에서 550m가 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걷는 것이 아이에게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여름 휴가의 절정기간이었기 때문에 마땅한 숙박 장소를 구하는데, 운봉 보다는 인월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제가 처음 가는 운봉 보다는 몇 번 가본적 있는 인월이 익숙하기도 하였구요.

세번 째는, 지리산 걷기 구간 중 가장 경관이 좋은(물론 제 생각일 뿐이지만), 창원마을에서 하룻 밤을 자야겠다는 계획을 세운 탓도 있습니다. 아무튼, 출발 전 날 계획 변경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극기여행' 대신 즐거운 '걷기 여행'을 하고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운봉 길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능선입니다.

8월 1일, 아침 7시 30분 마산을 출발하였습니다. 원래 마산에서 인월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갈 계획을 세웠다가 돌아오는 날, 시간 여유가 있어 몇 군데 들렀다 올 생각으로 승용차를 타고갔습니다. 휴가 차량으로 남해고속도로가 아침부터 정체가 심하였지만, 오전 9시 30분쯤 인월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 참고로 네비의 처음 예상시간은 1시간 40분이었는데, 고속도로 정체로 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7시 14분에 남원, 전주로 가는 버스를 타면 인월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마산에서 인월까지는 요금은 11,900원이고, 2시간 40분정도 소요됩니다. 중간에 여러 곳을 들리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날, 피곤한 몸으로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큽니다.

인월 장터에서 간식과 점심 김밥(인월 장터, 댓글 주시면 전화번호 알려드리지요)을 사고 10시에 인월터미널에서 운봉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인월에서 운봉까지 10분 만에 도착하더군요. 뙤약볕이 내리 쬐는 한 낮에 버스는 운봉읍사무소 앞에 저희 부자를 내려주고 횡하니 떠나버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길을 물어 볼 사람이 없더군요. 한 참을 두리번 거리며 읍내를 향해 걷다가 할아버지 한 분께 '지리산 길'을 물었더니, 갸우뚱 하시더니 저쪽으로 가라고 알려주시더군요. 조금 걷다가 미심쩍어 읍내에서 중년의 아저씨께 길을 물었더니, 오던 길로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출발부터 영 꼬이는 듯 하더군요.


▲ 갈림길 마다 이런 이정표가 있습니다.
바닥, 벽에 있는 작은 이정표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다행히 되돌아 가는 길에 배낭을 메고, 지도를 들고 '지리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은 후에 길을 물었더니, 방금 자신들이 지나온 길을 가르켜주시더군요. 그리고, 이정표를 찾는 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처음 버스에서 내린 곳에 다시 가보니 바닥에 지리산 길 이정표가 페인트로 표시되어 있더군요. 아래는 안 보고 주변만 둘러보다가 이 표시를 놓친 것이지요. 그 다음부터는 갈림길이 나타나면 이리저리 좌우를 둘러 보고, 다음에는 아래위로 샅샅이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오후에 인월에 도착해보니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있는 인월 -> 운봉으로 길을 잡는 것이 아무래도 길 찾기도 수월하고 처음 보는 '지리산 길' 이정표에 익숙해지기에 낳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에 다시오면, 인월 -> 운봉  혹은 인월 -> 운봉 -> 주천으로 하루 길을 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대신에 운봉 -> 인월로 가는 길의 장점도 있었습니다. 우선 구간의 2/3 이상이 평지를 걷습니다. 아이와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초입에 가파른 오르막 길을 만났다면 쉽게 지칠 수 있었을텐데, 운봉 고원의 너른 벌판을 둑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을 수 있어 몸이 '지리산 길'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전 10시 10분에 운봉정류장에서 지리산 길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길을 나서면 이내 서림공원을 만나는데, 인월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이 숲에서 다리쉼을 하고 가기에 딱 좋습니다만, 운봉에서 출발한 저희 부자는 곧장 인월 방향으로 길을 잡아갔습니다.

▲ 운봉 - 인월로 흐르는 람천입니다.

▲ 깨끗한 물에 다슬기를 비롯한 민물고동이 많았습니다.

