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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08:26

어~ 결혼식 주례가 여자야 !

- 듣도 보도 못한 여자 주례 선생님

지난 주말 후배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조금 일찍 결혼식장에 도착하여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후배와 기념촬영도하고 축의금도 내고 함께 모임하는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결혼식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씩씩한 목소리의 사회자가 결혼식 시작을 알리면서 주례선생님 소개하는데 단상위로 고운 우리옷입은 나이 지긋한 여자분이 올라오셨습니다. 어~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저만 놀란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 ~ 여자가 주례야 !
여자가 주례 서는 것 본적 있어?
아니, 나는 난생 처음 보는데...
아, 나는 언젠가 여자 주례 결혼식을 신문기사에서 본적이 있어
와~ 나는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듣는 것도 처음이야 !
야~ 세상에 정말 세상 많이 변해다.
뭐, 보기 좋은데...신선하고 새롭네

깜짝 놀란 것은 신부와 함께 모임을 하는 저희 회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매주 모임 때마다 결혼식 준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는데, 신부가 한 번도 주례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에 신부에게서 어떤 분을 주례로 모시고 싶다는 부탁을 받고 주선을 하였지만 그 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루어지지 않았었는데, 그 사이에 이런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이루어진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특이 높낮이와  고운 음색을 가진 목소리의 주례 선생님은 신부인 후배가 일하는 마산가곡전수관 관장이신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이였습니다. 조순자 선생님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이시고,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장이시며, 마산 MBC “조순자의 우리가락 시나브로”진행자이시기도 합니다. 결혼식을 집례하는 주례로서 손색이 없는 분이시지요.

그렇지만, 결혼식 단상에 여성이 주례를 서는 모습은 저도 처음보았습니다. 원래 사진을 찍을 계획이 없었는데, 얼른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몇 장 찍어두었습니다. 가곡전수관에서 일하는 후배는 평소 모시는 조순자 선생님께서 혼례를 맡아주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신랑이나 양가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참 멋지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결혼식은 주례선생님이 여성이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였지만, 짧고 명료한 주례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은 별 의미없는 날씨 이야기, 구체적이지 않은 양가 집안 소개,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흔한  주례사 대신에 약 5동안 꼭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기, 서로 마주보지 말고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행복하고 슬기롭게 살기" 이런 말씀을 간명하게 전해주셨습니다.

짧은 주례사 대신에 신랑신부가 자신들의 결혼식을 하늘에 고하는 '고천문'을 낭독하더군요. 두 사람이 살아온 과정,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겠다고 하는 다짐을 담은 '고천문'을 하늘에 고하면서 동시에 결혼식에 참석한 일가친지와 지인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약속하였습니다.

주례사, 고천문 낭독에 이어서 축하공연이 이어졌는데 남자 후배가 가요 한 곡을 축가로 불렀고, 두 번째 축가는 천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우리가곡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두 곡은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축하 노래였지만, 결혼을 축하하러 온 하객들을 흥겹게 해주는 작은 공연이기도 하였습니다.

장교 출신인 신랑의 ROTC 예도단 후배들이 준비한 결혼식 퍼포먼스도 결혼의 의미와 재미를 더해 주더군요. 각각의 관문을 통화할 때마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기, 양가 부모님께 큰 절하기, 뽀뽀뽀 노래에 맞춰 뽀뽀하기" 같은 의미가 담긴 재미있는 지시를 수행하게 하였습니다.

대게 결혼식에 가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됩니다. 축의금 내고, 지루한 주례사 듣고, 가끔 사진도 함께 찍고, 비슷비슷한 메뉴로 준비된 뷔페에서 식사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후배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과는 좀 달랐습니다.

고운 목소리에 인자한 표정의 여성 주례선생님이 건네는 따뜻한 '덕담'과 두 사람의 혼인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노래, 하늘과 세상을 향한 고천문...참 오랜 만에 남 다른 결혼식을 보니 참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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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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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리스탈 2009/11/25 09:09 address edit & del reply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고 요즘 시대에 여자로 태어난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여자들이 잘하는거 같아요. ㅎㅎㅎㅎ
    글로벌 시대에 세계에 나가서도 여자들이 더 경쟁력이 있고 말이죠..

  2. 창기축하 2009/11/25 09:42 address edit & del reply

    와우. 아무생각없이 웹서핑 중에 주말에 있었던 친구 결혼식에도 여자 주례 선생님이 오셔서
    클릭했는데..와우..친구사진이 떠서 놀랐습니다.ㅋ 창기 선배님 글을 보니 또 새롭네요.ㅎ

  3. 옥가실 2009/11/25 13:59 address edit & del reply

    주례를 서는 조순자 선생님의 모습이 참 곱고,
    그 축복을 받는 신랑 신부 모두 멋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이윤기 2009/12/01 11:19 address edit & del

      조순자선생님 덕분에 저는 주례는 남자만 선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4. 긱스 2009/11/25 15:38 address edit & del reply

    신문기사 감이군요 ^^

  5. tnvkadfg 2009/11/25 15:43 address edit & del reply

    아하... 여자도 주례를 하는 군요

  6. 林馬 2009/11/25 23:41 address edit & del reply

    신선한 충격입니다.

  7. 모모 2009/12/01 10:18 address edit & del reply

    뒤늦게 글을 봤습니다~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

    • 이윤기 2009/12/01 11:19 address edit & del

      모모와 신랑이 함께 읽은 '고천문'도 함께 포스팅하고 싶었는데...제가 그날 다른 일정 때문에 시간에 쫓겨서 사회자에게 보여달라는 부탁을 못했어요.

  8. 태지 2009/12/01 14:2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여자가 주례를 서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는데 더 놀랐습니다.
    또 고천문이라는 말 자체도 처음 들었습니다.ㅎㅎ 와! 무식해라.
    그리고 축가에 대한 긴장과 생각 때문에 고천문 낭독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내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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