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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프로야구 볼 때도 국가에 충성 다짐하라고...

by 이윤기 200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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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겨레 신문에는 국책 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위원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기사(국기 경례 거부했다고 해고?)가 실렸습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연구과제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과 월례조회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은 것이 계약해지 사유라고 합니다.

노동연구원의 이런 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전에 관중들에게 국민의례를 요구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아닐까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미 법원에서도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도 프로야구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관중들을 모두 일으켜세워 국기를 향해 '국민의례'를 강요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이 나라에는 유신독재시절에 시작된 과잉 국민의례가 뿌리 깊게 남아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서 가슴에 손을 얹고 국민의례를 한 후에라야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관 뿐만 아니었지요. 아침마다 학교에 등교하면, 교문 앞에서서 본관 앞 국기 게양대에 걸린 국기를 바라보면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마음속으로 외우고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국가에 충성을 다짐하는 것이 국민들 일상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던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화관에는 대한뉴스와 영화 상영에 앞서서 애국가를 틀어 주는 국민의례가 사라졌으면, 초등학교 아이들도 등교하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아주 오랜만에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갔더니 야구 경기장에서는 여전히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서 '국민의례'를 한 후에 경기를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서 국민의례가 꼭 해야 하는 것인지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국어사전
국민의례 -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에서 국민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격식.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따위의 순서로 진행한다. 

국기게양·관리 및 국민의례에 대한 지침
국민의례 -  각급 행정기관 및 산하단체 등에서 각종 의식(행사)을 거행할 때 실시하는 국민의례 절차는 다음과 같이 하되, 앞으로 각종 의식 거행시에는 정식절차에 따르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 (국무총리지시 제1996-5호 : '96.3.12)


국어사전에는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에서 국민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격식이 '국민의례'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국기게양 관리 및 국민의례에 대한 지침에는 각급 행정기관 및 산하단체 등에서 행사를 할 때 지켜야 할 국민의례 절차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경기는 과연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에 해당되는 걸까요? 특히, 국민의례를 거쳐야 하는 공식적인 행사에 해당될까요? 한 번 따져볼만한 일이 아닐까요?

프로야구 구단은 정확한 의미에서 사기업입니다. 야구를 직업으로 하는 노동자를 고용하여 야구팬인 소비자들에게 야구경기라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사기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대부분 모기업들이 적자를 보면서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어쨌던 프로야구단은 사기업입니다.

따라서 프로야구 경기는 국가의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화 한 편 보는 것이나 야구경기 한게임 관람하는 것이나 다를바가 없지요.

그런데, 왜 프로야구 경기에는 아직도 국민의례가 남아 있을까요?
프로 야구 경기를 보기 전에 국가에 충성을 다짐해야 하는 것은 어떤 이유 일까요?

혹시, 프로야구 시작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우민화 정책 일환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야구 경기를 보기전에도 국가에(사실은 독재정권에) 충성을 다짐하도록 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