운봉에서 인월과 함양을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한다는'람천'을 따라 걷는 길은 편안하고 느긋합니다. 비가 많이와서 수량이 넉넉한 물길과 하천 가득 자란 수초들 그리고 둑길 가득히 날아다니는 잠자리들과 부딪히면 걷는 길 입니다. '람천'은 요즘 말하는 다시 주목받는 생태하천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쉬엄쉬엄 걸어 낮 12시쯤 황산대첩비가 있는 비전마을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황산대첩비 건너편에는 화장실도 있고, 식수대가 있습니다. 운봉을 출발할 때 가득 채운 물이 조금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쓰였는데, 식수대를 만나니 만갑더군요. 물통에 물을 채우고 다리 건너 황산대첩비를 둘러보고 비전마을 정자에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황산대첩비는 고려말 이성계와 그의 군대가 운봉 근처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친 전쟁을 기념하는 비석이구요.  비전마을은 역전처럼 '황산대첩비'를 앞에 두고 관리하는 마을이라 '비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 비전 마을앞 쉼터 입니다.

▲ 가왕 송흥록, 국창 박초월 생가

황산대첩비 바로 옆 마을 어귀에는 단아한 초가집이 있고, 판소리 가락이 쉼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초가집 건너편에 큰 정자와 나무그늘 쉼터가 있어 지리산 길을 걷는 사람들이 다리 쉼을 하고 가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잠깐 누워서 편안한 휴식을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처음으로 산길을 만났습니다. 대덕리조트 옆길을 따라 옥계저수지를 지나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었습니다. 아이가 힘에 부쳐하지 않고 즐겁게 걷을 수 있는 길이더군요. 흥부골 자연휴양림을 지나서 월평마을로 가는 길에는 작은 계곡이 나타납니다. 흥부골자연휴양림앞 아스팔트에서 숲길로 들어서면 곧장 작은 계곡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다리쉼을 하고가면 좋습니다.

처음 길을 나서면, 흥부골 자연휴양림 입구에 있는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파는 매점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가는 것이 훨씬 좋더군요. 휴양림에서 월평마을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은 얕은 내리막길이고 숲길이라 걷기에 참 좋습니다.

월평저수지를 따라 휴양림까지 오는 길은 넓은 '임도'이기 때문에 동행과 함께 나란히 걷기에는 좋지만, 햇빛을 막아주는 숲길은 아니었는데, 휴양림을 지나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숲길을 만나게 됩니다.


저희는 계곡물에 세수하고 다리 쉼을 하다가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월평마을까지 가는 1km 남짓한 길을 걷는 동안 비를 쫄딱 맞았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첫번째 집으로 들어가 20여분간 비를 피하고 땀을 말리고나니 비가 그치더군요.

비가 그친 후에 천천히 인월터미널로 내려와서 숙소를 정하였습니다. 마을 민박집과 터미널 부근에 있는 여관을 둘러 본 후에 '지리산장' 여관으로 숙소를 정하였습니다. 가격대비 시설, 그리고 비를 쫄딱 맞은 몸을 풀고 휴식을 하기게 좋을 듯 하여 목욕탕이 딸린 여관으로 정하였습니다.

참고로 숙박 가격을 알려드립니다.
모두 걸어서 5분 거리이고, 시설은 가격대비라고 생각됩니다. 처음 두 곳은 안내 책자보다 비쌌는데, 아마 여름휴가 기간이라고 성수기 요금(바가지)을 받는 듯 하였습니다.

해비치 모텔(지리산 길 안내센터 옆) - 7만원
반야장 모텔(인월 터미널 건너편) - 5만원
지리산장 (인월 터미널 오른편) - 3만원
마을 민박 - 3만원


저희가 묵은 여관은 건물 외관은 낡았지만, 실내는 나름대로 정갈하였고 에어컨도 있더군요. 오래된 건물 치고 실내는 깨끗하였습니다. 에어컨 없는 집에 사는 아들은 충분히 만족해하더군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추가로 목욕비를 내지 않고, 뜨거운 탕에서 지친 피로를 풀 수 있는 것이 장점이더군요. 여관 객실에 있는 조그만 욕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온탕, 냉탕을 오가면서 즐거운 목욕을 할 수 있었답니다. 


목욕하고, 낮잠이라고 하기엔 늦은 잠을 한 숨자고 느긋하게 인월면 시가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들녀석과 함께 처음 세웠던 빡빡한 걷기 여행 계획을 수정하길 참 잘 했다고  만족해하며 다음날 걷기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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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07:30 - 09:30  마산에서 인월로 이동(함안 IC -  지리산 IC, 도로비 5100원)
10:00 - 10:10 인월에서 운봉으로 버스로 이동
10:20 - 12:00 운봉에서 황산대첩비, 비전마을까지 걷기
12:00 - 13:20 점심먹고 긴 휴식
13:20 - 15:30 비전마을에서 월평마을을 거쳐 인월터미널까지 걷기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 10점
이혜영 지음/한국방송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