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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뿌리치기 힘든 유혹, 노후차 세제 혜택

by 이윤기 200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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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타고 다니는 차는 1994년 1월에 출고한 구형 프라이드 승용차입니다. 올 연말이면 꼬박 만 16년을 채우게 됩니다.  오래된 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불안할 때도 많습니다. 지난 2~3년간은 에어컨 가스가 새기 시작하여 여름마다 애를 먹었고, 언제 차가 퍼질지 몰라 장거리 주행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습니다. 단골 카센터 사장님은 "그냥 시내에서만 살살 타고 다니세요" 하십니다.



작년에는 여름과 가을에 각각 한 번씩 고속도로를 달리다 멈춰선 적도 있습니다.  경주에서 친구들과 가족모임을 하고 헤어졌는데 양산부근에서 엔진에서 심각한 소음이 나기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뒤따라오던 친구차로 가족들을 태워보내고 시속 40~ 50km로 김해까지 가서 정비를 하였습니다.

또 한 번은 후배들과 함께 광주로 출장을 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차가 멈춰버렸습니다. 멀쩡하게 달리던 차가 휴게소에서 쉬었다 출발하여고 하는데, 아무리 해도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겁니다. 이날은 이제 이 차를 포기 할 때가 되었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견인차를 불러 견인해가면서 견적이 20만원 이상 나오면 폐차하겠다고 공언을 하였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견인차에 매달린 차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후배 두사람은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두더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날도 견적은 6만원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2시간 만에 수리를 마치고 광주 행사장에는 지각을 하였습니다.

아무튼, 차를 오래 타다보니 만나는 사람마나 제 차 안부를 물어봅니다. 낡은 프라이드 아직도 타고 다니느냐고 말 입니다. 그때마다 "환경운동하는 시민운동가가 차가 저절로 멈출때까지는 타야하지 않겠습니까?" 혹은 "한 20년쯤 타볼 생각입니다." 하고 대답하곤 하였습니다.

물론, 새차를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고물차 타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푸대접'을 받은 적도 많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멈춰선 적도 여러번 있으니, 중고차라도 한 대 사버릴까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지요.

그런데, 최근 뿌리치기 힘든 유혹에 마구 흔들리고 있습니다. 바로 올 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노후차 지원혜택' 때문입니다. 낡은 프라이드를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탈 수 있다면 별로 아까울 것도 없는데, 만약  내년쯤 되어 '노후차 지원'이 없어지고 나서 낡은 프라이드를 탈 수 없게 된다면 지금 차를 바꾸지 않은 것을 많이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말 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 모두 한결 같이 지금 차를 바꾸라고 말합니다. 영업사원에게 견적을 받아보니 '노후차 혜택' 결코 적은 돈이 아니더군요. 저는 기름값, 보험료, 세금 같은 유지비를 생각해서 아반떼나 NEW SM3 같은 준중형차 중에서 고를려고 합니다.

아반떼 럭셔리 블랙을 기준으로 개별소비세 덕분에 차 값에서 728,427원, 그리고 취등록세에서 773,406원이 할인이 되어군요. 거기에 현대자동차는 노후차 가진 소비자들에게 회사 차원에서 추가로 30만원을 할인해준다고 하더군요.

그외에도 카드할인, 폐차할인 등의 혜택이 있었지만 어쨌던 노후차 혜택만 해도 대략 180만원 정도 할인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차 값이 조금 더 비싼 NEW SM3의 경우에도 할인 혜택은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180만원만 할인 받는 것이 아니더군요. 올 연말이 지나고 내년에 차를 사면 할인만 못 받는 것이 아니라 180만월을 추가로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더군요. 결국 올 해 차를 살 때와 내년에 차를 살 때 360만원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업소에 확인해보니 노후차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올 연말까지 차를 구입해야 한다더군요.

물론, 노후차 세제혜택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자동차회사를 지원하는 정책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개별소비세, 취등록세 할인에 따른 세금부족분을 결국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다 낡아서 언제 멈춰서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차를 타는 저로서는 전체 차량 구입 금액의 20%에 가까운 할인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는 노후차 세제혜택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